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번째 새끼기린 출산…'다산왕 장순이' 사육사 김종갑씨 | news | 2013-10-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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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사람처럼 인연이란 게 있어요.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해주고 싶어하는 정성이 더 중요해요. 그래야 상대의 마음을 얻죠. 자기 혼자 좋아하면 오래 못 가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26년째 기린을 키우는 사육사 김종갑 씨(45). 지난달 18번째 새끼를 낳아 '다산왕'으로 기네스북에 오른 기린 장순이 부부와 '입사 동기'다.
경북 상주에서 농사짓는 부모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집에서 닭과 토끼, 염소를 보며 자랐다. 김천농공고에 입학해선 소, 돼지를 키우는 법을 배웠다. 학교 추천으로 입사한 에버랜드에서 처음으로 기린을 돌보게 됐고 지금은 '기린 아빠'로 통한다.
"초식 동물과 잘 맞더라고요." 대부분의 사육사 지망생들이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를 키우고 싶어하지만 김씨는 달랐다. 그는 육식동물에 비해 덩치가 크고 온순한 초식동물이 좋았다.
그의 일과는 새벽 6시쯤 출근해서 동물들과 아침인사를 하고 상태를 점검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키가 1.8ｍ는 거뜬히 넘는 기린에게 하루 30㎏씩 먹이를 수시로 주고 운동을 시키고 200여 개에 달하는 똥의 개수까지 세어가면서 건강상태를 점검한다. 김씨는 장순이를 비롯해 세계 최초로 말하는 코끼리인 코식이를 키워내 '사육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도 불린다.
코끼리에게는 하루 100㎏ 이상을 먹이고 100㎏ 넘는 배설물을 치운다. 기린과 코끼리 우리를 청소하고 마지막으로 동물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그의 하루 일과는 막을 내린다.
김씨는 "동물을 키우는 것은 사람을 키우는 일과 다를 게 하나도 없죠. 남들 눈에는 지루하고 고되어 보이지만 자식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지요"라며 웃는다. 오랜 세월 동안 다져진 동물 사랑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하다.
김 사육사는 "동물은 말을 못하니까 사육사가 솔직해야 돼요. 동물이 아픈 게 자기 탓인 것 같아서 행여나 거짓말로 일지를 쓰면 동물이 치료를 제때 받을 수 없어 더 아프게 돼요. 저도 그런 실수를 한 번 하고 나서 깨닫게 된 거예요"라고 강조한다.
그의 돌봄을 받는 장순이는 지난달 낳은 새끼와 함께 지내며 산후조리 중이다. 네 살인 1990년이 되던 해 첫 출산을 한 이후 총 18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프랑스 파리 동물원의 람바(1982∼2005)와 함께 다산 공동 1위였지만 올해 들어 다산왕이 됐다. 세 살 때부터 임신이 가능한 기린의 임신 기간은 약 15개월이다. 보통 20~22개월에 한 번씩 새끼를 낳지만 장순이는 2개월 만에 회복해 평균 17~18개월에 한 번꼴로 새끼를 낳았다. 1997년에는 쌍둥이 기린을 낳기도 했다.
"기린마다 얼굴에 난 그물 무늬가 다르지요. 암컷 기린은 새침하고 낯을 가려요." 남들 눈엔 다 똑같지만 김씨는 기린 한 마리, 한 마리의 성격과 얼굴, 그날 그날의 기분을 척척 파악할 줄 안다. 그는 "장순이는 사과를 좋아하고 애교가 많아요. 동갑내기 남편인 장달이는 근대잎을 좋아하는데 장순이는 암컷이라고 달콤한 게 좋나봐요"라고 귀띔했다. 기린 장순이 커플의 다산 비결을 묻자 김씨는 "건강은 기본이고 금실이 좋아야죠. 장순이 커플은 늘 붙어다녀요. 장달이도 어린 암컷 기린 말고 나이든 장순이를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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