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동화장실을 써도 행복하기만 하다는 이곳 주민들 | news | 2013-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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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마을 만들기 주민 없다면 불가능…부산 ‘감천문화마을’·반송2동 ‘희망세상’ 탐방기
세계적으로 이름난 해수욕장과 대한팔경의 하나인 달맞이 고개로 유명한 휴양지 해운대, 부산항의 문턱을 굳게 지키고 있는 지역의 상징 오륙도, 향토의 냄새와 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자갈치 아지매’의 동네 자갈치 시장…
올해 광역시 승격 50주년을 맞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다.
이런 이미지들에 도전하는 부산의 새로운 아이콘이 화제다.
한국의 마추픽추로 불리며 도시재생의 롤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사하구 ‘감천문화마을’과 지역공동체문화가 꽃피고 있는 해운대구 반송2동 ‘희망세상’이 그곳이다.
부천시 상2동의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지난 12월 12일~13일 양일간 행복한 마을 만들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이 두 곳을 다녀왔다.
마을주민, 마을활동가, 마을만들기 네트워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주체들의 사업과 활동을 공유하고자 29명이 동행한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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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집이 뒷집의 햇볕을 가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으로 만들어진 계단형 마을 ‘감천문화마을’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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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을 마을 봉사에 앞장서고 있는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전순선 부회장이 문화마을이 조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한 감천마을의 실제 모습은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산자락을 따라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계단식 주거형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파스텔톤의 색체를 비롯해 미로처럼 연결돼 모든 길이 통하는 골목도 인상적이었고, 빈 집을 활용해 만든 평화의 집, 빛의 집, 어둠의 집, 사진 갤러리, 북카페 등 예술 공간으로 변모한 공간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미술 프로젝트에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가 당선되면서부터 문화마을 조성 사업에 시동이 걸렸다.
20여 년을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 전순선(58) 부회장은 “국내외에서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하러 온다.
무엇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우리 마을의 경우 20여 년 전에는 약 3만 명이 거주했지만 지금은 불과 1만 명 정도가 거주하고 있는 고지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500가구 이상 주민들이 개인 화장실이 없어 마을 공동 화장실을 이용한다.
그러나 우리 마을의 독특한 경관에 예술적 가치를 제고하는 원도심 보존과 문화적 재생을 통해 낙후된 마을을 활력 있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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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마을 미술프로젝트에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이 당선되면서 문화마을의 첫발을 내디딘 감천문화마을 곳곳에는 예술작품이 걸려있다. 어린 왕자와 여우도 이 마을에 찾아왔다. |
감천문화마을이 행정주도형 마을 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라면 반송2동은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을 가꾼 사례라 할 수 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며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주민들의 역할을 높였다.
따듯하고 정이 흐르는 지역공동체, 희망이 꽃피는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주민들이 힘을 모았다.
13일 찾아간 곳은 반송2동 지역공동체 ‘희망세상’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느티나무 도서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해 2007년 건립한 이 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었다.
600여 명이 후원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곳은 엄마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친구가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공부방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친구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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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명단이 게시판 한 벽면을 빼곡히 채웠다. 주민들의 참여도를 엿볼 수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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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의 힘으로 건립된 마을도서관 느티나무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후원 회원들 모습 |
“도서관 건립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주민이 ’남의 손으로 하지 말고 벽돌 한장 한장 모으는 심정으로 우리 손으로 모아보자.’라는 제안을 했다.
이 제안이 실천으로 이어졌다.
한 건축가의 재능기부로 2008년 건축대상에서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멋지게 디자인된 도서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십시일반으로 모은 1억여 원으로 도서관이 건립됐다.
윗반송은 도서관이 거점이라면 아랫반송은 카페가 거점 역할을 한다.”
느티나무 형상을 한 건물 안에서 손수진(30) 사서가 들려주는 느티나무 스토리를 들었다.
정감 있는 부산 사투리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을에서 이사를 오고 싶은 마을로 변모한 반송2동의 마을 만들기는 뜻을 함께한 마을 활동가들로부터 시작된다.
