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헌혈자님 헌혈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헌혈 나눔의 12월이 되어주세요.’- 서부혈액원

지난 14일 토요일,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던 이른 오전 구로디지털단지역센터 헌혈의 집을 찾았다.

혈액원으로부터 헌혈 주기가 됐다는 문자를 받고 방문하던 참이었다.

눈이 펑펑 휘날리는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피켓을 든 자원봉사자들이 주위에서 헌혈 동참을 호소했다.

예전부터 이곳 헌혈의 집을 서너 번 이용한 터라 몇 분의 낯익은 사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차가운 날씨였지만 이들을 만나니 온기 가득했다.



지난 추석 전에 만난 적이 있는 이동규(23) 씨가 반갑게 맞아줬다.

대학 2년생으로 이곳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한 선배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헌혈 캠페인을 할 때는 캠복을 입어 얼굴을 볼 수 없지만 이날은 잠시 얼굴을 내놨다.

이 씨는“헌혈한다고 해서 몸이 상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건강을 점검할 수 있어 좋은 기회”라며 동참을 호소했다.

서울 구로구 소재 구로디지털단지역센터 헌혈의 집 앞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헌혈 동참유도 피켓을 들고 거리 홍보를 하고 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가운데 헌혈 캠페인을 펼치던 이동규 학생이 헌혈 설치물 옆에서 브이를 그리고 있다.

먼저, 헌혈을 하기 전 전자문진 전용 컴퓨터에서 전자문진을 작성했다.

전자문진을 작성하는 데 소요된 시간은 5분 정도. 최근 앓은 적이 있는지, 특별한 약물을 복용했는지, 말라리아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여행을 했는지 등을 간단히 묻고 답하는 내용들이었다.

문진 작성 뒤 먼저 온 대기자가 7~8명 돼 잠시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헌혈을 하러온 사람들이 문진 대기 번호표를 뽑고 줄지어 앉았다.

주말을 맞아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인근 경기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왔다.

수십 년 전부터 헌혈에 동참하며 헌혈의 집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천사들, 주말을 맞아 헌혈을 하러 나온 직장인들과 어린 학생의 헌혈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겠다 싶어 취재 노트를 꺼냈다.

마침 헌혈을 마치고 나온 연인을 만났다.

김소영(24·인천), 최대식(26·안양) 씨가 그 주인공.

최 씨는“고교시절 초코파이 주는 것 때문에 헌혈을 하게 됐다.

”며 “내가 건강할 때 남을 돕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씨 역시 “헌혈은 잠시 시간 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 건강 체크해서 좋고 어려운 사람 도와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외모도 아름답지만 심성은 더 아름다워 헌혈 홍보대사를 해도 될 것 같다.

이들은 각각 7회, 25회 헌혈에 동참했다.

헌혈을 하기 전 전자문진 전용 컴퓨터에서 현재의 건강 상태를 스스로 체크하는 전자문진서를 작성한다.

주말 쉬는 틈을 이용해 헌혈의 집을 찾은 직장인 김소영, 최대식 씨가 헌혈 후 포즈를 취했다. 헌혈 홍보대사를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차례가 되어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수혈대에 누웠다.

담당 간호사는 남성이었다.

생전 처음 접하는 남자 간호사다.

상냥하고 친절해 호기심 발동, 남자 간호사로서 어려운 점은 없는지 물어보니 “아무렇지도 않은데 사회인들의 인식이 아직은 확산되지 못한 듯 하다.

”고. 헌혈 수급에 대해선 “헌혈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많이 나아져 늘고있는 추세”라면서도,“A형이나 O형 등 특정 혈액형은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에서 급히 수혈을 해야하는데 헌혈량이 부족할 때는 간호사들도 나서야 한단다.

내 몸에서 빠져나간 헌혈량은 400mL. 보통 헌혈량은 300~500mL이다.

간호사가 빨간 헌혈 비닐봉지를 들고가는 것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바로 옆 수혈대, 봉사점수 때문에 헌혈을 하러왔다는 송호섭 군. 광명 소재 고교 1년생이다.

주말 문을 연 헌혈의 집이 없어 이곳을 찾았다.

송 군은“주사기가 팔을 찌를 때 조금 아팠지만 잘 참았다.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며“또래친구들도 헌혈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송 군의 경우처럼 2010년 7월부터 헌혈 1회당 자원봉사 4시간이 인정된다.

고교 1년생으로 헌혈에 참여한 송호섭 군. 간호사가 팔둑에 주사기를 갖다대자 두려운 듯 바라보고 있다.

헌혈의 집 서울역센터 건물 유리창에서 ‘A형, O형 급구’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헌혈 후 수혈대에서 내려와 15분가량 지혈을 하고 안정을 취했다.

헌혈을 한 뒤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초코파이와 음료를 들며 잠시 쉬는 사이 간호사가 선물을 고르라고 했다.

우산, 화장품, 영화관람권, 햄버거세트 등 다양했다.

선물을 받지 않고 대신 기부할 수도 있다.

헌혈 종류에 따라 값으로 환산해 취약계층이나 의료소외층, 저소득층 백혈병 환자 치료비 등에 지원된다.

