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각장애인 위한 ‘점자블록’ 있으나 마나 | news | 2012-05-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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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직접 체험한 기자, 한 발 떼는 것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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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진 지 불과 10분…'다급함'과 '긴장'만이
체험에 앞서 건물 옥상에 올라 안대를 착용하고 손을 이용, 상부와 하부를 보호한채 걷는 연습을 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박승만 씨의 지도가 있었음에도 불구, 안대를 끼고 나니 형체를 짐작조차 할 수 없어 생긴 두려움으로 머릿속은 온통 백지상태였다. 한 발을 내딛는 데 조차 '결심'이 필요했다. 안전하단 말을 들었지만 '무언가 내 발에 걸리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떠나질 않았다. 그렇게 100여 미터를 걸었을까. 잠시 안대를 벗고 확인해보니 실제로 왔다갔다한 거리는 20여 미터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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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연습을 마친 뒤 이동해 본격적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의 한 구역 전체로 정했다. 다시 안대를 끼고 지팡이를 쥐었다. 조용했던 옥상과는 달리 깜깜한 어둠 속에서 '쌩쌩'하고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 오감이 곤두섰다. 평소 거리에서 느꼈던 일상적인 평온함은 사라지고 끊임 없이 다급함만 몰려왔다. 웃고 떠들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배달가는 오토바이들도 신경쓰였다. '부딪히면 어떡하지'란 생각에 지팡이와 걸음걸이는 계속 꼬였다. 소리가 크게 들릴 때마다 가다서다를 반복했다.
10분 정도 지난 후에야 간신히 한 모퉁이를 돌았다. 걷기 시작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잔뜩 긴장하고 걷느라 어깨가 뻐끈해 왔다. '잘하고 있다'는 박씨의 말에 힘을 내서 한발 한발 떼어봤지만, 지팡이에 무언가 부딪힐 때마다 기자의 걸음걸이는 멈칫했다.
■엉뚱하게 설치된 '점자블록'…그마저도 별로 없어
순간 딱딱한 플라스틱 물체가 지팡이에 걸렸다. '탁탁'치니 누군가가 뛰어나왔다. 소리의 주인이었다. 주인이 나오는 소리에 안대를 벗으려 하자 동료기자는 '오토바이'라고 가르쳐 줬다. 오토바이 주인에게 미안하다 말하려던 찰나, 인도에 오토바이가 올라와 있단 사실에 불편함이 느껴졌다. 비장애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사소한 것도 시각장애인들에겐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거대한 장벽'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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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끝에 한 구역을 40여분에 걸쳐 완주(?)했다. 땀을 흘리지도 않고, 격하게 움직이지 않았지만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니 고단함이 금세 몰려왔다. 평소엔 생각조차 못했던 여러 장애물들이 시각장애인들의 '걸음'과 '일상'을 막아서고 있었다.
■'미관'을 이유로 대다수 사라진 시각장애인의 '눈'
비장애인들에게 '걷기'는 말 그대로 '걷는다'를 의미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의 '걷기'는 '방향설정과 이동(Orientation & Mobility)'이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일종의 '도전'과 같다. 앞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다보니 온 몸의 감각을 모두 동원해 '이 길로 가는 것이 맞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 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점자블록'이다. 선형 점자블록은 보행 방향을 제시해주고, 점형 점자블록은 길이 끝났으니 일단 정지하라는 신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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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하게 설치된 '볼라드(Bollard, 자동차 진입억제용 단주)'도 문제다. 이따금 도로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인도를 침범하는 자동차들 때문에 설치하기 시작했지만 애꿎은 시각장애인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 '교통약자의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진입 억제용 볼라드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면 안된다.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규격(높이 80∼100㎝ 내외, 지름 10∼20㎝ 내외, 간격 1.5m 내외)에 맞게 설치돼야 하고 보행자들이 넘어지거나 부딪힐 때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거리 곳곳에는 딱딱한 대리석 볼라드, 높이가 낮아 걸려 넘어지기 쉬운 볼라드 천지라 시각장애인들이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이 경우 걸려 넘어지는 것은 물론, 교통사고와 같은 2차 피해까지 있어 우려가 크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민들은 대개 볼라드 위에 걸터앉아 쉬거나 잠시 짐을 올려놓는다. 이 연구원은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켜 보려고 2010년 10월 서울시청 앞에서 '볼라드 뽀개기' 퍼포먼스를 펼쳤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장애인 독립생활(IL, Independent Livin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가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시민의 목소리에 한층 귀 기울이고 있다"고 다행스러워 하며 "한국 장애인인권포럼 상임이사였던 양원태씨가 장애인 명예 부시장이 됐고, 지난 2월 중순부터 장애인과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이동편의 자문단 '마실그룹'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공감'을 강조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25만 시각장애인'을 대하는 비장애인들의 자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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