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바로 걷는게 내 꿈…노래하면 장애도 고통도 잊어 | news | 2013-09-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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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보고 싶어요, 온전한 눈빛으로. 똑바로 걷고 싶어요, 곁눈질 하긴 싫어요."
조명이 거동이 불편한 두 사람을 비췄다. 서 있기 어려워 휠체어에 의지한 채 '똑바로 걷고 싶어요'를 노래하는 그들을 보며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발음이 새고, 음정은 불안정했지만 그래서 더 귀를 기울여 가사를 듣게 된다.
무대에 오르기 전, 그 가운데 한 명인 백발의 한대영 씨(54). 붉은 눈동자와 새하얀 피부, 백발을 지닌 그는 백색증후군(알비뇨증)과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 네 살 때부터 일산에 있는 홀트복지타운에서 생활해 왔다.
홀트장애인합창단 단원이 된 지는 10년이 넘었다. 이 합창단의 공연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를 잊기 힘들다. 독특한 외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늘 앞장서서 무대로 나와 아들ㆍ딸뻘인 단원들을 챙기는 모습 때문이다.
그가 이번엔 휠체어에 의지한 채 무대에 섰다. 올해 초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위의 대부분을 절제한 뒤 항암치료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지만 항암치료로 인해 기력을 상실한 상황. 의사와 복지관 식구들은 모두 공연을 쉬어야 한다고 말렸다.
하지만 정신연령 3세 수준인 지적장애 1급의 한대영 씨는 거듭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그의 고집에 손을 들었다. 최근 공연은 그가 무대에 설 수 있는 아마도 마지막 공연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씨는 모두에게 '형'으로 불리고, 사람들을 '누나' 혹은 '형'이라고 부른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을 묻자 "다 좋아요. 특히 홀트 누나와 소나무 할아버지"라고 답한다. 홀트 누나는 40년 전부터 그와 함께했던 홀트아동복지회의 말리 홀트 여사다. 소나무 할아버지는 11년 전부터 합창단을 후원해 온 이종호 JW중외제약 회장이다.
오심 증상 때문에 오래 서 있지 못하고 앉아 있는 그에게 '많이 아프냐'고 물어도 고개를 흔든다. "안 아파요. 괜찮아요. 정말로. 진짜로. 그런데 또 공연 언제 해요?"
항암치료가 다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이 뭐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내년 공연, 내년 공연이요"라고 답한다.
노래를 하겠다는 고집은 누구보다 세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은 순순히 받아들였다. 수술을 받기 전 그는 "누나, 나는 왜 아파야 해?"라고 물어 사람들을 울렸다. 하지만 "형, 누구나 아플 수 있어요. 감기처럼 금방 아프고 낫는 병에 걸릴 수도 있지만 형처럼 조금 더 많이 아플 수도 있어"라는 설명에 금세 고개를 끄덕인다. "아 누나도 아팠었어? 아프지 말아요. 아프면 엄청 화나고 짜증나."
아프지 않다고 우겨대던 한씨는 결국 이날도 무대에 섰다. 그리고 불안하고 어눌한 음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를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6개월 동안 외우고 또 외우며 온몸에 새겼던 노래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그에게 '가사를 이해하고 감정을 노래에 담으라'며 충고한다.
하지만 가사를 이해하지 못한 채 틀린 음정으로 부르는 그의 노래가 더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순수하고 솔직했던 그의 삶이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허울뿐인 육신 속에 참 빛을 심게 하시고, 가식뿐인 세상 속에 밀알로 썩게 하소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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