그새 또 낯익은 어르신 한 분이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라고 적힌 헌혈 홍보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머리에 흰 눈이 수북하다.

지난해 이 난에서 한번 소개했던 김의용(66)씨.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건강한 모습이다.

당시 헌혈 횟수 300여 회를 조금 넘었는데 어느덧 359회로 늘었다.



“나이 드니 몸이 걱정돼 아내가 그만하라.”고 하신단다.

김 씨는 그간 노력해 사회복지 관련 자격증도 추가로 취득했다.

“나이가 들어 취직하기는 어렵고, 봉사할 때 필요한 용도로 취득했다.

”고 말했다.

헌혈 35년, 봉사활동 20년째다.

특히 건강한 젊은 친구들이 헌혈에 많이 동참하기를 당부했다.

헌혈하랴, 헌혈의 집 자원봉사하랴 쉴틈이 없는 김의용 씨, 홍보 캠페인 피켓에 적힌 그대로 ‘헌혈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이라고 몇 번을 강조한다.

매월 13일은 헌혈의 날. 헌혈 캠페인에 나선 윤석순 씨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또 한 분 광명에서 온 윤석순(54) 씨. 고교 시절 적십자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헌혈을 시작했다.

헌혈 162회를 기록하고 있고, 매월 헌혈의 집에 나와 봉사를 펼치고 있다.

자칭 ‘항상 웃을 수 있는 사나이’라 일컫는다.

그의 손에 들린 피켓에는 ‘13일은 헌혈의 날’이라고 적혀있었다.

모두가 매월 이날을 기억해 따뜻한 불씨 같은 마음을 보여줬으면 한다.

한편, 이곳 헌혈의 집에서는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교대하며 수고하고 있었다.

모두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다.

헌혈을 하는 또 한 분의 장년을 만났다.

5살 어린 자녀를 둔 아이 아빠 장호순(42·구로구) 씨다.

주로 혈소판을 헌혈한다.

지난해 만났을 때 99회째였는데 지난 주 109회를 달성했다.

직장 내에서도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칭찬이 자자하다.

장 씨로 인해 헌혈하는 분도 있단다.

“남을 돕는 것도 뿌듯하지만 주기적으로 건강 체크, 컨디션을 체크할 수 있으니 내게 이익되는 게 더 많은 것 같다.

”며 헌혈을 지속하는 이유를 들었다.

혈소판 헌혈을 하고 있는 장호순 씨. “헌혈로 내 건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성 헌혈자도 더러 눈에 띄었다.

지난해 이맘 때 만났던 정지영(34·금천구) 씨. 현재 4살 난 아이를 둔 아기 엄마다.

당시 50회 헌혈로 금장을 수상했는데, 지난 7일로 64회째를 맞았다.

직장에서는 ‘헌혈여왕’으로 통한다.

정 씨의 헌혈 계기는 고교 때 지하철역 근처의 한 헌혈의 집에서 A형 혈액이 급히 필요하다는 홍보를 보고 난 뒤부터다.

그는“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할 것”이라며 “여성들도 헌혈에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헌혈을 마치고 귀가하니 ‘000님 헌혈이 아름다운 사랑으로 충전되었습니다.

’라는 헌혈 참여 감사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전해졌다.

지금껏 헌혈자들의 피를 한 곳에 모으면 큰 내를 이룰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생명을 다시 찾고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곧 방학을 맞아 헌혈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의 동참이 더 절실할 때다.

지난해 12월 헌혈 50회를 달성한 아기 엄마 정지영 씨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금장을 받고 활짝 웃고 있다.

또 한 가지, 지금 한창‘사랑이 희망이 됩니다’란 슬로건으로 적십자회비를 모금하고 있다.

이미 각 가정으로 지로통지서가 배부된 상태이다.

내년 1월 말까지를 집중 모금 기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통지서 뒷면에는 적십자 회비 사용 내역이 기재돼 있다.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으로 265억 원, 수재, 화재 이재민 등 국내구호 117억 원, 재난 협력 등 국제구호 68억 원, 그리고 보건안전교육에 133억 원이 쓰였다.

적십자회비는 법정기부금으로 전액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법인에 한해서는 소득금액의 50%까지 손금으로 인정된다.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어려운 이웃, 고통받는 이들의 몸을 녹여주는 사랑이 필요한 시기다.

국민 모두 사랑의 헌혈에 참여하고 적십자회비도 제 기간 내에 납부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훈훈한 불씨가 됐으면 한다.

헌혈로 차가운 겨울을 따뜻이 녹였으면 한다.

* 헌혈 후 당일 유의사항

1 권장 사항

- 수분 섭취

- 트럭운전사, 다이버, 높은 곳 작업자 등은 헌혈 후 12시간(항공 조종사는 24시간) 후 업무 복귀

- 헌혈 장소를 떠난 후 매스껍거나 어지러우면 즉시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머리를 넣거나 다리를 들어 올린다.

2 피할 사항

- 당일 음주, 1시간 내 흡연 , 1~2시간 내 운전, 기기 작동 등

- 등산, 과격한 운동, 놀이기구 탑승 등

- 사우나, 찜질방, 통 목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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