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도국 청소년들 ‘금전’ 아닌 ‘문화’로 돕는다 | news | 2013-11-06 |
외교부-한예종, 개도국 문화꿈나무 초청 무료 예술교육…문화 통한 동반성장 기대
작품이 진열되고 그 앞에서 진지하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학생들. 그리고 그들 주변으로 이를 깊이 경청하며 영감을 나누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들. ‘개도국 문화꿈나무 아트캠프’의 공식 행사 마지막 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풍경이다.
외교부와 한국예술종합학교 공동 주관으로 지난 10월 7일~18일 2주간 개도국 문화꿈나무 아트캠프가 개최됐다. 예술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여건상 예술적 재능을 심화시킬 기회를 갖지 못한 개도국 학생들을 초대해 프로젝트 워크숍 및 개인 레슨, 한국문화 탐방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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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방글라데시 아프로자 호자인(Afroza Hossain)양이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공식 행사 마지막 날 발표회가 진행됐다. |
이번 아트캠프는 지난 여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및 학생 봉사단 (팀별 10명, 총 3팀)이 방글라데시, 인도, 스리랑카를 방문해 예술대학 및 음악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펼친 예술 교육 봉사 활동을 1차로 하며, 이 기간 동안 개도국 학생 10명을 선발, 초청해 이번 2차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음악인을 꿈꾸는 3명의 인도 학생은 음악원 김대진, 임웅균 교수의 지도 아래 피아노와 성악의 개인 레슨과 합주를, 6명의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학생들은 미술원에서 배진환 교수의 지도로 개인 레슨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에 기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방문해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6명의 학생들을 직접 만나봤다.
캠프의 마지막 날, 학생들은 한국 방문 기간 중 만든 본인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발표회 시간을 가졌다. 바쁜 일정이었을 텐데도 학생들은 훌륭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대부분 자국에서 회화만을 다뤄본 학생들은 조각, 비디오 아트 등의 영역에도 도전, 새로운 작품을 시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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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프 마지막 날 전시된 학생들의 작품. (상단 좌)차마리(Chamari KodituwakkuHeewage)학생, (우)남녀의 사랑을 표현한 나디카(Nadeeka Jayaweera Jayawiriduge)의 작품, (하단) 에이즈를 주제로 한 챠민다(Chminda Senanayaka Higuranage)의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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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모성애를 주제로 비디오 아트를 선보인 탄비르(Tanvir Mahmud) 양. (하) 스리랑카의 나디카 양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시종일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마지막 날 발표회 자리에서 학생들은 함께한 교수진과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고 전했다. 발표회가 끝난 뒤 아트캠프 참가 학생들을 만나봤다.
이들은 예술대학 재학 20대 학생들로 해외, 더욱이 이렇게 먼 외국을 방문한 것은 대부분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운영진의 말에 따르면, 처음 비행기를 타며 비행기에 화장실이 있는지 궁금해 할 만큼 순수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스리랑카 인구의 99% 정도는 평생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고 나머지 1%의 7할도 이웃나라인 인도를 방문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여섯 친구 모두 한 목소리로 “한국 방문은 아주 즐겁고,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보고 겪은 모든 것들이 좋았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었다. 방글라데시인 에드워드(Adward Arther)는 지난 여름 경험했던 워크숍을 떠올리며 “처음으로 그러한 공동 작업을 경험해본 것이 호기심과 흥미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서툰 영어 실력을 가졌을지라도 한국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언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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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여름 스리랑카에서 진행된 워크숍 과정. 개도국 학생들이 처음으로 설치미술에 도전해보는 기회가 됐다. (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
지난 여름 이들과 워크숍을 함께 했던 정해민 조교는 “워크숍 과정을 긴 시간 준비하고, 습도가 높고 환경이 다른 나라에서 2주간 지내는 것이 저희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무엇보다 현지 학생들이 열의를 갖고 임해줘서 정말 고마웠다.”며 “사람과의 관계를 소중히 하는 이들과 여름 이후에도 인터넷으로 만나며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향수 조교는 “이들에겐 새로운 미술 재료나 처음 겪어보는 설치 미술 등의 작업이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고전적인 교육과정 외에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호기심을 갖고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도국 학생들의 교육 환경은 70년대 초의 우리나라의 사정과 비슷하다. 미술 재료가 부족해 암을 유발하는 석면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고 노는 것을 보고 한편으로 놀라기도 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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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과 공동 작업에 나선 스리랑카 학생들.(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
학생들은 한국 방문 장소 중 특히 관심 있었던 곳으로 경주 불국사를 꼽았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학생들은 특히 한국의 불교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의 현대적 문물을 관람하는 것에도 흥미를 가졌지만 무엇보다 한국의 불교 문화를 보고 싶어 했다는 후문이다.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다소 의아하게 다가오기도 했지만 유네스코에 등재된 불교 유적지만 6군데인 자국 문화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스리랑카인으로서 한국의 불교 문화에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일견 이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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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 학생들이 경주 불국사를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 학생들은 한국의 사찰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진=한국예술종합학교) |
배진환 교수는 “한국의 사찰이 궁금했다는 것은 그 나라의 정신이 보고 싶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이들보다 나은 첨단 과학을 보유했다고 개도국을 무시해선 안된다.”라며 “어디까지나 예의를 갖고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면서 접근해야 한다.”라고 설명을 보탰다.
이들은 경주 외에도 리움 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광화문, 남산, 인사동 및 북촌 등을 답사하며 한국의 미술과 역사, 건축을 두루 살펴봤다. 방글라데시의 아프로자 양이 발표회에서 선보인 자신의 작품에 한국의 문화를 주제로 삼은 것만 보더라도 이들에게 이 같은 경험들이 예술가로서의 성장에 또 하나의 영감을 선사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꿈을 물었다. 스리랑카의 여학생인 나티카와 차마리 양은 장차 미술교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학이 적은 스리랑카에선 입시 경쟁률도 높은 편이고 여자가 취업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여대생들은 교사를 많이 꿈꾼다고 한다.
방글라데시의 아프로자 양은 “저는 인간에 대한 관심과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물질이 아닌 감정으로 다른 사람을 치료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당차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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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방문 기간 중 개도국 학생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진의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
경제 지원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아니지만, 문화 분야에서 해외 예술 영재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시행하는 일은 아시아 문화 중심국으로 발돋움 하고 있는 한국의 매우 중요하고도 올바른 역할일 것이다.
다만 이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들을 수혜자가 아닌 교류자로 바라보는 시선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배진환 교수는 “우리의 역할은 이들이 이미 갖고 있는 문화 역량을 잘 꽃피울 수 있게 하는 촉매제 같은 것”이라며 “오랜 식민지 생활을 했던 이들을 이해하고 어떻게 접근할지 충분히 고민한 후에 존중의 자세로 다가가 교류하는 일이 필요하다.”라고 개도국 꿈나무 아트캠프의 향후 방향에 대해 지적했다.
과거 식민지, 개도국을 거친 우리의 경험을 거울삼아 그 어느 나라보다 더 나은 문화 동반자의 역할로 이들을 뒤에서 밀어주고 함께 걸어가는 일이 문화의 나라, 한국에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싶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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