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희 남양주 오남高 지리교사

재밌고 효과적인 교육을 연구하는 ‘교육연구사’ 꿈을 가진 이수현(18) 양은 2년 전부터 또래 친구들에게 멘토가 돼 학습 방법을 알려주는 교내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 수현 양처럼 교육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 20여 명이 모인 경기 남양주시 오남읍 오남고등학교의 이 교육동아리는 또래 친구들뿐 아니라 인근 지역아동센터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운 초등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다. 수현 양은 “멘토링은 개인 시간을 희생해 친구들에게 봉사하는 게 아니라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매 순간 즐겁다”면서 “동아리를 처음 만들자고 제안해주고 항상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도희 선생님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김도희(여·47) 세계지리 교사는 지난 2012년 기숙사에 들어온 수현 양이 교육 쪽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기숙사 내에 교육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또래 아이들의 공부를 돕는 동아리 활동이 기숙사에서 큰 효과를 보자, 김 교사는 이를 학교 전체로 확대했다. ‘더불어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또래 멘토·멘티 90여 팀을 만들어 학생들끼리 서로를 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난해까지 기숙사 학생 지도를 맡았던 김 교사는 24시간 학교에 있는 기숙사 아이들 100여 명의 선생님이자 엄마,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는 인생선배였다. 기숙사에는 농어촌 지역에서 온 학생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다. 김 교사는 이 학생들이 구체적인 미래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직업체험을 도왔다. 학생들을 이끌고 우주체험관,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방문해 다양한 분야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학생들이 관심을 보인 분야가 본인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도록 해당 분야의 봉사활동을 적극 권장했다.

막연히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던 3학년 A(18) 군은 의대에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성적 탓에 좌절했다. 김 교사는 A 군에게 일단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떻게 아픈 사람을 도울 수 있는지 경험해보도록 했다. A 군은 1학년 때부터 2년간 주말과 방학을 이용해 남양주는 물론 서울 강남의 종합병원까지 찾아가 차트정리·환자 안내 등의 봉사활동을 경험했다. A 군은 의사 외에도 아픈 사람을 돌보는 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현재 물리치료과·치기공과·방사선과 등의 관련 학과 중 어느 곳을 선택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김 교사는 “농어촌 지역 아이들은 다양한 직업을 경험할 기회가 많지 않아 장래희망이 일부 직업에 한정된 경우가 많았다”면서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깨닫고 자신을 정말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체험해보도록 독려했다”고 말했다.

오남고는 김 교사 외에도 다른 선생님들이 매일 당번을 정해 기숙사에서 잠을 자면서 학생들과의 저녁 상담시간을 갖는다. 선생님 한 명당 3∼4명의 학생을 정해 평소에도 수시로 대화를 하고 조언을 해주고 있다.

김 교사는 올해부터는 통일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세계지리 과목 내용을 활용해 통일 후 북한을 통해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대륙 접근성이 얼마나 확대되는지를 가르치고, 통일 후의 하루를 상상해 기사를 써보는 통일신문도 만들고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지시하는 교육보다는 스스로 답을 얻기 얻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눈을 반짝이며 이를 위해 노력할 때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