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무 스트레스마저 즐긴다는 장애인 근로자들 | news | 2013-09-06 |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주)위드유 찾아가보니…연봉·처우 똑같은 조건서 경쟁
#1. 지난 8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안양시 모 장애인복지시설의 요양보호사 A씨 등 2명을 지적장애인 상습폭행 및 학대, 시설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안양시장에게 이 시설을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
#2. 지난 1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양봉업자에게 금전 착취를 당해온 지적장애인이 횡령, 임금 체불 등에 대한 조치와 법률 구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임금 체불부터 상습 폭행까지, 장애인들의 부당한 처우와 관련된 뉴스를 종종 접할수 있다. 몸도 불편한 장애인들이 이처럼 부당한 환경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 장애인 관련 기관에 근무하는 한 익명의 복지사는 “장애인 취업시장이 워낙 좁다보니 부당한 대우에 항의라도 하면 이직할 때 일반 근로자에 비해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고, 고용주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 임금보다 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더라도 그나마 수입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참고 일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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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취업박람회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스에서 장애인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위드유) |
그런데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만큼은 장애인 부당 처우란 다른 세상의 이야기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은 모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할 목적으로 설립한 자회사로, 모회사가 업무 특성 등의 이유로 장애인의 직접 고용이 힘들 경우를 위해 떠오른 대안이다.
모회사가 최소 10명의 장애인 고용, 상시 근로자 중 장애인 비중 30% 이상, 상시 근로자 중 중증장애인 비중 15%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모회사가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정부가 설립·운영 자금을 지원한다.
장애인 고용이 어느 정도 활성화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7월 통신업계 최초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산업장을 설립한 LG유플러스의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위드유를 찾아가봤다.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위드유는 이동통신 가입 서류 검수, 온라인 마케팅 활동 모니터링, 착하 불량 단말기 검수 등 LG유플러스 사업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총 75명의 근로자 중 24명의 장애인(중증장애인 14명)을 고용하고 있다.
위드유의 오주영 센터장은 “위드유가 설립되기 전 비장애인 직원들이 이 업무를 맡았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은 업무라서 장애인에게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른 사업장의 경우 장애인이 쉽게 할 수 있는 단순 업무를 도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사업장은 일반인들과 동일한 업무를 부여하고, 월급과 성과급, 처우 등 모든 부분에서 똑같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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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주)위드유 사내에 설치된 편의시설. 소파 옆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비워뒀다. |
오 센터장은 “장애인 근로자를 채용할 때, 거동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검수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지 능력과 컴퓨터 사용 능력 위주로 채용하기 때문에 중증장애인으로 분류되더라도 인지 능력과 컴퓨터 능력만 우수하면 채용이 가능하다.”며 “일반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애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장애인 근로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근로자 세 명을 익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모두 “채용된 사실만으로도 행복한데, 근무 환경까지 최상이니 더할 나위가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체장애를 갖고 있는 근로자 A씨는 “기존 회사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면접만 보러 가도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였는데, 이곳에서는 장애와는 상관 없이 업무 능력만으로 채용하기 때문에 면접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졌다.”며 “당당하게 내 힘으로 입사했다는 느낌에 자부심도 컸다.”고 설명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인 (주) 위드유 개소식 모습 [사진=장애인고용촉진공단]](http://www.korea.kr/newsWeb/resources/attaches/2013.08/19/C(3).jpg) |
| LG유플러스는 7월 4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시흥고객센터에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주)위드유 출범식을 개최했다. (사진=장애인고용촉진공단) |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근로자 B씨는 “청각 장애의 경우 시각에는 문제가 없어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검수 업무에는 자신 있었지만 일반 회사에서는 전화 응대할 일이 너무 많아 지치곤 했는데, 이곳에서는 전화 대신 이메일을 통해 거래처와 응대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은 점이 좋았다.”며 “이메일로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고, 피로감도 덜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 C씨는 “이전 회사에서 근무할 때 업무보다는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더 컸다. 회식이나 사내 행사 때는 연락해주는 사람 하나 없어 은근히 무시당한다는 느낌도 들었다.”며 “반면, 이곳에선 팀 단위로 일을 하며,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도 많고, 상사들도 장애인의 특성을 잘 알고 배려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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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는 휠체어에 앉아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사진=(주위드유) |
이곳에 근무하는 장애인들은 모두 과거 부당한 대우를 한 번식은 경험한 적이 있었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퇴사를 권고받지는 않았지만, 그런 부당한 대우가 퇴사를 고민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부당한 대우나 임금 체불과 같은 단어들에 대해서는 이미 잊은 지 오래라고 했다.
그런 그들에게도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는 일반 직장인과 다를 바 없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이라고 해서 장애인들에게 더 큰 성과급을 준다거나, 특별히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근로 성과나 인센티브, 연봉 등 모두 부분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똑같은 수준에서 경쟁해야 한다.
㈜위드유의 오주영 센터장은 “우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다만, 장애인이라고 해서 더 큰 혜택을 주는 건 아니다. 똑같이 경쟁하고, 성과를 낸 만큼 대우 받는다.”며 “처음에는 장애인들의 업무 성과가 비장애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지만,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지나면 일반인 못지않은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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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들이 근무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통로를 넓히고, 최적의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전화 응대 등의 불편함을 줄였다. |
인터뷰에 응한 장애인 근로자들은 “주변의 장애인 근로자들을 만나보면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의 근로자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행복”이라며 “이 제도가 더 확대돼 많은 장애인 근로자들이 제대로 된 근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위드유 한양희 대표는 “위드유는 회사명 자체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없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며, “장애인에게 적합한 직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애인들이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로 자립해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위드유는 고객 사은품 배송업무 등 서비스 영역을 순차적으로 확장함은 물론 장애인 채용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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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에서는 장애인 채용 전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교육을 통해 직장 내 문화를 바꿔가고 있다. 사진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모두가 어우러져 함께 야구 응원을 하는 모습. (사진=(주)위드유) |
한편, 정부는 지난 5년간(2008~2012년)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2.0%(2009년)에서 2.3%(2010년), 2.5%(2012년)로 매년 단계적으로 상향해왔고, 그 결과 2007년 10만7천 개이던 의무고용 일자리 수가 2012년 6월 말 16만6천 개로 55.1% 증가했다.
아울러 정부는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는 사업장인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설립을 지원함으로써 장애인 3,064명(중증 2,161명, 2012년 9월)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2012년 6월말 현재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에 고용된 장애인은 139,837명이다. 이는 2007년(89,546명) 대비 56.2% 증가한 수치다. 고용률도 2.4%로 0.86%p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장애인 고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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