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장 나누는 착한 아이디어, 사회적 기업 인증에 한몫 | news | 2014-05-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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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인증기준 확대
소셜벤처는 사회적기업의 초기 창업 모델이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기업을 뜻한다. 그동안에는 이런 소셜벤처들이 창업을 거쳐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실적이 있어야만 가능했다. 아무리 처음부터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다고 해도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의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사회적 인증을 받고서야 일정한 정도의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경우가 많았고, 창업을 통해 겨우 첫 한 걸음 내디딘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사실상 기존의 인증 기준을 맞추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가 관련 부처들과 함께 대대적으로 실시 중인 규제개혁 조치에 따라 많은 소셜벤처들의 애로사항이 해결됐다. ‘사회적기업육성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는 사회적 기업의 판단 범위가 넓어진 것. 이제는 취약계층에게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소셜벤처처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사회적 목적 실현으로 인정한다는 취지의 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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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적 목적 실현이라는 개념의 범위가 사회 문제 해결까지 확대됨으로써 사회적 기업 인증이 더 쉬워졌다 |
소관 부처인 중소기업청은 해당 기업들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올해 1월부터 바뀐 이 같은 내용의 시행령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착한 아이디어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들은 더욱 쉽게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비영리 단체로 활동 중이었던 ‘열린옷장’도 이런 규제개혁의 훈풍을 타고 따뜻한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한 소셜벤처를 넘어 이제는 어엿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났다.
‘열린옷장’은 한 마디로 정장 공유 서비스다. 정장을 기증받아 구직자에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장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취업 시즌 입사 면접을 앞두고 급하게 정장이 필요한 청년구직자, 졸업사진 촬영이나 행사를 위해 정장이 필요한 대학생들, 결혼식 같은 모임과 행사 때문에 정장이 필요하신 중장년층 등 정장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모두의 옷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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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장을 열어 마음을 나누다’는 사회적 기업 ‘열린옷장’의 모토이다. |
열린옷장 홈페이지(www.theopencloset.net)에 들어가보면 ‘옷장을 열어 마음을 나누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직장에 다니는 선배 사회인이 정장 기부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전달한다는 좋은 의미가 담겨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의미가 더 있는데, 바로 열린 옷장의 모든 정장 속에는 다양한 기부자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부를 하면서 전하는 사연과 빌려 입으면서 전하는 감사의 사연들이 모여 열린옷장의 정장은 더욱 특별한 정장이 됐다. 그 사연들을 하나 하나 소중하게 간직하고자 하는 열린옷장의 마음은 정장 속에 있는 노란 메모지에 담겨 다음 사람에게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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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정장에는 기부자와 대여자 모두의 따뜻한 사연이 담겨 전해진다 |
“어서 오세요, 열린옷장입니다. 혹시 인터넷으로 방문 예약을 하셨나요?”
열린옷장에 들어서니 한만일 공동대표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다. “대여자가 오면 어울리는 옷을 고르기 위해 여러 벌 직접 입어보고 해야 하거든요. 저희 직원들이 일대일로 따라다니며 신체치수 측정과 스타일 추천, 안내 등의 수발을 해드리다보니 요즘 같은 취업 시즌에는 일손이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 미리 방문 예약과 대여자의 정보를 받아 대여자들이 기다리거나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만든 절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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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만일 공동대표가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열린옷장을 찾았다는 강정구 씨에게 정장을 추천하고 있다. |
한 대표는 마침 결혼식에서 입을 아버지의 정장 예복을 빌리기 위해 찾은 예비 신부 강성경 씨와 아버지 강정구 씨를 위해 어울리는 정장을 추천했다. 둘째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딸의 추천으로 열린옷장을 찾았다는 강 씨는 “정장이 모두 새 것 같아서 놀랐다.”며 “잠깐동안 입을 정장을 잠시 빌려 입는 것은 절대 창피한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바람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전 예약을 통해 대여 서비스를 진행하지만 미리 예약을 하지 못하고 열린옷장을 찾더라도 역시 대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급하게 정장이 필요한 대학생 이지훈 씨도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하고 바로 열린 옷장을 찾은 대여자다.
이 씨는 “결혼식에 참석할 일이 생겼거든요. 그런데 제가 요즘 살이 쪄서 조금 큰 치수의 정장이 급하게 필요했어요, 결혼식 하루만 잠깐 필요한데 큰 치수로 새로 정장을 사기도 어렵고요. 저는 키와 덩치가 조금 있어서 맞는 치수의 정장을 주변에서 빌리기가 더 어렵거든요. 결혼식에 그냥 가지말까 하는 생각까지 들고 난감하던 차에 KBS에서 방송 중인 ‘인간의 조건’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열린옷장에 오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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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에 입을 정장을 빌리러 열린옷장을 찾은 대학생 이지훈 씨와 개그맨 김준현 씨 |
열린옷장은 얼마 전 KBS ‘인간의 조건’에 소개되면서 입소문을 탔다. 특히 개그맨 김준현 씨는 방송에서 남다른 덩치로 인해 겪은 어려움을 소개하며, 큰 치수의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도 마땅히 정장을 빌릴 곳이 없어 새로 정장을 사야하는 불편을 겪었던 사연을 소개했다. 그런 그가 열린옷장에서 큰 치수임에도 딱 맞는 정장을 빌리는 것을 보고 이지훈 씨처럼 열린옷장을 찾아오는 대여자들이 부쩍 늘었다.
