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나를 의미 있게 만들어라 | news | 2013-06-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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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의미 있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보면 거의 마흔 이후의 사람들이다. 젊은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나 즐길 수 있는 것에 관심이 높다. 주중에는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다가도, 주말이면 레포츠를 통한 취미활동에 아낌없이 지출하곤 한다.
또는 관심 있는 분야의 마니아가 돼서 여가시간과 경제적인 여유를 다 사용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래를 위한 준비에는 관심이 없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데만 마음을 쏟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이것이 인생의 목표라도 되는 것마냥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바로 한 가지 일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흥분과 설렘으로 찾아낸 즐거움의 농도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희석되고 만다. 그리고 이것이 일상이 되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허탈해진다. 그래서 쾌락을 찾아 사는 사람은 배고픔이 채워지지 않은 치매환자처럼 좀 더 재미있고 좀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맨다.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갈증은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한 목마름으로 전환된다. 인생을 재미있게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는 마흔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세 가지 일이 필요하다고 말해 왔다. 첫 번째가 밥 먹고 사는 일(직업), 두 번째가 재미있는 일(취미), 세 번째가 의미 있는 일(가치실현, 봉사와 나눔)이다.
첫 번째 일은 공부하고 노력하면 되는 일이고, 두 번째 일은 여유가 만들어줄 수 있는 일이다. 세 번째 일은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 일이다. 봉사와 나눔이라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도 허탈한 이유는 내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쳇바퀴 돌 듯 직장생활만 해오다 마침내 중년이 되었는데 제대로 된 취미생활을 해보지 못했다면 어떠할까? 더욱이 모아놓은 돈도 없고, 의미 있는 삶은 꿈도 못 꿔본 남성이라면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겠는가? 서서히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고 삶 자체가 삭막해질 것이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지,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쓰고 살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중년기 우울증이 시작되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은 일상의 짜증을 주변 사람들에게 표현한다는 점이다. 이쯤 되면 주변 동료나 가족들도 짜증을 잘 표현하는 자신을 멀리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짜증을 안 부리는 편안한 남자가 되고 싶은데 겉으로는 그 반대로 보여져서 마음이 괴롭기만 하다. 이 남자에게 짜증은 하나의 증상일 뿐이었다. 그래서 난 생활 속에서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도록 충고해 줬다.
남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격려와 칭찬 속에서 자기 존재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다. 누가 나에게 해주는 의미 부여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내 삶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 하루를 맞이하는 것도, 저녁에 가족들의 얼굴을 마주볼 수 있는 것도, 내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는 것도, 바쁜 시간에 걸려오는 친구들의 전화도, 점심시간 줄 서서 먹는 생계형 점심도, 눈코 뜰 새 없는 분주한 일상들도, 부담스러운 능력 있는 후배도, 내게만 까칠한 직장상사도 모두 내 삶의 의미들이다.
눈을 뜨고 맞이하는 모든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는 의미를 찾아내자. 누가 어떻게 보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한 가지 한 가지 주어진 일들을 꿈의 실현을 향해 나아가는 디딤돌로 생각해 보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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