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년째 이웃 어르신 식사 대접하는 과메기 부부 | news | 2014-04-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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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천사 정춘란·유호근 씨 부부
“우리 부부의 행복은 남에게 베푸는 것입니다. 베풀 수 있을 때 한 분이라도 더 도움주고자 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200여 명의 어르신에게 식사를 대접했습니다.”
서울 구로구 개봉3동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정춘란(53), 유호근(58) 씨 부부는 한 달에 한 번 독거노인 등 소외 이웃에게 무료로 점심을 대접한다. 2007년 식당 문을 연 뒤부터 시작한 일이다. 어떻게 홀몸어르신들께 무료 식사 대접을 하게 됐을까. 답을 찾기 위해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부부의 식당 주 메뉴는 과메기다. 친정이 구룡포로 과메기가 특산물이다. 정 씨는“구룡포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냉장고에 오래 보관할 수는 없고, 우리 식구가 먹기에는 많았다. 그 당시 폐지를 주워 파는 어르신이 남의 집 앞 먹다 남은 소주를 마시는 걸 봤다.”며 “그 모습이 눈에 아련해 식당에서 남은 소주와 냉장고에 보관 중인 고기를 안주로 대접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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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춘란 씨는 “봉사에 중독이 돼야 남을 도울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한다. ‘조금만 양보하기, 인생은 공짜가 없다.’ 정 씨의 좌우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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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씨의 무료 식사 대접에 맛있게 드시고, 그릇을 깨끗이 비우는 어르신들. 200~300백 명의 식사를 대접하려면 손이 많이 딸려 청소년육성회원, 인근 부대원, 동예비군까지 나와 도와준다. |
그 날 이후로 소외이웃에게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했다. 초창기는 20~30명의 어르신이 식당을 찾아왔다. 입소문으로 60명, 100명이 금세 채워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크게 늘어 200~300명 가량 찾아온다. 지난 3월에는 200명이 넘는 어르신께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 대접하는 날이면 어르신들이 아침부터 식당 앞에서 대기하고 섰다. 식당 공간이 100㎡ 남짓해 줄서서 기다렸다가 교대로 식사를 한다.
반찬메뉴는 노인들임을 감안해 영양을 고려하고 먹기 편한 음식을 제공한다. 불고기, 제육볶음, 버섯, 카레 등 다양하다. 정 씨는 “초창기에는 테이블 당 반찬을 공동으로 드실 수 있게 했는데, 영양가 있는 음식은 서로 양보하시느라 안드셔서 쓰레기로 많이 버렸다. 그래서 개인별 자율 배식을 한 이후 음식 쓰레기가 거의 사라졌다.”며 “그러나 먹고 싶은 분은 마음껏 드시도록 했다.”고 말했다.
구로구에 거주하시는 이필규(73) 어르신은 이곳 단골이다. 식당에서 나오는 박스나 신문, 커피 컵 등 재활용품을 수거해 팔아 생활한다. 거의 매일 들러 소주 반 병과 안주를 무료로 드시고 간다. “음식이 맛있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며 “항상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년째 식사 대접을 하다보니 찾아오는 어르신들도 바뀐다. 안타까운 것은 사망 소식이다. 매번 오시는 분이 한두 번 빠져 수소문해보면 돌아가셨다는 얘기가 들려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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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료 식사 대접 초창기 남편은 ‘해주고 욕먹는다.’며 반대했지만 지금은 남편이 더 적극적이고 든든한 후원자다. 하트를 그리는 유호근, 정춘란 부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며 바늘과 실처럼늘 함께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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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청소년육성회 구로지회 개봉3지회장을 맡고 있는 정 씨(앞줄 좌측에서 두 번째)와 회원들. 사각지대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과 지원을 하고 있다. |
200~300명 분의 식사를 대접하려면 식비도 만만찮다. 매회 100만 원은 훌쩍 넘긴다. 그렇다고 부부가 넉넉한 것도 아니다. 과메기가 겨울 한철 장사라 여름철엔 적자를 보면서도 무료식사를 계속 이어간다. 많이 올 때는 준비한 음식재료가 모자라 별도로 급히 음식을 만들 때도 있었다. 일손도 많이 필요하다. 아들 둘 중 작은 아이가 도와 주지만 세 사람으로는 턱없다. 원래 발이 넓은 정 씨인지라 자원봉사자가 많다. 구로구 청소년육성회, 여성예비군, 특전캠프 병영체험 단골 활동가라 이곳에서 봉사자가 2~3명씩 찾아와 도와준다.
