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전 뇌종양 앓았던 김정순씨 서울대병원서 10년째 호스피스

"아유, 오늘 제 손이 호강하네요. 다리가 참 예뻐요."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혜화동 서울대병원 완화의료(호스피스) 병동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말기 암 환자 등 중증 질환자와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이 모인 병동에서 드문 일이다. 웃음꽃의 주인공은 위암 말기 환자의 다리를 주물러주고 있던 김정순(59)씨. 그녀는 10년째 한 주도 빠지지 않고 호스피스 봉사를 하고 있다. 그녀의 별명이 '김드리 헵번'이다. 짧은 커트 머리와 봉사하는 아름다운 삶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과 닮았다고 해 환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김씨는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든다"며 빨간 지갑 속에 있던 메모를 보여줬다. '네가 나이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한 손은 네 스스로를, 다른 한 손은 남을 돕는 손이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오드리 헵번이 자녀에게 남긴 글이래요. 제 신조로 삼고 있죠."

그녀는 환자를 만질 때마다 "내 손이 호강한다", "발이 아주 예뻐서 입맞춤해주고 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한다. "환자들이 봉사 받는 것을 미안해하고, 앙상하고 냄새 나는 몸을 부끄러워하거든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봉사하는 김씨는 20년 전 뇌종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었다. 그녀는 "그때의 기억 때문에 호스피스 봉사를 시작했다"고 했다. "대수술을 여러 차례 받고 살아났죠. 아파 보니까 환자들과 가족의 마음을 알겠더라고요."

김씨는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한다. 2006년엔 '케어복지사 자격증'을, 2010년엔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땄고, 현재는 방송대 교육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김씨는 "환자들은 저에게 봉사자라는 귀중한 업(業)을 주신 소중한 분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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