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식 같은 장병들 힘들어도 면회 가야지요” | news | 2014-05-30 |
‘장병들의 어머니’ 승리부대 전우회원 전용분 씨
“우리 영환이가 상병으로 진급했어요. 처음엔 자대 적응을 못해 내 마음을 불안하고 아프게 하던 녀석이 지난 1월 1일 상병으로 진급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내친 김에 특급전사가 되어보겠다며 아무지게 선전포고(?)를 하네요. 자랑스러운 유영환 상병을 위해 많은 격려와 응원 보내주세요.”
군 복무 중인 한 장병의 어머니 역할을 해오고 있는 분이 있다. 육군 제15사단 승리부대 전우회원인 전용분(60·대전) 씨다. 남편 임태권 중사가 이곳 포병부대에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95년 사랑하는 남편을 지병으로 보낸 전 씨는 생전 남편의 극진한 부대사랑과 장병사랑을 알고 있었기에 여성의 몸으로 전우회원으로 선뜻 가입했다.
전 씨는 전우회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대 방문을 통해 가정 형편이 어렵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 도움이 필요한 장병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보탠다면 군 복무를 더 잘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전우회를 연결고리로 남편이 근무했던 부대로부터 장병을 소개받아 일대일 자매결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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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용분 씨 이름 앞에는 항상 필승과 승리가 따라붙는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려보인다. 전 씨는 한 장병의 든든한 후원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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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무살 때부터 배우기 시작한 통기타. 수십 년을 손놓고 있다가 1년 전부터 통기타 동아리에 참여해 열심히 익히고 있다. 면회나 면박 때 아들과 그 동료들을 만나면 좀 더 가까워지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다. |
첫 번째 장병을 소개받은 때가 2011년 11월. 지금은 두 번째 장병과 결연을 맺어 따뜻한 사랑을 베풀고 있다. 전 씨에게는 장가간 외동아들이 있지만 이들 장병 역시 친자식이나 다름없는 귀한 아들이다. 대전에서 부대가 위치한 강원도 화천까지 먼 길을 혼자 차를 몰고 면회를 오간다. 장병의 외출, 휴가 때면 만사 제쳐두고 항상 동행해 따뜻한 사랑을 나눠줬다. 지난 겨울 폭설이 잦았을 때도 예외없었다. 차바퀴에 체인을 걸고 서행으로 밤늦게 도착해 부대 숙소에서 새우잠을 자고 다음날 아들을 면회했다.
첫 번째 결연을 맺었던 장병(김영환·28)은 제대를 해 자신의 기능을 살려 개인 사업을 하며,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다. 처음 입대해서는 사회와는 다른 규칙적인 군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전 씨를 만난 생활에 변화가 생겼다. 군 생활을 즐기게 됐고 동료나 선후배들과도 잘 어울렸다. 힘든 훈련도 잘 참아내며 오히려 다른 장병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임해 조기에 병장 진급을 하고 특급전사가 됐다. 입대 당시 어두웠던 표정과 성격 모두 환하게 밝아졌다. 전 씨의 따뜻한 사랑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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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화천 감성마을 이외수 작가와의 소중한 만남은 첫째 아들 김영환 군에게 삶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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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환 군이 제대하던 날, 면회 때마다 만남의 장소로 정들었던 부대 내 필승회관 앞에서 전 씨와 함께 나란히 섰다. |
영환 군이 상병 진급을 했을 때 전 씨는 면박나온 아들과 함께 부대 인근 화천 감성마을 이외수 작가를 찾았다. 이 작가는 영환 군에게 남은 군 복무 생활과 제대 후 사회생활을 할 때 필요한 조언도 들려줬다. 전 씨는 이외수 작가의 베스트셀러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전 씨가 갖고 한권은 아들 영환 군에게 선물로 줬다. 멋진 사인까지 받고, 함께 사진 촬영을 한 영환이의 얼굴에는 보름달 같은 미소가 활짝 폈다.
