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나만 아는 비밀 여행지 ‘농촌체험마을’]  경상북도 고령 개실마을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초. 더위를 식히기 위해 누구나 생각하게 되는 강, 바다, 계곡에서의 시원한 물놀이 대신 올 여름엔 조금 다른 차원의 휴가를 권해보고 싶다. 고향마을 같은 정겨움이 느껴지는 곳, 농촌체험마을에서의 하룻밤이다.

경상북도 고령군 합가리에 위치한 개실마을은 고즈넉한 운치가 살아있는 한옥 체험이 여행의 맛을 더한다.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안성맞춤 구조에 한옥만이 가진 운치와 탁 트인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지난 1~2일, 한옥이 매력적인 고령 개실마을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해바라기도 고개를 숙인 무더운 날씨였지만 푸른 경관이 마음만은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필자를 맞은 건 김종직 고택이다. 개실마을은 영남학파의 종조 점필재 김종직의 후손들이 모여사는 마을이다. 500여 년 전 무오사화 때 화를 면한 김종직의 후손들이 이곳에 정착해 현재까지 종가가 대를 이어오고 있다. 이곳 개실마을에 점필재 종택과 사당이 있으며 유물과 유품들이 소장돼 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와 더불어 개실마을은 지난 2001년, 고령군에서 가장 먼저 체험마을로 지정돼 2012년 이미 수치화된 방문객만 약 5만 명에 달한다.

한옥 민박으로 향하기에 앞서 마을의 수호신처럼 버티고 서있는 김종직 고택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지금도 사람이 살고있어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뒤로 펼쳐진 100년 넘은 대나무숲과 어우러진 고택의 아름다운 자태, 그리고 마당 너머로 펼쳐진 푸른 빛 논이 한데 어우러져 눈이 즐거워지는 시간이었다.

개실마을은 조선시대 학자였던 김종택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거주하는 마을로 지금도 그 시대에 사용하던 한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개실마을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는 방법은 자전거다. 개실마을은 지난 달 ‘농촌사랑 자전거 체험마을’을 열었다. 농촌사랑범국민운동본부가 ‘저탄소 녹생성장’이라는 국가발전 패러다임에 부응하고 농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안전행정부와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농협은 ‘두바퀴 행복예금’을 판매하면서 얻은 공익기금으로 전국의 농촌마을 39곳에 자전거와 안전모 각각 1,070개를 지원했다.

이런 다양한 요소 때문인지 이날 체험에는 체험학습을 하는 고교생들과 재외동포 대학생들이 찾았다. 각자 지정받은 한옥에서 짐을 풀고 땀을 식힌 일행은 다시 삼삼오오 모여 전통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마을 한가운데 있는 그네를 타기도 하고 투호를 던지며 보내는 시간은 낭만 그 자체였다.

개실마을 자전거 체험은 한옥 사이사이를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는 운치있는 체험이다.

춘향이가 되어보는 시간. 전통그네를 뛰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뭇 비장해 보였다.

개실마을의 가장 유명한 놀이는 대나무 물총이다. 마을 뒤에 100년을 이어온 대나무숲이 있어 예부터 대나무를 활용한 놀이가 많았다. 개실마을 관계자는 “가지고 놀 장난감이 시골엔 없으니 마을의 흔한 대나무를 가지고 놀이기구를 만들어 놀았죠. 대나무는 마디가 져서 무엇인가를 만들기가 수월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의 전통놀이는 협동심을 키우는 놀이가 대부분”이라며 “가장 흔한 전쟁놀이만 해도 서로간의 협동심과 단결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놀이잖아요. 놀이를 통해 협동심을 키울 수 있으니 1석2조의 체험이 아닐까요.”라고 설명했다.

대나무 물총은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대나무 마디에 작은 구멍을 뚫고 천과 막대기로 대나무통을 밀어낼 손잡이를 만든 뒤 물을 채워 물총을 쏘면 되는 간단한 놀이기구다. 서로가 머리를 맞대며 만든 물총으로 아이들은 신나게 싸움을 벌였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즐거운 게임이었다. 경북대의 최해권 학생은 “물총놀이를 오랜만에 해보니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말은 안통하지만 비슷한 나이대의 친구들과 젊음도 느끼고 우리의 전통을 함께 나누며 친해지니 더욱 뜻깊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나무 물총은 단순한 재료와 제조방법으로 즐기는, 개실마을의 가장 유명한 놀이 중 하나이다.

“이렇게 만드는 거 맞나요?” 단순하지만 작은 차이가 물총으로써의 기능을 좌우한다.

“내 물총을 받아라!” 말은 안통하지만 마음을 나누는 물총싸움이 한창이다.

 
마을회관 앞 논에서는 미꾸라지 잡기가 한창이었다. 한 쪽에서 미꾸라지를 몰아가면 한 쪽에선 발로 미꾸라지를 잡는다. 관광객 박선영 씨는 “평소 시골에 와볼 일이 없는데 이렇게나 다양한 체험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알았다.”며 “도시에서만 자란 우리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무서워하고 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끌미끌한 것도 꽤나 잘 잡더라.”라며 아이들보다 함께 온 엄마들이 더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자, 미꾸라지 몰러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개실마을만의 전통한옥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물놀이를 마친 후 옷을 갈아입은 학생들은 삼삼오오 한옥 마루에 걸터앉아 마음을 나눴다. 대구 YMCA의 이창건 기획실장은 “대구 근교에서 한옥의 정취가 가장 잘 보존돼 있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이곳을 택했다.”며 “한옥은 자칫 불편함을 주게 마련인데, 주민들이 한옥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 관리가 잘 돼 있는 편이다. 정체성과 편의성을 모두 지닌 매력적인 마을”이라고 강조했다.

먹거리 체험도 인기다. 엿, 한과, 칼국수가 대표적인 먹거리 체험인데 직접 만들어 먹는 매력 때문에 인기가 많다. 특히 갱엿 덩어리를 늘리고 늘려 긴 가락엿을 만드는 엿만들기 체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늘이고 접는 것을 몇 번 반복하다보면 갈색의 갱엿이 연노란색의 가락엿으로 바뀐다. 반을 뚝 쪼갰을 때 공깃구멍이 더 많은 엿이 더 잘 만들어진 엿이다. 서로 엿을 잘라 엿싸움을 한 아이들이 쪼갠 엿을 나눠먹는다. 이곳의 한과도 유명하다. 개실마을은 최근 한과체험에 이어 한과를 상품화시키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엿체험을 하는 아이들. 엿을 힘껏 늘려야 맛좋은 가락엿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직접 만든 부엉이예요" 개실마을에서는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은 한 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한과를 튀기는 모습이 한창이다. 마을회관에서 체험이 이루어지는 한과체험은 사전 예약이 필수이다.

도시의 편리함에서 한발짝 벗어나 한적한 밤을 즐기는 시간은 또 다른 여유를 선사한다. 고택의 툇마루에 걸터앉아 정담을 나누고 야참을 나눠먹으며 정을 나누는 사이 어느새 밤이 깊었다. 꼭 하룻밤을 묵지 않아도 마을 한 바퀴를 돌며 자연의 정취를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것 자체로 충분한 힐링이 될 것이다. 역사와 체험이 공존하는 개실마을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역사를 즐기고 어른들은 향수와 추억에 젖어보는 여름휴가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찾아가는 길이나 체험, 숙박 등 자세한 사항은 고령 개실마을 홈페이지(http://www.gaesil.net)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