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안내견, 역사는 짧지만 능력은 뛰어나네요 | news | 2014-05-21 |
키스 팅가 세계안내견협회 심사관, 26년간 네덜란드서 안내견 양성… 안내견 학교 심사하러 한국 방문
키스 팅가(56) 세계안내견협회(IGDF) 심사관은 지난 16일 인터뷰가 진행 중인 카페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 힘찬이(2)를 쓰다듬는 손님을 흘끗 보며 말했다. 그는 안내견 학교 정기 심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거나 위험을 미리 알려 안전하게 인도하도록 훈련받은 개다.
2007년부터 세계안내견협회 심사관으로 활동해온 팅가씨는 캐나다·뉴질랜드·폴란드·일본 등 10개국을 돌며 안내견 학교를 평가해왔다. 세계안내견협회에 속한 심사관 28명은 각국 안내견 학교에서 10년 이상 훈련 매니저 경력을 쌓은 사람들로 무보수 명예직이다. 전 세계 80여 안내견 학교가 평가 대상이다.
팅가씨는 이날 안내견의 인도를 받는 50대 시각장애인의 하루를 동행했다. "서울 수서에서 분당까지 그분의 출근길을 따라갔어요. 지하철 안 시민들이 안내견을 보고 놀라서 다른 칸으로 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안내견 활동은 우수했어요. 안내견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 선진 훈련 기법을 동원해 우수한 안내견을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데 놀랐습니다."
그는 26년 동안 모국인 네덜란드 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을 양성한 베테랑 훈련관이다. 1988년 안내견 학교에 신입 사원으로 들어가기 전 그는 암스테르담에서 경찰관으로 7년간 일했다. "개를 워낙 좋아해 주말마다 사냥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가는 게 취미였어요. 사냥개 클럽에서 만난 지인이 '안내견 훈련을 해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서 이 일을 하게 됐죠. 처음엔 안내견이 온순해 보여 다루기 쉬울 줄 알았습니다. 웬걸요, 야성(野性)을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면 되는 사냥개와 달리 안내견은 반복해서 고도의 훈련을 시키고, 또 사람과 어울려 사는 법을 가르쳐줘야 해서 오히려 더 어렵더라고요."
단순히 개를 좋아해 시작한 일이지만 요즘 그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고등학생에게 안내견을 분양했는데 그 친구가 처음 나선 길이 할머니 집으로 가는 길이었어요. 뭉클했죠. 전 세계 안내견 훈련관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일할 겁니다. 한국의 안내견 학교 훈련관들은 특히 더 사명감이 뛰어난 것 같아요. 이제 한국인 심사관들도 배출돼 서로 선진 훈련 기법을 공유하고, 더 많은 시각장애인의 삶의 질도 개선시키길 바랍니다."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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