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동네 어르신들, 열대야에도 끄떡 없는 이유 | news | 2012-08-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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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전기를 많이 써서 국가적으로 전기가 부족하다는데 그런 뉴스 들으면 다른 세상 이야기 같아. 시원해서 선풍기도 따로 틀 필요가 없어. 여기 와있는 시간이 하루 중 제일 행복한 시간이라니까.”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에 전국 몸살을 앓고 있던 8월 초, 무더위 야간 쉼터에서 만난 박 씨 할머니는 “더위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환하게 웃는다.
온 나라가 찜통더위에 잠 못 이루는 밤에도 열대야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던 박 씨 할머니는 요즘 밤만 되면 습관처럼 들르는 곳이 있다.
부산시가 마련한 야간 무더위 쉼터는 올 여름 박 할머니가 가장 즐겨 찾는 피서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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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에서 맞는 열대야가 반갑기만 하다는 박 씨 할머니. |
사상 최악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14명이나 발생한 가운데(8월 8일 기준) 부산역에서도 지난달 말 신원미상의 60대 노숙자가 열사병으로 쓰러진 채 발견돼 끝내 숨지고만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 지역의 경우 한밤중에도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치솟는 등 열대야는 부산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폭염에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야간 무더위 심터. 야간 무더위 심터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냉방기구가 갖춰진 복지관과 일부 공공기관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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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 여가 활동을 즐기고 계신 어르신들의 모습 |
연일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더위 쉼터가 과연 제대로 된 기능을 하고 있는 지 궁금해 부산시에서 밤이면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다는 부산 진구의 야간 무더위 심터 한 곳을 방문해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부산 진구에서는 7월 24일 수요일부터 무더위가 잦아들기 시작하는 8월 25일까지 31일간 거주민 가운데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야간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야간 무더위 쉼터를 위탁 운영 중인 부산 진구 노인복지관 강희진 사회복지사는 “홀몸 어르신(독거노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들에게 여름은 생사가 오가는 위험한 순간의 연속으로, 더위로 시작한 피로가 고독사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체온을 낮추는 기능이 약해져 있는 노인에게는 폭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무더위 쉼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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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는 이곳에 머무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건강 점검까지 함께 해주고 있었다. |
강 사회복지사의 설명에 따르면, 폭염 때문에 생기는 일사병, 열사병, 식중독 등은 노인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런 질병들은 심장질환, 뇌혈관 등의 질환을 더욱 악화시켜 결국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워 냉방기구를 마음껏 가동할 수 없고, 누군가 돌봐 줄 사람도 없는 어르신들에겐 갑작스런 폭염이나 열대야 현상은 그야말로 재난상황과 비슷한 위협요인이다.
특히, 형편이 어려운 어르신들은 좁은 쪽방이나 지하셋방 등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바람도 잘 들지 않는 작은 창문에 의지해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이분들에게 폭염과 열대야는 단순한 더위가 아니라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고비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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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는 성별에 따라 방이 분리돼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다. |
야간 무더위 쉼터가 이들에게는 가뭄의 단비일수밖에 없다.
실제로 무더위 쉼터에 들어가보니 더위를 피해 모인 어르신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기세를 핑계로 냉방기구를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밀집해 있어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일부의 지적과는 달리 냉방기구를 적절한 온도로 가동해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기운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특히, 성별에 따라 공간이 분리돼 있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했으며,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자체적인 룰을 정해서 질서 있는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강희진 사회복지사는 “이곳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지만 입소문을 듣고 일반 가정의 어르신들도 많이 찾아온다.”며 “찾아오는 손님을 돌려보낼 수는 없어서 수용하고 있지만 공간적으로 크게 부족하지는 않아서 불편한 점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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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는 가끔 특식으로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제공하고 있었다. |
오후 7시가 되자, 야간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복지관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복지관 한편에 마련된 샤워실에서 샤워를 한 뒤 9시 30분까지 여가활동을 즐겼다.
9시부터 10시 사이에는 간단한 간식이 제공되고, 밤 10시면 취침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다음 날 새벽 6시부터는 자율적으로 일어나서 세안하고 7시부터는 아침식사가 제공된다.
그 후 오전 8시가 되면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개인 짐을 정리한 뒤 귀가를 해야하는 비교적 까다로운 규칙이 있지만 이용자들은 그런 규칙마저도 즐기는 분위기였다.
야간 무더위 쉼터에 머물고 있는 박화연(가명·여) 어르신은 “국가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살아가는데 겨울에는 전기장판 하나만 틀고 보일러를 아끼면 되지만 여름에는 답이 없다.”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 쉴 수 있는 몇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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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만의 공간이라서 런닝 셔츠만 갖춰입어도 문제없다. |
야간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고 있는 성지현(가명·남) 어르신은 “야간 무더위 쉼터에서는 남녀에 따라 방을 분리해두고 있어 남자들이 이용하는 방에서는 런닝만 입고 있어도 될 정도로 편안하다.”며 “간식까지 챙겨주는 것도 고마운데 아침이면 든든한 밥상까지 차려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노인복지관의 강희진 사회복지사는 “폭염주의보가 해제되더라도 무더운 날씨는 어르신들에게 치명적인 만큼 더위가 많이 잠잠해지는 8월 말까지 야간 무더위 쉼터를 계속 운영할 예정”이라며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들을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드리고 자체적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해 교통편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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