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작 반값에 보는 동네극장!…‘작은 영화관’ 1호점 탄생 | news | 2013-09-16 |
5일, 김제 ‘지평선 시네마’ 전국 1호점 개관…내년까지 전국 22곳으로 확대
“전국 1호 작은 영화관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9월 5일, 전북 김제시에 작은 영화관 대한민국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지평선 시네마’라는 이름의 이 영화관은 김제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최신 영화를 최고의 시설에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곳이다. 이날 개관식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해 작은 영화관의 공식 개관을 알렸다.
지평선 시네마 앞에서는 개관식 몇 시간 전부터 마을 잔치가 열린 듯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웠다. 이날 개관식 현장에는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김완주 전북시장, 영화 ‘만추’의 김태용 영화감독 및 시민 200여 명이 참석해 영화관 입구가 발 디딜 곳이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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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5일, 전국 1호 작은 영화관이 전북 김제시에서 공식 개관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관을 축하하며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1980년대까지만 해도 김제 시내에는 영화관이 4개나 있을 정도로, 전북 지역에서도 인구 밀도가 높고, 문화공간이 많은 곳 중 하나였다. 그러나 청년층이 도시로 떠나면서 수지타산이 맞지 않자 영화관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 김제시의 마지막 영화관이었던 제일극장이 1993년 문을 닫기에 이른다.
김제 지평선 시네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간 영화 향유권 격차 해소를 위해 작은 영화관 건립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문을 연 전국 1호 작은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은 김제시 5억5,000만 원, 전라북도 3억5,000만 원, 전북은행 1억 원 등 총 10억 원의 비용을 투입, 김제 청소년수련관 1층에 2개관, 총 99석 규모로 마련됐다.
김홍기 김제시 홍보담당관은 “100명도 채 들어가지 않는 작은 영화관 하나 생긴 것 갖고 무슨 호들갑이냐고 하시겠지만 우리에겐 일자리보다 더 절실한 문제였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주민들 대부분이 영화관이 언제 문을 닫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영화를 보고 싶어도 교통편이 좋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간혹 이벤트 형식으로 학교 강당을 빌려 한참이나 지난 영화를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며 작은 영화관 개관을 반겼다.
30여 분의 개관식 행사를 마치고 영화관 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영화관답게 입구부터 아담했다. 3명이 동시에 입장하기에도 빠듯했지만, 내부로 들어서자 2개의 매표소와 1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휴게실 등 도심의 멀티플렉스 못지않은 시설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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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1호로 문을 연 지평선 시네마의 내부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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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모는 작지만 여느 영화관 못지 않은 최신 시설을 자랑한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 ‘엘리시움’과 ‘스파이’가 상영 중이다. |
작은 영화관이라고 해서 철지난 영화나 케이블에서 재탕 삼탕 하는 영화들을 틀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해이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만 봐도 ‘엘리시움’, ‘스파이’ 등 최신 개봉작들이다. 반면 가격은 5천 원으로, 도심 지역 영화관 대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 특히 제1관은 65석 규모로 3D영화도 상영할 수 있는 최신 시설을 갖췄다. 영화관에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5회에 걸쳐 최신 영화가 상영된다.
전국 1호로 개관한 작은 영화관을 찾은 시민들은 한결같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관이 생겼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삼삼오오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나이는 많아도 젊은이 못지않은 영화광이라고 밝힌 신길례(75) 씨는 “20여 년 전만 해도 시내에 영화관이 있을 때는 한 달에 몇 번이고 영화를 보러갔다.”며 “영화관이 없어진 후론 집에서 해주는 특선영화만 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포스터가 붙여진 벽면이 신기한 듯 여럿 차례 쓰다듬으며 영화표를 예매하러 발길을 돌렸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신 씨는 “대문짝 만한 화면에 최신 음향시설을 갖춘 시설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이처럼 김제 시민들은 작은 영화관이 생기기 전에는 영화를 보기 위해 전주·군산·익산 등으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기본적으로 2~3번은 환승해야 하는 탓에 영화 1편을 보려면 꼬박 하루를 소비해야 했다. 주말이면 영화를 보러 전주를 찾는다는 곽영성(24) 씨는 “거리가 멀어 평일에 영화를 보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 “최신 개봉작을 언제든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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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 김제시 생활문화체육회관에 위치한 지평선 시네마의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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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극장이 20년 만에 부활한다는 소식에 영화 나들이를 나선 70대 할머니들이 즐거워하고 있다. |
이날 개관식에 이어 지평선 시네마에서는 특별 시사회도 열렸다. 시사회에서는 아직 개봉도 하지 않는 최신작인 영화 ‘관상’이 상영됐다. 여기에 특별 행사로 김제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한국 영화인 ‘청춘의 십자로’ 변사 공연(총감독 김태용)이 한국영상자료원 주관으로 상영됐다.
첫 상영작인 영화 ‘관상’을 관람한 김 모(40·남) 씨는 “규모만 작을 뿐 도심의 멀티플렉스 못지않게 좋다.”며 “아직 개봉도 안한 영화를 볼 수 있어 설레고, 규모가 작으니 오히려 조용하고 아담해서 편했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부 최 모(38) 씨도 “아이들이 영화를 보여달라고 할 때마다 곤욕이었다.”며 “자동차가 없으니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전주라도 나가려면 영화관에 도착하기 전부터 벌써 지치곤 했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할 계획”이라며 미소지었다.
김제시처럼 영화관이 사라진 곳은 전국 지자체 가운데 109곳이나 된다. 특히 전남의 경우, 22개 시·군·구 중 극장 부재 지역이 무려 19곳이나 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 인력, 문화 자원, 인프라 향유 및 복지 등 지역문화지표 38개 항목을 조사한 결과, 문화지표 순위 전체 50위권 내에 군 단위 지자체는 단 5개뿐이었다. 전국 지자체 중 32개 지자체만이 문화 정책을 수립, 추진하고 있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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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 시네마 제1관(65석)에서는 영화 ‘관상’의 특별시사회도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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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보고 나온 시민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이에 정부는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올해 작은 영화관 20곳을 건립하는 것을 비롯해 오는 2017년까지 90곳을 순차적으로 건립할 계획이다. 박병우 문화체육관광부 영상콘텐츠산업과장은 “다양한 운영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사회적 기업 또는 사회적 협동조합 형태와 더불어 지자체 직영, 문화 관련 비영리기관 위탁, 기존 민간기업 위탁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작은 영화관을 활성화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영화관이 없는 곳이 120개 정도 된다.”며 “작은 영화관 건립 사업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융성’과 ‘문화가 있는 삶’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문화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은 영화관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작은 영화관에 대한 영화 부과금 면제와 고전·다양성 영화 기획 상영전, 각종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작은 영화관 건립·운영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영화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작은 영화관 운영자문단’을 운영하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까지 전국에 최소 22곳의 작은 영화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극장 하나로 ‘문화 1번지’가 된 김제시의 작은 영화관처럼 전국의 문화소외지역에 문화의 향기가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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