1년 전 김영환 군의 전역으로 첫 아들을 떠나 보낸 전 씨는 곧바로 두 번째 후원대상 장병과 결연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이름이 첫째 아들과 같은 (유)영환(22)이다. 현재 상병으로 복무하고 있으며 11월 전역을 하게 된다. 승리부대 원로 전우회원들이 위문품을 가득 안고 영환이 부대를 위문 방문하기도 했다. 전 씨는 별도로 떡과 위문품을 준비해 아들과 동료 전우들을 모아 훈훈한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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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리부대 전우회 원로들과 둘째 아들 유영환 상병이 복무 중인 부대를 위문 방문했을 때 부대 관계자들이 함께 했다. 전 씨는 유 상병의 팔을 꼭 껴안았고, 장병들에게 줄 떡 등 별도의 선물도 준비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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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씨가 아들 면회를 갈 때면 동료 전우들을 함께 불러내 좋은 얘기를 들려주고, 부대 내 필승회관 식당에서 치킨파티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맨 좌측이 유영환 상병. |
첫째 아들 김영환 군은 제대 후 자신의 재능을 살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다. 복무 중인 둘째 아들 유영환 상병은 제대 후 복학을 하게 된다. 결연은 제대 후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고 서로 연락하며 지속적으로 이어진다. 첫 아들 김 군은 평소 전 씨를 ‘이모’라 부르고, 둘째 아들 유 상병은 ‘어머니’라고 부른다.
김영환 군은 “이모님 덕분에 군 생활을 힘든 줄 모르고 마쳤다. 처음엔 다소 지루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생활했다.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이모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며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직계가족이 아니어서인지 모르지만 영환이한테 연락을 했을 때 답이 없거나 아파도 아프단 말을 해주지 않을 때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전 씨는 첫 아들 김 군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 믿음직한 색시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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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수 특전캠프에 참가해 훈련에 임하고 있는 전용분 씨. 힘들지만 군 복무로 수고하는 아들과 장병들을 생각하며 꾹 참고 열심히 참여해 부대장 표창도 두 차례나 수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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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축제인 지상군페스티벌 병영 체험에도 참여한 전 씨. 교관의 지도를 받으며 한줄타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전 씨의 장병 후원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 대전에서 강원 화천까지 오가며 면회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외출이나 휴가 때도 시간을 내 아들을 맞으러 차를 몰고 달려간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아들 면회 나 외출 때 함께한 동료 전우들까지 따뜻하게 챙긴다. 부하 장병들을 유난히 아끼고 사랑했던 생전 남편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다.
전 씨는 “힘들지만 하루하루 밝은 모습을 되찾고 자신의 속마음을 열어보이며,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장병들을 돕고 싶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얻는다.”며 “환경이 어려운 장병들과 지속적인 결연을 맺어 돕고 싶지만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장병들을 사랑으로 따뜻이 맞아주길 소망하고 있다.
1년 전부터는 통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20대 초반부터 기타를 배웠다는 전 씨는 몇십 년동안 손놓고 있다가 다시 기타를 잡았다. 면회나 면박 때 아들과 그 동료들을 만나면 좀 더 가까워지고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서란다. 전 씨가 통기타로 즐겨 부르는 곡은 영화 금지된 장난의 주제곡 ‘로망스’와 ‘등대지기’. 외딴 곳에서 홀로 황망한 바다를 비추며 배의 항해를 돕는 외로운 지킴이가 존경스럽고, 이 땅에서 전쟁의 고통과 아픔이 사라져야한다는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남편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했더니 “결혼 후 제일 먼저 제게 한 말은 ‘군인가족은 전쟁이 발발해도 절대 피난가서는 안되며 자신이 있는 곳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말한 진정한 군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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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서포터즈 회원들과 함께 수도권 소재 부대를 방문해 안보체험을 하고, 위문품을 전달했다.(앞줄 우측에서 세 번째가 전용분 씨) |
일찍 저 세상으로 보낸 남편은 3형제 중 막내, 셋 모두 월남전 참전용사란다. 위로 두 형은 비둘기부대와 맹호부대 1진으로 참가했다. 남편은 월남전에서 이름을 날린 맹호부대원으로 막바지에 참전했다. 많은 파월장병들이 자유 수호를 위해 이국땅에서 고귀한 희생을 했지만 3형제는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고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 용감한 3형제였다.
전 씨도 남편 형제들의 나라사랑 유전자를 이어받은 것 같다. 현재 다음카페인 육군서포터즈(http://cafe.daum.net/ArmySupporters)운영진으로 봉사하고 있다. 지난 겨울과 올 봄에는 회원들과 함께 수도권 인근 부대를 위문 방문해 수고하는 장병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회원들에게는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
전 씨는 젊은이들에게 유익한 얘기를 많이 들려주기 위해 많은 책을 보고, 두 아들을 위해 기도를 하고 있다. 둘째 영환이가 제대하고 나면 또 다시 후원하게 될 셋째 아들을 놓고서도 기도하고 있다. 남편의 고귀한 뜻을 이어가고 있는 전 씨의 장병 결연이 끊이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되길 기원한다. 국토 방위를 위해 힘쓰는 장병들에 대한 전 씨의 사랑의 씨앗이 널리널리 퍼져 훈훈한 병영이 됐으면 한다.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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