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 가해자도 이 학교 보내니 ‘천진난만’ | news | 2013-07-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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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농림부 공동 지정 ‘농어촌 인성학교’…인성교육 통해 학교폭력 예방
“배가 고픈 토끼에게 자유롭게 먹이를 줘보세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끼와 대화를 나누고 교감해 보세요.”
전북 완주군 경천면에 위치한 농촌사랑학교. 보호감찰대상인 청소년 10여 명이 이곳을 찾았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대다수인 이들은 토끼에게 먹이를 주면서도 다소 폭력적인 성향을 드러냈다. 먹이를 주기 위해 토끼의 양쪽 귀를 강제로 잡아당기는가 하면, 소리를 지르며 토끼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토끼와 어떻게 교감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이들의 행동에서 평소의 습관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15분정도 지나자 하나둘 집중력이 떨어지는 듯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그늘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뒤 농촌체험지도사가 이들에게 살며시 다가와 토끼와 교감하는 방법을 귀띔해줬다. 농촌 마을의 허허벌판에서 지루해하던 아이들은 다시금 호기심을 갖고 새로운 방식으로 토끼에게 다가갔다. 도망가기만 했던 토끼들도 어느새 이들에게 다가와 먹이를 받아먹었다. 날을 무더웠지만 아이들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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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농어촌인성학교’로 지정한 전북 완주군 경천면에 위치한 농촌사랑학교. |
최근 학교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예방책 가운데 하나로 인성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교육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를 위해 농어촌 체험활동을 활성화하기로 하고, 지난 5월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농촌사랑학교를 ‘농어촌 인성학교’로 지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자살 등의 예방과 해결을 위해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깊이 공감하고, 전국의 농어촌 마을을 대상으로 농어촌 인성학교를 늘려가고 있다.”며 “농어촌인성학교는 농어촌 체험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의 생명존중·배려·협력 등과 같은 인성 함양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부처는 공동으로 농어촌 현장 체험과 연계한 인성교육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개발했으며, 인성학교에 교육과정 개설과 학습시간을 인정해 주기로 했다. 농어촌 인성학교에서는 농촌체험지도사의 지도 아래 정규 교과과정에서는 체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협동심과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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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농촌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초가집 9동과 흙집 2동과 펜션, 강당 등으로 구성한 농어촌인성학교. 약 150명이 숙박할 수 있다. |
6월 18일, 전북 권역에서 농어촌인성학교 지정된 ‘농촌사랑학교’를 찾았다. 학교 주변에는 시골마을답게 2층 이상의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논과 밭으로 이뤄진 인근 양 옆으로 시냇물이 흘르고, 울창한 숲과 산이 주위를 둘러싼 그야말로 청정지대였다. 심심산중에 농촌사랑학교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특히 주변 계곡에는 다슬기, 쉬리 등 토종 물고기들이, 청정지역의 상징인 반딧불이와 함께 서식하고 있었다.
2008년 농림부의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농촌사랑학교는 옛 농촌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초가집 9동과 흙집 2동과 펜션, 강당 등으로 마련돼 있었다. 한 번에 150명이 숙박이 가능하며, 뒷마당에는 1만 평이 넘는 논과 밭으로 구성돼 농사체험을 할 수 있다. 그 옆에는 동물농장이 갖춰져 있고, 오솔길을 따라 산책로도 마련돼 있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에만 수학여행객 3,000여 명이 이곳을 다녀갔다.
박기원 사무장은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과 농촌의 정서를 최대한 살리면서 교육적으로 사회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지난 2011년 농촌사랑학교를 개교하게 됐다.”며 “인성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것을 말한다. 농촌의 생활과 문화를 통해 서로 함께 협동하고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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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성 체험의 대표 프로그램인 경천서당체험은 50년 넘게 훈장으로 활동하는 지역 주민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다. (사진=농촌사랑학교) |
“농촌은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배움터”라고 말한 그는 “땅은 넓은데 도시처럼 높은 건물이 없어서 아이들이 이곳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것이 정서적 안정감이다. 어릴 적부터 경쟁사회에 노출돼 살다보니 농촌에 오면 그런 압박감에서 벗어나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잊고 살았던 자신 본연의 모습을 찾는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곳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경천서당체험, 경천숲체험, 전통검범체험, 생태텃밭체험 등이 있다. 농촌체험지도사와 지역민들이 교사로 나선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경천서당체험은 과거 경천면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훈장님이 직접 나와서 강의를 한다. 전통검법체험은 목검을 통해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프로그램이다.
박 사무장은 “폭력·왕따 등은 모두 아이들이 내면에 갖고 있는 다양성을 충족시키지 못한 데서 오는 것”이라며 “이곳에서는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는 아이들이 각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게 직접 프로그램을 선택, 깊이 있는 체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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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텃밭체험’은 수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수확 전 단계에 모두 참여해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농촌사랑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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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키워보기 힘든 토끼, 닭 등을 키워보면서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청소년들의 모습. (사진=농촌사랑학교) |
“본인이 원하는 수확 단계에 참여해보세요. 작물 심고 싶은 사람은 왼쪽에, 잡초를 제거하고 싶은 사람은 오른쪽으로 들어가세요.”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은 ‘텃밭 체험’이다. 텃밭 체험은 수확의 전 과정을 직접 체험해봄으로서 사계절이 주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뒷마당에 있는 1만 평 밭에는 구획마다 김 메기, 작물 심기, 잡초 제거하기 등 각 수확 단계별로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나눠져 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할 지 몰라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쳐다보던 아이들이 하나둘 텃밭으로 들어갔다.
최 모(15) 군은 “처음엔 주어진 일이 없어 무엇을 해야 할 지 난감했는데, 친구들과 함께 협동해 무언가를 이뤄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특히, 중간에 고구마 밭이 너무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지만 우리보다 더 힘든 구역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도 해보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어려움이 닥치면 금세 포기하곤 했는데, 어렵게 일군 밭을 보니 처음으로 성취감도 맛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동물농장에서 토끼 먹이 체험을 마치고 돌아온 이 모(17) 군은 “먹이를 줄 때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평소처럼 무섭게 행동했는데, 그 반응이 마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먹이를 주니 토끼가 잘 받아먹더라. 주위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일부러 거칠게 행동했던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상처가 됐을지 생각하게 됐다. 앞으로는 쑥스러워도 먼저 웃으며 다가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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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사랑학교의 수업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수학여행 1번지로도 인기가 높다. (사진=농촌사랑학교) |
또 사회성 체험 프로그램 중에는 홀로 자라는 아이들을 위해 형제들 간의 우애를 느껴보는 ‘형제자매 체험’도 있다. 이는 6명이 형제가 돼 ‘떡 메치고 인절미를 만들기’ ‘6남매 봉숭아물들이기’ ‘조선 시대 밥상 체험’ 등의 역할을 함께 해봄으로서 공동체의 중요성과 사회성을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농어촌체험교육이 학생들의 인격 형성과 순화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고, 이미 1990년대부터 농어촌체험 인성교육을 본격화해왔다. 프랑스에서는 2000년대 초반 전역에 걸쳐 1,600개의 교육농장 인증을 추진했으며, 일본은 2008년부터 3개 정부부처가 연대해 초등학생의 농어촌 장기 숙박체험을 지원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어촌 인성학교는 도시 위주의 체험학습을 농어촌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어릴 적 인성교육은 학교 졸업 후 대학과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도 하반기에는 전국에 약 200곳을 지정해 농어촌 체험교육을 조기에 정착시켜나간다는 계획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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