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몸을 구하는 것과 영혼을 구하는 일은 일맥상통” | news | 2014-01-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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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앙드레말로협회 대상 수상한 현직 소방관 박주경 씨
“제 그림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돼 무척 기쁩니다.”
일선 소방서에서 현장지휘대장으로 일하고 있는 여성 소방관이 프랑스 문화부가 인증하는 예술상을 수상해 화제이다. 주인공은 현직 소방관인 박주경(52·서울용산소방서) 씨. 박 씨는 지난 12월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앵데팡당(독립미술)전에 ‘시티즌’ 연작 6점을 출품해 프랑스 국제앙드레말로협회로부터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프랑스 문화부가 인증하는 국제앙드레말로협회는 프랑스의 대표적 문호인 앙드레 말로를 기념하기 위해 1996년 창립된 단체로 문화예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인사에게 분야 구분 없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8일~14일 프랑스 파리 그랑펠레에서 르살롱, 꽁빠레종, 살롱데셍, 앵데팡당 등 프랑스 4대 미술전을 개최했으며, 앵데팡당 전에 출품한 박 씨에게 대상을 수여했다. 한국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씨는 “그랑펠레에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여기서 대상을 받다니 영광”이라며 “한국 미술이 프랑스에서 호평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랑펠레(Grand-Palais)는 1900년 세계 최초 파리 만국박람회를 개최하기 위해 지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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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직 소방관이자 화가인 박주경 씨(왼쪽)가 갤러리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
박 씨는 “국제앙드레말로협회가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의 교류를 기념하는 차원에서 자신을 수상자로 결정했다.”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4대 살롱 회장과 대표작가를 초청해 한불교류전을 개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박주경 씨는 지금까지 개인전 13회를 비롯해 지난 30년 동안 단체전 및 기획전, 해외전에 220여 회에 걸쳐 작품을 출품한 경력이 있는 중견작가다. 2005년 서울미술대상전 특선, 2009년 경향미술대전 특선 등 수상경력도 많다.
화가로 인정받은 박 씨의 이력은 현직 소방관이어서 더욱 이채롭다. 1984년 공채를 통해 소방관이 된 박 씨는 1990년 제1회 대한민국공무원미술대전에서 입선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1년 전부터는 서울 용산소방소의 현장지휘대장을 맡아 서울에서 유일한 여성 현장지휘관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언제든 출동명령이 떨어지면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사고를 수습하고 팀원들을 지휘·감독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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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경 씨가 앵데팡 전에 출품한 ‘시티즌’ 연작 중 유혹 시리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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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로로 분절된 사이로 보이는 검은 물체들은 여성의 내면 속 유혹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가는 여성의 유혹도 경쟁력의 한 수단이라고 해석했다. |
소방관과 화가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이다. 그에게 두 직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는지 물었다. 박 씨는 이에 대해 “소방관과 화가는 비슷한 일면이 있다.”며 “소방관이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인간의 몸을 구하는 직업이라면 화가는 인간의 영혼을 달래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두 직업은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기본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실제 예술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직업 현장에서의 치열한 삶이 모티브가 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예술활동 또한 생업 전선에 적잖은 활력을 불어넣어준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또 자신이 두 직업을 병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직장의 배려와 지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동료들이 자신의 미술작품을 인정해주고 성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전시활동으로 바쁠 때에는 근무일정을 조정해주며 적극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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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경 화가는 현직 여성소방관이자 현장지휘감독관이기도 하다. 박 소방관(왼쪽)이 사고 대비 훈련을 받고 있다. (사진=박주경) |
그는 사실 최근까지만 해도 자신의 직업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가로서의 실력 그대로를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업을 가진 일반인이 작품활동을 한다고 하면 어설프거나 아마추어 수준일 것이라며 아직도 전문성을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 ‘나이프화가의 그림이야기(http://blog.naver.com/jukyong1)’에 접속해보면 지금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박 씨는 이제 당당히 자신의 직업을 드러내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두 직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비슷하고 결국 ‘인간’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현재 한국미술협회이사와 대한민국공무원미술협회부회장 등을 맡아 단체 활동과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정부의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에 공감하면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예술계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하고, 문화예술인들의 복지를 살찌울 ‘예술인복지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길 희망했다. 그는 “예술가를 위한 이 같은 지원들이 예술가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고 결국 더 좋은 작품을 탄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가 지망생이었던 박 씨 자신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데에는 사실 기본적인 생업을 등한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예술가들이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세심히 살피는 것은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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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경 화가의 작품 ‘시티즌-거리에서’. 파워 넘치는 여성의 걸음걸이가 내재된 꿈과 욕망을 대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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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경 화가가 국제앙드레말로협회 대상 수상 기념으로 지난 1월 8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수’에서 자신의 13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
박 씨의 작품은 도시인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성의 욕망을 표현한 작품이 많은 편이다. 국제앙드레말로협회는 “박 씨가 출품한 시티즌 연작은 나이프만 사용해 도시의 군중 속에 빠지는 듯한 참신한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국제앙드레말로협회 대상을 받았지만 여태 프랑스에 가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협회가 현지에서 작가들이 출품한 작품을 심사하고 수상자를 결정해 통보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2016년 한불교류 미술전에 대비해 양국 문화예술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씨는 이번 수상을 기념해 지난 8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 秀’에서 13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시티즌 연작 유혹 시리즈를 포함한 4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회는 14일까지.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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