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서울 잠실여고 교사

지난해 서울 지역 한 초등학교의 교사가 된 김모(여·24)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뚜렷한 꿈도 없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하려 했다. 그런 그에게 교사라는 길을 찾아주고, 장학금도 받을 수 있도록 해 준 은인이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대로 잠실여자고등학교의 안연근(55) 사회 교사는 당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적극적으로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하는 제자 김 씨가 안타까워 그의 적성을 발견하기 위해 애썼다. 안 교사는 평소 김 씨가 친구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교대에 진학할 것을 권유했고,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한국장학재단 등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안 교사의 도움으로 김 씨는 서울교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꿈이 없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는 대학, 학과에 입학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안 교사는 이런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입시 정보를 분석하고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대화하며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진로·진학분야의 전문가다.

7일 서울지역 고등학생에게 진로와 진학 상담을 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한 안 교사는 “거의 매년 바뀌는 대학입시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고가의 대학입시 컨설팅에 의존하고, 유명 사교육업체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배치표에 나열된 점수에 따라 적성과 관계없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공교육에서 학생들의 적성을 찾아주고, 그 적성을 실현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도록 정보를 찾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벌써 12년째 학생들의 진로·진학 상담을 도맡아 하고 있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상담교사단과 서울시교육청의 진로진학지원단 등에서 활동하며 잠실여고 외에도 많은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돕고 있다. 또 전국을 돌며 학부모, 교사들을 상대로 한 진학설명회의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특히 수시모집전형에서 학생들이 성적 외에도 자신의 잠재력을 나타낼 수 있도록 글을 쓰는 연습을 시키고 관련 교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한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주기 위해 자주 바뀌는 복잡한 입시 정보를 분석하며 밤을 새우는 일도 허다하다.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각 대학의 추가모집 등을 파악해 원하는 대학에 떨어진 학생들에게 제2의 전략을 세워주는 것도 안 교사의 몫이다.

안 교사는 또 학생들이 무조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로 불리는 최상위권 대학에만 진학하려 하는 것도 지양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미래에 전도가 유망한 직종이나 정부에서 투자를 강조하는 산업 등 직업 트렌드에 대해서도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는 최근 정부의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기조에 맞춰 관련 교·강사가 많이 필요해질 것을 염두에 두고 컴퓨터에 소질있는 학생들에게 컴퓨터 교육학과를 많이 권유하고 있다.

안 교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는지 찾아내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먼저 적성을 찾고, 사교육 없이 적성에 맞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할 수 있도록 입시 전략을 세워주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