| "어눌하지만 맑은 영혼 가진 친구들이 있어요" | news | 2013-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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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을 통해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하혜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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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혜숙씨가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샘누리반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
| ⓒ 이민지 | |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에는 내 주변 식구를 챙기는 날이 유독 많다. 하지만, 우리 주변 곳곳에는 남을 위해 묵묵히 봉사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에 사는 하혜숙(61)씨 역시 그와 같은 이들 중 하나다. 지난 8일 춘천시 사농동에 있는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그녀를 만나 봉사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샘누리반 아이들은 발달장애로 인해 어눌하고 부족한 면이 많은 친구들"이라고 입을 뗀 그녀는 "장애아들을 통해 사랑과 순수함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알아가서 오히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는 강원도장애인종합복지관 샘누리반에서 춘천 동원 학교 발달장애아들의 학습활동·간식지도·체육활동 등 방과후활동을 도와주고 있다. 중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15명 정도를 가르치고 있는 그녀는 "한달에 두 번, 수요일마다 3시간씩 봉사를 한다"며 "수요일에 시간이 안돼서 못 가게 되면 다른 날이라도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과후활동 도우미는 2007년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7년 째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씨는 2000년 3월부터 강원도종합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있다. 그녀는 "처음 도와준 사람은 자매였는데 언니는 루게릭병으로 전신마비가 와서 누워서만 생활을 했고, 동생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데다가 농아였다"며 "자매의 집을 직접 방문해 하루 4시간 씩 목욕·식사도우미·청소 등의 봉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힘들었지만 지내다 보니 의사소통하는 법도 터득했다"며 "언니는 글씨를 써서 보여주고, 동생은 큰 소리로 말하면 제가 입모양을 보고 뜻을 알아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매가 성골롬반의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청소년 아이들의 방과 후 활동을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씨는 "봉사활동에 어려움이 없지만 발달장애아들을 도와주다 보면 돌발상황이 일어나긴 한다"고 웃어보였다. 그녀는 "몇 년 전 체육수업을 했는데, 한 아이가 공을 참 잘 던졌다"며 "도우미들이 전문지식이 많이 없어서, 잘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신이 나 계속해서 그 아이에게 공을 줬다"고 한다. 그녀는 "그 아이가 싫증을 내면서 돌발상황이 일어났다"며 "아이에게 주먹으로 볼을 세게 얻어맞은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씨는 집에서 복지관 까지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온다. 그녀는 "버스는 타는 시간 말고도 기다리는 시간이 있어서 힘들지만 장애인의 대한 마음이 크다"며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보람되기 때문에 힘들어도 괜찮다"라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된 일을 묻자 그녀는 2년 전 여름, 복지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지천으로 야외수업을 손꼽았다.
"그때 지적장애아인 '소라'라는 여자아이가 바지에 설사했어요. 소라를 씻기려고 근처 화장실로 갔는데 물이 찔끔찔끔 나와 근처 가게에서 휴지통을 빌려 세면대에서 물을 받아서 소라를 씻겼지요. 남자 선생님들밖에 없었는데 제가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 날은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 아니었지만 마침 그 달에 한 번 밖에 봉사를 못해 마음먹고 갔던 날이었어요. 소라가 장애가 있어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수치심을 가려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소라를 도울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했고 보람을 느꼈어요."
그녀는 복지관 봉사 이외의 홀몸노인·장애인·조손가정에게 매주 금요일마다 반찬 도시락을 전한다. 남편 유병수(66)씨와 2007년 1월부터 지금까지 7년째다. 그녀는 "40개의 반찬도시락을 제작했다"며 "도시락 통에 자비로 직접 만든 두 가지 반찬을 넣어 드린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제가 만든 음식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사하다"며 "일전에는 여름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삼계탕을 끓여드리면 '여느 자식이 복날에 이렇게 삼계탕을 끓여 주겠냐며' 할머니들이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가 봉사할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고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동사무소에 의뢰해 선정해준 효자동·약사동·근화동·운교동에 거주하는 가정을 대상으로 봉사를 한다"며 "예전에는 열일곱 가정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돌아가시고, 병이 들어 병원에 계셔 현재는 열다섯 가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병이 들어 병원에 계신 것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부모가 없고 할머니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가정을 볼 때"라고 안타까워했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녀는 "1989년 경상북도 김천에 산 적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 날 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게 돼 버스를 태워주기 위해 버스 승강장에 가게 됐습니다. 그 전에 보이지 않던, 승강장에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쓰레기, 쌓인 먼지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매일 새벽 대야에 물을 담아 들고 가서 승강장을 청소하고 도로를 쓸었습니다. 승강장은 집에서 200여 미터 떨어진 국도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청소를 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어요."
그녀가 현재 봉사하는 복지관은 춘천시청 민원실에서 소개해준 곳이다. 그녀는 "장애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관을 소개시켜 달라 춘천시청에 전화를 했었다"며 "평소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도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천에서 춘천으로 이사와 지내다 보니 어린 시절 동네에 지적장애 아주머니가 문득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주머니는 자신의 아이를 돌 볼 줄도 몰랐고, 집 앞 작은 개울물에 옷가지며 살림도구들을 자주 던져 버리곤 했다"며 "아주머니가 딱해 보여 집에 찾아가 걸레를 빨아 청소를 해드린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저에게 아주머니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하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봉사를 시작했을 당시 그녀의 가족들은 아주 좋아했다고 한다.
"남매를 두었는데 2000년 3월부터 6개월간 가족들과 강원재활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자녀들이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일 때였는데, 매주 토요일마다 장애아들의 공부·목욕·식당봉사를 했습니다. 강원재활원 봉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장애의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됐는데 봉사활동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참 감사했고 뿌듯했습니다."
봉사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녀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어 아직 발견되지 못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신 분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을 세세히 찾아내 복지가 골고루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녀는 "할머니는 편찮으시고 중학생 남자 손자가 있는 조손가정이 있었는데 손자가 설거지를 못해 집이 쌓인 설거지 등으로 지저분했다"며 "어느 날 <연합뉴스>에서 춘천시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취재를 하고 싶다고 전화가 왔었다고, 취재 이후로 그 집에 도우미가 와 집이 깔끔해졌다"고 회상했다. 또한 "반찬 도시락 봉사를 하다보면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에서 반찬을 받으시는 분들이 많다"며 "반면에 어떤 할머니는 제가 드린 반찬 하나밖에 받지 못하거나 아예 못 받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주위에 발견 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앞으로 계획이 궁금했다.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봉사를 하고 싶다"며 "언제라도 불러주시면 내가 가진 것이 없어도 있는 대로 최선을 다해 봉사하겠다"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요즘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순수하게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어두운 구석을 밝혀주는 등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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