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째 '대안교실'운영…퇴학생 한명도 없어 | news | 2013-05-31 |
서울 종암중 조광희 교사
“몸이 아파 태권도 선수의 꿈을 포기하면서 좌절감과 분노에 빠져 있었는데 조 선생님의 따듯한 격려 덕에 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꿈을 갖게 됐어요.”
올해 고3이자 아마추어 격투기 선수인 서울 성북구 K고 K(18) 군은 29일 방황하다 성북구 종암중 조광희(53) 교사 덕에 다시 꿈을 찾았던 중3 시절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태권도 국가대표의 꿈을 키워 나가던 K 군은 2009년 당뇨병으로 태권도를 포기하게 됐다. 좌절감이 분노로 변하면서 여러 차례 폭력 사건을 일으켰고 결국 2010년 집단 폭행 혐의로 소년범 재판을 받아 보호관찰명령을 받게 됐다. 조 교사는 이런 K 군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내 ‘대안교실’에 나오게 하고, 주말마다 함께 등산을 하면서 소통을 시작했다. 계속 결석을 하며 반항하던 K 군은 조 교사의 끈질긴 노력 덕에 대안교실을 거쳐 무사히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다시 건강을 되찾아 격투기 선수라는 새로운 꿈도 꾸게 됐다.
K 군은 “모든 것에 화가 났었는데 대안교실에서 하기 싫고, 힘든 일을 참고 끝까지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느끼게 됐다”면서 “그 덕에 다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얻었고, 내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 선생님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K 군과 같이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소위 문제아 등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지난 2007년 성북구 북악중 재직 시절부터 교내 대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학기 초 3학년 학생들 중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살펴본 뒤 6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2∼3시간씩 대안교실을 연다. 연간 참여 학생은 20명 정도. 대안교실에서는 주로 게임을 통해 교과 내용을 쉽고 재밌게 가르치는 수업, 운동 경기, 진로상담, 금연 교육 등이 이뤄진다. 방학 때는 농촌으로 봉사활동이나 야영을 가기도 한다.
조 교사는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범죄자나 낙오자가 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아이들을 잡아줄 수 있는 대안교실을 열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면서 “특히 문제아들 중에는 부모의 관심을 못 받아 엇나가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교사의 사랑과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안교실을 시작하면서부터는 학교 폭력 사건이 크게 줄고, 퇴학 당한 학생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이제는 대안교실 내에서 누군가 결석이라도 하면 학생들이 직접 결석한 학생 집까지 찾아가는 등 학생들끼리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조 교사는 또 주말마다 대안교실 학생들과 등산도 하고 있다. 조 교사는 “적게는 3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까지 걸리는 등산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인내심이 길러지고 정상이라는 목표를 이루면서 자신감도 높아진다”면서 “지난해 비만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호소했던 한 아이가 대안교실 등산을 통해 자신감을 얻어 헤어 디자이너라는 새 꿈을 찾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런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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