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소함이 주는 자유를 느껴보자 | news | 2013-06-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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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
어김없이 찾아오는 점심시간,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식당들의 이름을 굴비 엮듯 줄줄이 꿰보지만, 선뜻 입맛 당기는 메뉴가 없다. 사먹는 밥이 다 그렇듯이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독학할 때만 해도 모든 음식들이 하나같이 맛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은 음식이 별로 없다. 오히려 집에서 김치와 김 몇 장으로 먹는 소박한 밥상이 더 맛있다.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내가 원하는 몇 가지 반찬만 있으면 족하다. 늘 먹는 밥상이지만 돈 주고 사먹는 음식보다는 집에서 먹는 소박한 밥상이 더 맛있다. 집에 있는 냉장고는 옛날 어머님이 사용하던 찬장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커서 다양한 음식들을 즐비하다.
어린 시절 학교에 다녀오면 언제나 배가 고파 부엌으로 가서 찬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이 찬장 한쪽에는 저녁밥을 짓기 위해 초벌 삶아 놓은 보리쌀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김없이 난 깨소금 통을 열어 깨소금을 한 숟가락 몰래 먹고는 입을 닦고 나오곤 했다. 뒤돌아보건대 옛날에는 정말 집에 먹을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집에 있는 커다란 냉장고에는 먹을 게 너무 많다. 일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면 밤참을 먹는 습관 때문에 점점 몸매는 점점 D자형으로 변해가고 있다. 요즘은 저녁시간에 간식하나 먹는 것도 신경 쓰인다.
요즘 내가 제일 맛있게 먹는 음식은 값비싸고 기름진 음식이 아니다. 말린 무 시래기로 만든 된장국이다. 된장과 마른 멸치 몇 마리로 맛을 낸 소박한 된장국이 참 맛있다.
어린 시절, 그때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고 감사했다. 명절이 되어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었고, 돈을 모으고 모아야만 가질 수 있는 장난감이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선택의 폭도,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그런데 정작 삶의 만족도는 낮아진 느낌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가질 수 있는 자유가 생겼지만 기쁨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풍요로움이 감사함을 빼앗아버렸다고 할까? 20년 넘게 옷장을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골동품 같은 바바리코트가 있다. 이젠 색도 바랬고 많이 낡았다. 이걸 두르면 양복이 빠져나올 정도로 코트 팔 부분도 짧다. 그런데 겨울이 되면 가장 자주 입는 코트다. 오래된 옷이지만 나에게 가장 정겨운 옷이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중년을 불안해하는 걸까? 많은 것들을 가져야 하고, 많은 것을 예전처럼 지켜야 한다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은 아닐까? 오래된 옷을 20년 이상 입어도 편안하고, 값비싼 음식이 아닌 무 시래기 된장국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면, 우리는 인생의 미래가 불안한 이유를 다시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불고 있는 열풍이 하루에 한 끼를 먹고, 공복상태를 최대한 유지함으로 젊어지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절식이다. 안 먹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적게 먹는다는 것이다. 식사를 하고 난 뒤 공복이 되기 전 다시 식사를 한다. 일반적으로 많은 양의 식사를 하기 때문에 불쾌할 정도로 배가 불러온다. 이러한 식습관이 건강에 매우 나쁘다는 것이다.
이처럼 식사량도 공복상태가 될 정도로 적게 먹는 훈련을 하듯이 생활도 검소해질 필요가 있다. 불필요한 것들을 즐비하게 늘어놓고 사는 것보다 꼭 필요한 몇 가지를 가지고 간편하게 사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년의 검소함은 내게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내 마음이 담긴 물건을 가지고 자기 마음을 어루만지듯 인생에 대한 애정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물건들이 행복을 준다. 별 쓸모도 없는 물건들을 쌓아두고 사는 것은 낭비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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