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가 있는 날, 덕수궁 미술관의 ‘놀라운’ 풍경 | news | 2014-04-02 |
 #1 : |
11.jpg |
[특집 문화가 있는 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진난 달 27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덕수궁관 입구에서부터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까지 줄이 길게 늘어섰다. 지난해 10월 29일부터 전시를 시작해 하루 평균 2,900여 명의 관람객 수를 자랑하던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은 3월 문화가 있는 날, 무려 8,233명의 관람객을 기록했다.
날씨마저 화창했던 수요일, 서울시청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덕수궁에는 따스한 봄을 만끽하려는 궁궐 관람객과 미술관 관람객으로 북적거렸다. 하루 세 번(11:00, 14:00,15:30)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까지 문화가 있는 날의 덕수궁은 볼거리가 한층 더 풍성했다.
 |
| 덕수궁에서 매일 3회씩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 광경.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찾으면 미술전 외에도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 등 볼거리가 한층 더 풍성하다. |
1938년에 일본이 덕수궁 석조전 서관을 미술관 용도로 건립했던 것을 1946년 해방 이후, 덕수궁미술관으로 개관했고,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이 1973년 덕수궁미술관으로 이전한 이후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으로 재개관했으니 미술관인 덕수궁관의 역사도 꽤나 깊은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앞에 늘어선 대기줄은 쉽게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이날 관람객 수가 평소보다 거의 3배로 늘어났던 건 어느덧 세 번째로 접어든 ‘문화가 있는 날’의 혜택을 미리 알고 찾아온 시민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인 것 같아 감회가 남달랐다.
 |
| 문화가 있는 날, ‘명화를 만나다-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은 무료로 관람 가능했다. 사진은 매표소 문이 아예 닫혀 있다. 이날 평소의 약 3배에 이르는 8,233명이 덕수궁관을 찾았다. |
도심에서 쉽게 볼 수 없는 고궁의 고즈넉한 정취에 빠져 기다림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차례를 기다리며 마침 이날 단체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신광여중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3학년 양지송 양은 “학교에서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처음 알게 됐어요. 근현대 미술이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수업 때 그림 파일로만 봤던 작품들을 직접 관람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같은 학년 문은혜 양은 “유명한 그림을 직접 보니 신기했어요. 미술 전시회를 본 건 처음이라 더 신기했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다만, 이날 미술전의 높은 인기로 인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이윤주 양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충분히 관람할 수 없는 게 아쉬웠어요. 앞으로 문화가 있는 날마다 학교에서 체험 활동을 한다고 하는데 다음 달에는 좀 더 즐겁게 관람하거나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을 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
| 이날 단체관람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찾은 신광여중 학생들. |
이날 관람객들 중에는 유독 중년층과 노년층 관람객들이 많아 보였다. 관람객 무리 속에서 다정하게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최형규, 김명숙 씨 부부(서울 창동)을 만났다.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오늘 회화전이 아예 무료인지는 몰랐다.”며 말문을 연 최형규 씨는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봤었던 그림들을 이렇게 직접 볼 수 있으니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부인 김명숙 씨도 “미술관을 자주 찾지는 못해도 기회가 되면 꼭 오려고 하는 편인데 오늘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실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관람객 김윤기 씨(서울 홍제동)는 “이상범 화가의 그림을 다시 보니 예전엔 보지 못했던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기법이 인상적으로 느껴졌다.”는 구체적인 감상평을 전했다.
관람객들을 인터뷰하고 나니 ‘한국근현대회화 100선’이 중년층 이상의 세대들에겐 어릴 적 교과서에서 접했던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전시회라서 더욱 뜻깊었던 자리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이날의 전시회는 무료인 데다 사람도 많아서 여유 있는 관람이 어렵긴 했지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관람 자세와 감상은 한국 근현대의 뛰어난 작품 100선 못지않게 풍부했다. 한 작품, 한 작품 앞에서 쉽게 발을 떼지 못하는 관람객들부터 가족단위, 친구단위 관람객들까지 전시장 안은 이날 관람객 수만큼이나 폭넓은 감상평으로 채워졌다.
 |
| 이날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 수는 평소의 무려 3배에 이르는 8,233명이었다. 그러나 관람객들은 매너있는 관람과 수준높은 관람 자세를 보였다. |
.jpg) |
| 관람을 기다리는 줄이 덕수궁관 앞에서부터 덕수궁 정문인 대한문까지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길게 늘어서 있다. |
이번 전시회의 작품 중 ‘크리스마스카드에 가장 넣고 싶은 그림’ 1위로 뽑히기도 했던 천경자의 ‘길례언니’(1973년)부터 장욱진의 ‘가로수’(1978), 이상범의 ‘설촌’(1960년대 초) 등, 100선의 작품 하나 하나가 모두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자리를 뜨지 못하게 했던 작품은 무엇보다 이중섭의 작품들이 아니었나 싶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 전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중섭이 그린 소 대표작 3점(‘흰소’, 서울미술관 ‘황소’, 개인소장 ‘황소’)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더욱 인기가 높았다.
이날 엄마와 함께 덕수궁관을 찾았다는 10살 꼬마숙녀 김민서 양(경기 의정부시)은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오늘 본 그림 중에서는 이중섭의 소가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라며 10살답지 않은 감상평을 전해줬다. 민서 양의 어머니 김주홍 씨는 “저도 그림을 좋아하고 아이도 그림을 좋아해서 함께 오게 됐어요. 쉽게 볼 수 없는 그림들을 한자리에서 보면서 아이와 감상을 주고 받으며 얘기하다 보면 제가 보지 못했던 점들이 아이를 통해 새롭게 보인다.”라며 자녀와 함께하는 미술관 나들이의 즐거움에 대해 말했다.
.jpg) |
| 이날 관람객의 가장 큰 관심을 끈 작품은 이중섭 화가의 ‘소’ 시리즈였다. 한국 전시 역사상 처음으로 이중섭의 소 대표작 3점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라서 인기가 더욱 높았다. |
이날 어린 자녀와 함께 미술관을 찾은 가족 관람객들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들 작품에 대한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필자에겐 한편으로는 매우 놀라운 관경이기도 했다.
이날 필자가 만난 관람객들은 대부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을 과거 한 차례 이상 찾았던 경험이 있었고, 미술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었다. 어느덧 3회째를 맞이한 문화가 있는 날, 유치원생부터 노년층까지 같은 전시회를 보며, 폭넓은 문화 체험을 나누고 감상을 나눈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전국 문화시설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 생활 속 문화 향유의 기회를 확산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한 ‘문화가 있는 날’. 우리 국민들은 사실 이미 충분히 문화를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갈증이 앞으로도 계속될 ‘문화가 있는 날’로 한층 해갈되길 바라며 ‘문화가 있는 날’이 국민들에게 더욱 큰 샘이 되길 희망해본다.
공감코리아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