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전 비행소년, 판사돼 '과거의 나' 보듬는다 | news | 2013-0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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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소년서 소년사건 전문 법관된 고춘순 판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대법원 소식지 '법원사람들'에서 비행소년이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한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판사. 2013. 7.10 <<사회부 기사 참조>> photo@yna.co.kr |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판사 자기고백
"법정에서 25년 전 나와 내 친구들 같은 아이들을 다시 만납니다. 자신이 보석처럼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한 때 찢어지게 가난해 '비행'의 늪에 빠졌던 시골 소년은 가사·소년사건을 심리하는 법관으로 거듭나 법대 위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고춘순(42·사법연수원 33기) 대전가정법원 판사 얘기다.
10일 대법원이 최근 펴낸 소식지 '법원사람들'(통권 339호)에 따르면 고 판사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강원도 영월 산골에서 태어나 어려운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법관이 됐다.
고 판사에게 위기가 찾아온 것은 중학교 3학년이던 1986년. 탄광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무너진 갱도에 깔려 척추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랜 기간 입원하면서 소년은 혼자 남았다.
새벽 차를 타고 먼 학교를 오가느라 미처 땔감을 마련하지 못한 소년은 그해 겨울 얼음장 같은 방에 불을 지피지 못한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이듬해 소년은 가까스로 인문계 고등학교인 영월고에 입학했다. 형편상 인문계고 진학이 엄두가 나지 않아 공고에 가기로 마음먹었던 차에 큰 형수가 뒷바라지를 자청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무색하게 고등학교에서 '비행'에 빠져들었다. 뒤늦게 인문계로 진로를 결정하고서 4월에야 교과서도 없이 첫 등교를 한 소년 주변으로 흡연과 음주를 일삼는 불량 학생이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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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소년서 소년사건 전문 법관된 고춘순 판사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대법원 소식지 '법원사람들'에서 비행소년이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소개한 고춘순 대전가정법원 판사. 2013. 7.10 <<사회부 기사 참조>> photo@yna.co.kr |
한 번은 친구가 훔쳐온 오토바이를 무면허로 몰다가 오토바이 주인과 마주쳐 경찰서에 갈 뻔한 일도 있었다. 피해자와 어렵사리 합의한 어머니는 "다시는 안 그러리라 믿는다"며 더 이상 훈계하지 않았다. 소년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사법시험에 붙기까지 눈물의 수험 생활이 이어졌다. 고시원 야간 총무로 고학을 하면서도 학원 수강료와 생활비를 충당하기 버거워 일주일이 넘도록 밀가루로 수제비를 빚어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서른이 되던 해 겨울, 비로소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판사 임용 뒤 대전지법, 청주지법 등을 거쳐 대전가정법원에서 소년 사건을 맡게 됐다.
고 판사는 소식지를 통해 이같은 삶의 이야기를 '소년 분류심사서' 형식으로 익살스럽게 풀어냈다. 고등학교 때 훔친 오토바이를 운전한 사건을 '장물취득·무면허운전 혐의'로 끄집어낸 것이다.
가정법원에서 기획·공보 업무를 함께 맡은 고 판사는 이 글의 말미에서 "(판사로 일하는) 현재는 업무가 과중해 스트레스가 누적되는 등 위험요인이 있으므로 적절한 '보호처분'이 필요하다"며 뼈있는 농담도 있지 않았다.
고 판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이들이 커 나가는 과정에서 한 번씩 일탈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성이 나쁘다고 단정짓기보다 주변 상황을 살펴보게 된다"고 말했다.
고 판사는 "(비행 소년의) 자존감을 길러주면 법을 지키려는 의지도 더불어 생긴다고 믿는다. 재판 중에도 그렇게 해주려 애쓴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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