열린옷장은 사실 평범한 직장인들의 수다에서 비롯된 아이디어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정장을 공유해 당장 필요한 사람이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단순하지만 의미 있는 ‘착한 나눔의 아이디어’는 초기 수익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큰 힘을 발휘했다.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SNS를 통해 급격히 입소문이 퍼져나갔고, 라디오를 통해서도 전파를 탔다. 사람들의 정장 기부가 많아졌고, 적은 돈으로 일주일 이상 정장을 대여할 수 있다는 소식에 고객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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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하지만 따뜻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열린옷장은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스타트업 단체 등 정부의 많은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저희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정말 많은 부분에서 여러 감사한 분들의 도움과 나눔이 모여서 이뤄진 단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아요. 정장은 물론이고 지금 이곳도 회사의 휴게공간을 사무실로 사용해보면 어떻겠냐며 선뜻 제안해주신 벤처기업 덕분에 잘 사용하고 있지요. 세탁소를 운영하시던 한 부부는 초창기부터 재능기부 삼아 좋은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세탁을 맡아주시겠다고 먼저 연락을 주셔서 역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런 모든 나눔과 도움의 손길 덕분에 열린옷장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바빠진 열린옷장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얼마 전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나왔다는 김소령 공동대표의 말이 이어졌다. “어쩌면 정부기관의 그 어떤 관심과 지원보다도 공유 허브 홈페이지 등으로 서울시가 함께 홍보를 해주신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리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도 시작 단계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홍보가 아닐까 생각하거든요. 시작 단계에서 서울시 주관 청년허브센터에서 진행하는 전문가들의 멘토링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널리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조언을 받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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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령 공동대표는 ‘열린옷장’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얼마 전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 뒀다. |
열린옷장은 소셜벤처, 사회적기업, 스타트업 벤처 등 정부기관과 협동조합, 고용부의 청년 창업 프로그램과 같은 현 정부의 많은 프로젝트들에서 하나같이 주목하는 좋은 성공사례로 통한다. 김 대표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 정부의 창업 지원 사업 중에서도 특히 신생 기업들의 홍보를 돕는 프로그램이 효과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런 신생 기업들의 창업 애로사항을 덜어주고자 서울시는 ‘서울시 희망광고’ 제도를 만들어 1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지하철과 공공기관은 물론 tbs 교통방송 등과도 협력해 무료로 홍보를 돕고 있다. 우선적으로 소상공인들과 사회적 기업 위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열린옷장도 올해 서울시의 희망광고 사업체로 선정돼 지하철 등에서 광고 홍보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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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열린옷장’의 서울시 희망광고 |
“요즘처럼 취업 시즌에다 결혼식도 많은 시기에는 열린옷장을 찾는 대여자들이 하루 평균 30명을 훌쩍 넘는 경우도 자주 있어요. 그래서 사실 일손이 많이 부족한 편이지요. 얼마 전부터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열린 옷장에서 무보수 자원봉사로 일하다가 정직원이 됐다는 정선경 씨는 “일이 힘들어도 지금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있는 것 같아 즐겁다.”고 말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을 찾아내 일자리를 만들고 일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열린옷장의 사례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가 아닐까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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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옷장’의 직원 정선경 씨와 서동건 씨. 아래는 자원봉사포털 ‘1365’와 ‘VMS’. |
“특히 일손이 많이 부족할 때,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 모집 홈페이지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고 가시는데 저희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열린옷장에서 빌린 정장을 입고 면접에 합격했지만 정장 나눔으로 즐겁게 일하는 장면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아 고민 끝에 결국 첫 직장으로 열린옷장을 택했다는 직원 서동건 씨도 “요즘 부쩍 많아진 고객들 덕분에 직접 세탁기를 들여와 빨래를 돌릴 정도”라며 자원봉사자들이 열린옷장을 찾아 돕는다는 사실이 더욱 고마운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올해 들어 열린옷장은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VMS(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 홈페이지와 안정행정부가 운영하는 ‘1365 자원봉사’ 홈페이지를 통해 자원봉사자 모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또,서울시 사회적 경제지원센터의 ‘청년혁신 일자리 사업’을 통한 직장 체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3월부터 1명을 지원받아 일손 부족을 많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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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옷장은 구두와 벨트, 스카프까지 정장 대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구비했다 |
사실상 공동대표 두 명과 남녀 직원 두 명이 열린옷장의 전 직원이다. 넷이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 정장 뿐 아니라 넥타이, 벨트, 스카프에서 구두까지 정장과 관련한 모든 아이템을 서비스하는 열린옷장은, 정장을 기증받고 대여한 뒤 다시 돌려받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일손 부족과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고객과 기부자가 많아졌고 수익성도 약간 생겼다. 사회적 기업이 아니라 일반 기업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기에 충분할 법도 하지만 이들은 얼마 전 자신들의 단체를 결국 비영리 단체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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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마다 걸려있는 저마다의 노란 사연 주머니들. |
“돈보다 더 큰 가치있는 일이 있다고 믿어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작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요?”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난과 경제난을 동시에 겪고 있다. 그들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기 위해 자신의 직장을 내려놓고 따뜻한 마음으로 열린옷장을 시작한 이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세상에서 가장 큰 옷장을 운영하는 젊은 옷장지기들을 만날 수 있는 ‘열린옷장’은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다.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로 나가서 곧장 걸어가면 열린옷장을 찾을 수 있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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