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서울농학교 교사

“듣지 못하는 세상에서 모든 것이 지루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는데, 제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면서 자신감이 가득한 사람으로 바뀌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청각장애를 안고 태어난 정세희(여·19) 씨는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농학교를 졸업하면서 이희영(47) 교사에게 진심을 담은 감사 편지를 남겼다.

정 씨는 학창시설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별다른 의욕이 없었다. 그러나 이 교사로부터 컴퓨터에 대해 배우면서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관련 자격증 시험에 합격하는 등 하나하나의 목표를 이뤄가면서 미래를 꿈꾸게 됐다. 정 씨는 원래 대학에 진학한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이 교사가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준 덕에 올해 충북대 행정학과에 합격할 수 있었다.

일반 중학교에서 기술 과목을 가르치던 이 교사는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에 지난 2009년 자원해서 서울농학교에 오게 됐다. 서울농학교는 청각장애학생들을 위한 국립특수학교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모든 학습의 기초인 국어를 외국어처럼 습득하기 때문에 공부에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 이로 인해 쉽게 공부를 포기하고, 마침내 꿈과 희망을 스스로 접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 교사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두 번 방과후에 워드프로세서 등 컴퓨터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 교사는 “아이들이 장애에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었다”며 “교과목 외에 내가 가장 잘 가르칠 수 있는 게 컴퓨터였고, 문서 작업 등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면 대학이나 직장 등 사회에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수화도 전혀 몰랐던 이 교사는 처음엔 아이들과 소통하는 게 무척이나 어려웠다. 그러나 독학으로 수화를 배우고, 컴퓨터 자격증 서적의 어려운 용어들을 일일이 쉽게 풀어쓴 교재를 직접 만들어 가르치면서 아이들도 이 교사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 컴퓨터 자격증 등 시험이나 대회가 있을 때마다 이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시험장에 가서 학생들을 격려해줬다. 그의 노력 덕에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워드프로세서·엑셀·컴퓨터활용능력 등 여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해마다 전국장애학생 직업기능경진대회 등에서 컴퓨터 관련 상을 수상했다. 대학에도 많이 진학하게 됐다. 현재도 8명의 학생들이 내년 초 시행되는 컴퓨터활용능력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이 교사는 “교사는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경험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