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다. 부딪히고 튕겨져 나간다. 휠체어와 함께 바닥에 나뒹구는 건 예사, 뱀장어들이 얽혀 지나가듯 코트 위 움직임이 현란하다. 유연한 턴과 강력한 밀착마크가 이어진다. 슛 기회가 열렸다. 두 팔을 쭉 내던진다. ‘찰랑’ 그물이 흔들린다.

흔히 하계 올림픽의 꽃은 축구, 동계 올림픽의 꽃은 아이스하키라고 한다. 여러 종목 중 단체 스포츠가 일궈내는 조직력과 강한 맞부딪힘이 주는 여운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인 스포츠의 꽃은 무엇일까. 바로 농구다. 그래서 세계휠체어농구대회는 ‘장애인 스포츠계의 월드컵’이라 불린다. 4년마다 세계 최강자를 가린다.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이달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 간 인천 삼산울드체육관과 송림체육관에서 열린다. 대회 개막식이 열린 인천 삼산체육관.

휠체어 농구는 경기 자체로 박진감이 넘친다.

2014 인천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희망, 열정 그리고 도전’이라는 기치 아래 7월 5~14일 열흘간 인천 삼산실내체육관과 송림체육관에서 열린다. 대한장애인농구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장애인체육회, 인천광역시가 후원한다.

“휠체어 농구가 주는 박진감은 동영상이나 중계로는 아실 수 없습니다. 직접 와보셔야 얼마나 격렬하고 스피디한 경기인지 아실 겁니다. 꼭 오셔서 재미도 느끼시고 대표팀에 많은 격려도 부탁드립니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일본과 네델란드의 경기.

선수 선서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김영무 주장.

휠체어 농구를 한 지 14년이 됐다는 김동현(27) 선수는 “이번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게 무엇보다 뜻깊다”며 “농구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 것 같아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선수의 말처럼 현장에서 지켜본 휠체어 농구는 대단한 몰입을 주는 스포츠였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선수들의 모습은 건강을 위한 가벼운 운동이라기보다는 프로스포츠에 가까웠다. 특히 전후좌우 숨 돌림 틈 없이 회전하는 휠체어 핸들링은 경기의 백미다. 마치 서커스라도 하듯 방향을 바꾸기에 눈이 쉴 틈이 없다.

이날 현장을 찾은 관객들의 감탄도 이어졌다.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김철희(41) 씨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경기 자체가 워낙 재미있어서 생각지 못한 즐거움을 누린 것 같다.”며 기뻐했다.

개막식 행사에 참여한 유정복 인천시장과 선수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많은 관중들이 좀 더 훌륭한 경기를 만든다.

김장실 조직위원장은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장애인 체육 육성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며 “신체가 다소 불편할 뿐 스포츠를 향한 열정과 비전, 꿈과 희망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참가한 모든 이들이 건강하게 귀가할 때까지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다. 주최국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미국, 독일, 일본, 이란 등 세계 16개국에서 참가하며, 각 팀 임원 및 선수단만 해도 500여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이탈리아 세미프로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동현 선수를 앞세워 대회 첫 8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축구에서 이루지 못한 염원을 농구에서 풀어주겠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한국 대 멕시코 팀의 점프 볼 순간.

프로농구 선수도 휠체어에서 슛을 던지기는 힘들다고 한다.

휠체어 농구는 현재 전 세계 90여 개국에서 즐기는 인기 높은 스포츠다. 외국에는 실업 팀은 물론 세미 프로리그까지 존재한다. TV 중계는 물론이다. 실업 팀이 서울시청 1개 팀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과는 많이 대비된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은 100개가 넘는다. 그럼에도 세계 11위권을 유지하는 한국 팀의 실력은 노력 그 이상을 넘어선다.

“합숙에 임하는 태도부터 달랐습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반드시 좋은 경기 보여드리겠습니다.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지우시고 보면 정말 다이나믹한 스포츠입니다. 한국에서 하는 좋은 기회에 꼭 찾아와 즐기셨으면 합니다.” 김영무(36·주장)

개막 첫 날, 관중석은 단체 응원까지 합쳐 절반을 넘게 채웠다. 다만 이런 호응이 대회 마지막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휴일을 맞아 동네 친구들끼리 응원을 왔다는 주부 김진순씨는 “경기도 재미있고, 체육관 실내가 시원해서 더위를 피하기에도 그만이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코트에 나뒹구는 건 경기 중 흔한 일,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휠체어 농구는 장애인 올림픽에서 가장 마지막에 치른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걸 반증한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흔치 않은 기회다. 게다가 무료 입장이다. 운이 좋다면 푸짐한 경품까지 챙길 수 있다. 일석삼조, 사조의 기회가 아닐까.

개막식에 이어진 한국의 첫 경기, 멕시코 팀을 맞았다. 점프볼이다. 모든 규칙이 일반 농구와 거의 차이가 없다. 멕시코가 연이어 슛을 성공시킨다. 지켜보던 관중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대~한민국!”을 외친다. 한국 선수들이 힘을 낸다. 번개 같은 속공이 이어지고 호쾌한 슛은 연속해서 링을 통과한다. 1쿼터가 끝나기 전에 역전을 이뤄낸다. 환호가 터진다.

멕시코에 역전승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는 시종일관 실제 프로농구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에 따르면, 현역 프로농구 선수도 휠체어에 앉아서는 3~4m 슛도 제대로 쏘기 힘들다고 한다. 장애인 선수들은 3점 슛까지 자유자재로 쏘아댄다. 뼈를 깎았을 인내다.

인상적인 건 휠체어와 함께 코트에 넘어졌을 때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상대는 물론 같은 팀 선수, 심판도 그러려니 본체만체 한다. 스스로의 힘으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선다. 숨은 뜻을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시 한국의 노마크 찬스다. 탕탕 공을 튀기며 상대 골대를 향해 돌진한다. 비장애인 경기였으면 덩크 슛도 가능한 기회다. 상체가 휠체어를 딛고 일어선다. 레이업 슛, 성공이다. 선수는 덩크 이상의 쾌감을 느낄 것이다. 바퀴에 의지했지만, 하늘을 나는 상상. 그게 바로 장애인 농구선수들이 가진 꿈이 아닐까.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