희망이 꽃피는 마을로 바꿔보자는 일념으로 공동체 작업에 착수했다.
마을신문을 만들어 마을의 현안을 알리고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경제공동체 마을기업 ‘날마다 소풍’이 탄생했고, 카페 ‘나무’가 들어섰다.
고향을 지키고자 힘을 모으고 있는 20대 청년들의 모임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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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공동체 ‘희망세상’의 김혜정 회장(오른쪽)과 손수진 사서가 아랫반송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는 카페 ‘나무’에서 포즈를 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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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차, 음악 그리고 주민들의 이야기가 있는 카페 ‘나무’는 목공반 작업실로도 활용된다. |
지역공동체 ‘희망세상’의 김혜정(42) 회장은 “돈이 있는 사람은 돈을, 열정이 있는 사람은 열정을, 시간이 있는 사람은 시간을 내주었고, 생활이 어려워 생계비를 지원받는 할머니도 거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의 일은 누군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
사람과 마음을 모으고 힘을 모으니 못할 일이 없었다.
나와 내 가족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마을 문제, 아이들 문제, 사회 문제로 눈을 돌린다면 정말 우리가 꿈꾸는 마을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희망세상’이 열고 있는 지역주민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이주여성을 위한 한글교실, 보건소와 지역단체들이 연계해 추진하는 건강반송네트워크 등으로 다양하다.
기자학교를 열어 소정의 과정을 거친주민들은 1998년 창간된 마을신문 ‘반송사람들’의 기자로 활동한다.
마을 주민들의 연극교실 반송유랑극단, 청소년들과 아버지들이 모여 결성한 부전자전 부자밴드, 가정과 사회에서 당당하고 존경 받은 아버지가 되는 길을 도와주는 좋은 아버지 모임, 매주 금요일 아침 인근 초등학교로 찾아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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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 초등학교로 찾아가 동화를 읽어주는 ‘엄마들의 모임’ 회원들이 교재로 사용할 그림을 그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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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들이 그린 동화 ‘장수탕 선녀님’의 큰 그림. 동화책과 곁들여 큰 그림을 보여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한다. |
자원활동가의 면면도 다채롭다.
좋은 책을 고르는 수서팀, 너덜너덜 해지거나 찢어진 도서관의 책을 수선하는 수선팀, 이 밖에 다양한 놀이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평화교실, 아이들이 만들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목공반이 개설돼 있다.
마을기업 카페 ‘나무’와 도시락 기업 ‘날마다 소풍’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부천시 원도심지원과 마을 만들기팀 정희남 팀장은 “앞서가는 마을을 보면 늘 본보기가 되는 리더가 있다.
감천문화마을과 반송2동도 예외가 아니었다.
행정가들에게는 일정 기간 근무 후 발령으로 근무지를 이동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가진 주민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며 “이번 마을 탐방으로 느낀 바가 많다.
우리 지역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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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티나무 도서관 손수진 사서는 “희망이 꽃피는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마을만들기를 시작했다. ”며 반송 2동의 사례를 소개했다. |
30대 미혼 여성 통장으로 마을 만들기에 관심이 있어 동참했다는 권유경(부천시 원종1동) 씨는 “‘결혼해도 같은 마을에서 통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답을 하고 일을 하게 됐다.
20대 때부터 마을에 관심을 갖고 주도적으로 마을 만들기를 펼쳐온 반송2동 마을활동가의 사례를 보며 우리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생각 중이다.
결혼을 해도 마을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확신이 섰다.
애향심이 생기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7년여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그동안 다양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간의 경험과 이번 탐방을 통해 느낀 점은 마을 만들기의 핵심은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사업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도시지역의 마을 만들기는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발견했다.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마을 만들기는 지원이 끊기는 순간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마을의 귀환이 화두인 요즘 진정 지역이 필요로 하고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 효율적인 마을 만들기가 이뤄졌으면 한다.
또한 주인의식과 책임감이 있는 주민이 마을 지킴이로 나섰으면 좋겠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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