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정릉초 교사 학습동아리 ‘마중물 퐁퐁 행복 팡팡’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마중물을 붓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르침을 주기 위해 교사들이 협력해 나가면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정릉초교의 이승미(여·48) 교사는 여름방학이 한창인 31일 교사 학습연구동아리 ‘마중물퐁퐁 행복팡팡’의 교사 15명과 함께 학교에 모여 2학기 학습 방법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마중물퐁퐁 행복팡팡’은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이 교사를 포함해 경력 20년차 이상 교사 5명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고 서로의 수업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더 나은 수업 방법을 연구하는 동아리. 이를 통해 수업의 흥미를 높이는 다양한 협동학습 프로그램들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사는 “초등학교 교사들의 경우 각자 자기 교실에서 전과목을 가르치다 보니 다른 교사들과 잘 소통하지 않는다”면서 “학습과 생활지도의 어려운 문제들을 서로 나누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면 좋은 교육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동아리 모임을 통해 교사들이 스스로 개발한 학습 방법들을 수업에 적용하고 이를 동영상으로 기록해 그 효과들을 다시 연구하고 발전시켜나간다. 정기적 공개수업 외에도 자율적으로 공개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표적프로그램은 ‘하나 남고 셋가기’라는 모둠활동이다. 우선 4명으로 이뤄진 각 모둠이 하나의 주제를 공부해오고 이 중 한 명은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자리에 남아있는다. 나머지 3명이 각각 다른 모둠으로 가 그 모둠의 ‘전문가’에게서 다른 주제에 대해 배워온다. 그 후 3명의 아이들은 모둠으로 돌아와 자신이 배운 내용을 서로 설명해준다. 이 교사는 “이런 협동 수업 방법들을 통해 아이들 모두가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동아리를 통해 학습 방법뿐 아니라 생활지도 방법도 개선시켜 나가고 있다. 위숙명(여·52) 교사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반항만 하는 학생들을 다루기 어려웠었는데 협동 학습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 태도도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위 교사의 반에는 가정형편도 어렵고, 공부를 잘 하지 못해 집에서는 온라인 게임에만 빠져지내고 학교에서는 친구들을 때리는 아이 3명이 있었다. 위 교사가 반 아이들이 다같이 협동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면서 다른 아이들이 이 3명의 아이들을 먼저 감싸기 시작했다. 모두가 참여해야 성과를 낼 수 있었기 때문에 반 아이들은 이 3명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왔고, 아이들은 좋은 친구가 됐다.

베테랑 교사들은 새내기 교사들에게도 이 같은 노하우를 전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경력 3년차 미만인 11명의 교사들도 동아리에 참여하도록 했다. 경력이 높은 교사들의 경험을 나누고, 새내기 교사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들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교사가 된 임형남(여·24) 교사는 “대학을 갓 졸업하고 교사가 돼 교과 내용 외의 생활 지도는 막막했는데 선배 교사들에게 여러 방법을 배울 수 있어 좋다”면서 “선배들의 열정을 보면서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자신의 아이디어와 선배 교사들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2주일의 사회적 기술’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칭찬, 배려 등 하나의 주제를 2주일 동안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도록 하는 것.

위 교사는 “교사에게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고, 사회의 훌륭한 일원이 되도록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 무거운 책임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