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체장애인 전문 무용단 '빛소리 친구들' | news | 2013-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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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햇살이 창문으로 비쳐드는 서대문구 홍은예술창작센터 1층. 전통 음악에 맞춰 휠체어를 탄 무용수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최영묵 '빛소리 친구들' 대표(52)의 시선도 바쁘다. "한국 무용은 '정중동'이거든요. 멈춘 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움직이는 동작을 휠체어에 담아내야 하죠. 발끝 대신 휠체어에 감정을 실어달라고 주문하죠."
지체 장애 무용수 다섯 명과 일반 무용수 다섯 명으로 이뤄진 빛소리 친구들은 지난 8일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에서 다섯 번째 정기 공연을 가졌다.
"상모를 돌리면서 휠체어로 춤을 추는 건 일반인도 하기 힘들 걸요. 장애인 무용수들은 하루에 보통 6시간 이상씩 연습합니다. 인간문화재 고 공옥진 여사는 '병신춤'으로 감동시켰어요. 반대로 지체 장애인들로 이뤄진 우리는 순수 무용을 해요. 우리는 장애인이 프로 예술가로 활동하는 날을 꿈꿔요." 최 대표의 말이다.
목사였던 최 대표를 무용의 세계로 이끈 건 한 지체 장애 소년이었다. "2008년 'FUN 댄스 페스티벌'이란 장애인 공연을 보러 왔던 한 아이가 휠체어에서 뛰어내려 동작을 흉내내며 바닥을 허우적 댔어요. '저 아이는 얼마나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 마디 말보다 하나의 몸짓으로 통할 수 있는 게 춤이라고 하죠. 춤을 추는 것이 장애인에겐 잃어버린 권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빛소리 친구들은 2006년 장애인 예술봉사 목적으로 생겨났지만 3년 뒤 아마추어 무용단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 대표에게 가능성을 보여준 건 현재 빛소리 친구들의 수석무용수이자 프로 스포츠댄서인 김용우 씨(39)다. 김씨는 "호주 유학 후 캐나다 여행 중 교통사고로 지체 장애 2급 판정을 받고 3년간 집에 틀어박혀 있던 중 아버지가 '춤을 춰보지 않겠냐'고 했어요. 휠체어를 타도 몸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자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죠"라고 했다. 3년 후인 2007년 아시아선수권 3연패 후 2008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세계선수권대회에선 한국 최초로 4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씨를 통해 댄스스포츠를 배우는 지체 장애인들을 불러 모았지만 춤을 가르칠 사람이 없었다. 좌충우돌 사람들과 정부 지원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이애현 한국무용 안무가를 만나게 됐다. 이번에는 변변한 연습실이 없었다. 최 대표는 "형편에 맞는 연습실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추운 지하방이거나 지상 3, 4층이더라구요. 휠체어 무용수들은 엘리베이터가 없으면 이동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가족들 혹은 일반인 여성 무용수들과 제가 들어서 이동시켜줘야 했죠"라고 기억을 곱씹었다.
정기공연마다 5000만여 원이 들어가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30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최 대표를 비롯한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주머니를 턴다. 어려움은 많지만 빛소리 친구들이 명맥을 이어 오고 있는 것은 '진짜 춤꾼'이라는 자부심이 있어서다.
창단 이후 매년 전국장애인무용축제는 물론 SIDANCE(서울세계무용축제) 공연, 부산국제무용제, 일본 초청 공연 등을 비롯해 정기공연을 하고 있는 빛소리 친구들은 2015년 3월 핀란드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럽 진출을 꿈꾼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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