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가 있는 날엔 구청 로비도 공연장으로 변신 | news | 2014-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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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업무 차 구청에 들렀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됐네요. 음악 하나로 사람이 이렇게 즐거워질 줄은 몰랐어요, 오늘 하루 뭔가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아요!”
26일 ‘문화가 있는 날’, 부산에선 작은 콘서트가 열렸다. 부산 중구청 로비에서 열린 이번 콘서트는 작지만 내실 있는 공연이었다. 구청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는 무료 공연인 데다 공연의 질도 높고, 시간도 30분이나 돼 여느 유료 공연 못지 않았다.
게다가 공연 장소가 구청 로비라니! 하루에도 수십 명의 시민들이 드나드는 이곳에서 문화 공연이 열렸으니 시민들 또한 얼떨떨하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내, 우연치 않게 찾아온 문화 향유의 기회를 즐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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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중구청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작은콘서트’ 개최를 알리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
사전에 작은 콘서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미리 접하고 찾아간 필자 역시 잠시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공연장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중구청 입구에 들어서자 커다란 공연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낮 12시 30분부터 13시까지 문화 공연을 열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안내문구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공연장소가 보이지 않는다. 구청 안으로 들어서자 같은 공연 안내판이 여러 개 보였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장소를 고지해 놓은 안내판은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어디서 공연이 열린다는 걸까?’ 한참을 의아해하고 있던 중 필자 옆으로 갑자기 한 바이올니스트가 아름다운 선율을 뽐내며 지나간다. 귀에 익숙한 엘가의 ‘사랑의 인사’이다. 민원 업무를 위해 구청을 찾은 시민들이 어느새 그를 따라 무대 주위를 감쌌다. 무대는 다름아닌 구청 로비였다. 딱딱하고 삭막하기 그지없었던 구청 로비가 공간을 가득 채운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마냥 따사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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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부산 중구청 로비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가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아둔다. |
멋진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자 발길을 거두고 연주를 감상 중이던 시민들이 힘찬 박수로 연주자를 맞았다. 그리고는 잠깐의 정적, 사람들은 이내 의아해하기 시작했다.
“저 분이 왜 갑자기 이곳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지?”
“저기 콘서트 안내판이 있는데 혹시 그게 아닐까?”
“에이, 공연은 다른 곳에서 하고 있겠지 설마.”
의아해하는 시민들의 반응에 응답이라도 하듯 장인철 부산 중구청 문화예술계장이 나서서 ‘작은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수긍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미소 지었고, 주위에 서서 듣고있던 몇몇 시민들은 무대 주위로 몰려와 하나둘 객석(?)을 채웠다. 몇몇 시민들은 안내창구에 비치된 의자를 끌고와 본격적으로 공연을 감상하기 위한 준비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이에 흥이 난 연주자는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의 배경음악인 ‘문 리버’를 필두로 ‘여인의 향기’ 등 6곡의 연주곡을 선보이며, 멋진 연주실력을 뽐냈다. 순간 구청 로비는 자연스럽게 멋진 공연장으로 탈바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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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하던 구청 로비가 어느새 멋진 공연장으로 탈바꿈됐다. |
조금 짧았던 무대가 아쉬운 듯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던 박성원(55) 씨는 “여권을 발급하러 구청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바이올린 연주를 듣게 됐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해서 자주 듣는 편이었는데 이번 공연을 정말 즐겁게 들었던 것 같다. 오늘 하루 나 자신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 내내 즐거운 미소를 짓던 이금주(52) 씨는 “아직도 바이올린 연주의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 비까지 와서 더욱 분위기 있는 연주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우연히 접한 오늘의 콘서트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오는 즐거움이 될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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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을 방문한 시민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바이올린 선율에 너나할 것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연주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
이번 작은 콘서트의 연주자로 참가한 바이올리스트 강수정(33) 씨는 부산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각종 연주회 및 문화공연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음악인이다. 이번 작은 콘서트를 단독 공연으로 장식한 소감이 어떠냐고 묻자 그는 “관객들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연주를 한 건 처음이다. 그래서 더 뜻깊었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또 “클래식이라는 장르는 사실 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잘 갖춰진 문화시설에서 비싼 입장료를 구입해야 들을 수 있는 장르라는 편견이 강하다. 실제로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음악인으로서 평소 이런 부분이 참 아쉽게 느껴졌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어 좋았다.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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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콘서트를 통해 시민들과 가까이 할 수 있는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다는 바이올리스트 강수연(33) 씨가 공연을 마친 뒤 포즈를 취했다. |
부산 중구청 문화예술계장 장인철(53) 씨는 “사실 부산 중구청에선 작년 1월부터 ‘마음의 힐링, 중구청과 함께하는 로비콘서트’란 이름으로 한 달에 한 번 문화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정기적인 음악회로 자리잡았다. 공연이 언제인지 알고 일부러 찾아오는 고정팬까지 생겼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구청이 공직자들의 사무공간이나 민원업무를 위해 찾아오는 공적인 공간으로 비쳐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기관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펼쳐지고 있는데, 문화를 통한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며 “마침 정부가 추진 중인 ‘문화가 있는 날’이 이런 취지와 맞아떨어져 기꺼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지 않은 예산으로 공연을 기획하는 데 다소 무리가 따르긴 하지만 적은 비용도 마다않고 찾아와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시는 지역 음악인들과 이에 즐겁게 응해주시는 시민들을 보면서 문화의 힘을 새삼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은 전국의 다양한 문화시설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날이다.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을 떠올리기 전에 먼저 가까운 구청부터 들러보자. 소박하지만 충분히 풍요로운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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