이러한 정 씨 부부의 선행을 보고 주위에서 다가와 일정액을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으니 도우려면 주민센터나 소외시설에 직접 갖다 드리라고 말한다는 그는 “기한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할 수 있는 한 계속 소외 어르신을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씨에게는 남을 돕는 봉사가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이다. 그러면서 “잠자는 시간이 가장 아깝다. 한가하면 안된다.”고 말한다. 하기야 음식 준비하고 손님이 많을 때는 새벽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자는 시간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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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체험 특전캠프 중 파도를 헤치고 노를 힘차게 젓고 있는 정 씨(우측 선두). 언제나 선두에서 청소년들의 본이 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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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전캠프에서 반합에 밥을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정 씨는 캠프 단골이라 젊은이들 앞에서 부모 마음으로 힘들고 궂은 일을 도맡는다. |
지난해에는 한 방송사의 도전 프로그램에 출전, 우승을 차지해 1천만 원의 상금까지 탔다.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전액 독거노인 두 분의 수술비를 위해 즉시 기부했다. 정 씨는 “당시 방송 프로그램은 야외에서 진행됐다. 장대비를 맞고 장시간 젊은이들과 체력을 겨뤄야 했다.”며 “나를 위한 참여가 아니라 남을 돕기 위한 마음을 미리 정하고 출전했기 때문에 운도 따랐지만 승리를 하게 된 것 같다.”고 겸손히 말했다.
어린 시절은 어떻게 보냈을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10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해 졸업도 못했다. 봄, 여름에는 산에 올라가 산나물, 고사리를 캐다 팔고 겨울에는 나무를 해다 시장에 팔아 공부했다. 돈을 벌기 위해 부산으로 가서 직장생활을 했고, 못한 공부 욕심에 야학에 다녀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내가 백합 같다고 해 고향집에 가면 백합을 한 다발 사주곤 하셨는데...” 말을 잇지 못하는 정 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때 남편 유 씨를 만났다. 그것도 직접 만난 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펜팔로 연을 맺었다. 군 복무 중이던 신랑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결혼했다.
이후 18년간 부부는 서점을 운영했지만 IMF 구제금융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구룡포 친정 나들이가 잦으면서 과메기와 백고동을 많이 갖고 왔다. 동네 지인들과 나눠먹곤 하다가 이것으로 포장마차를 시작했는 데 손님들이 줄을 섰다. 지금의 구룡포 과메기점의 원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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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긋한 깻잎 깔고 그 위에 구수한 쌈배추, 파래김, 쌈다시마와 생미역, 과메기, 청량고추, 마늘, 마늘쫑, 쪽파를 차례로 하나씩 올려놓고 과일고추장과 보리된장을 발라서 둘둘 말아서 먹습니다.” 정 씨가 귀띔하는 포항 구룡포 특구지역에서 생산되는 과메기를 맛있게 먹는 법이다. 씹으면 구수하고 달콤한 기름이 육질에서 자르르 나온다. 어르신들께 무료 식사를 대접하게 된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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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씨(우측)는 행복나눔 사랑의 자전거투어로 건강을 다지고 쌓인 스트레스도 확 날린다. 하이킹으로 한라산 1100고지까지 올랐다. |
정 씨 부부의 봉사는 어르신 무료 식사 대접에 그치지 않는다. 청소년육성회, 여성예비군에 소속돼 다양한 봉사활동과 사각지대에 놓인 청소년 장학금 지원 등의 도움을 주고 있다. 군 사랑도 넘쳐나 남자도 힘든 특전캠프에도 수차례 다녀왔다. 나이가 있어 훈련에서 뒷전으로 물러날 법도 한데 항상 앞장서 청소년들의 본이 되고 솔선수범해 힘들고 궂은 일은 도맡았다.
그런 연유로 부대장 수상 경력도 많고 특히 캠프를 마치고서도 정 씨를 ‘이모’라 부르며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 중 여성 학사장교들도 있다. 정 씨는 또 평소 운동을 즐겨 지난해에는 하이킹으로 한라산 1100고지도 거뜬히 점령했다. 무엇이든 한다면 끝장을 봐야하는 독특한 기질을 소유했다.
취재 후 정 씨는 회장으로 있는 한국청소년육성회 구로지회 개봉3지회가 27일 강원도 정선으로 워크숍을 가기로 돼있었는데 취소하고, 대신 그 비용을 세월호 참사로 피해가 큰 안산 단원고교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봉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봉사에 중독돼야 진정한 봉사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한 정 씨를 지켜보면서 새삼 봉사자의 진국을 느꼈다.
점심식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식당 밖에서 기다리는 어르신을 맞으며 부지런히 음식을 준비하는 부부의 활기찬 모습을 지켜보면서 진정한 나눔정신의 뭉클함도 맛봤다. 이번 달 무료식사 대접은 28일 월요일이다. 부부는 벌써부터 어르신 연락처를 확인하며 한 분이라도 놓칠 새라 챙기기에 바쁘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이라 식사 대접을 잊거나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어 매달 전화해 미리 알려드린다.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고 섬김정신으로 안부와 건강까지 챙기는 부부야말로 세상이 어르신들에게 선물한 천사들이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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