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에게 현명하게 화내기 | news | 2013-0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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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왜 화내는지 충분히 설명하고 가급적 체벌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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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 된 딸아이를 키우는 주부 송정인(32) 씨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뭐든 스스로 해 보려고 하는 아이가 처음에는 대견스러웠지만 위험한 일에도 뛰어드는 통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송 씨는 "어르고 달래서 못하게 하느라 진이 다 빠진다. 미운 일곱 살이라더니 미운 네 살"이라며 혀를 찼다.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 번쯤 겪었을 일일 테다. 아이의 행동에 화내지 않고 대화를 통해 풀어 보려는 시도는 금세 물거품이 된다.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가정학습기간 또는 방학을 앞두고 부모의 고민은 깊어간다.
# '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
일곱 살 난 아들을 키우는 주부 이미은(35) 씨도 송 씨와 마찬가지로 부쩍 말을 듣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심부름이라도 시킬라 치면 "엄마는 왜 엄마 일을 미루느냐"고 말대꾸해서 할 말을 잃게 만들기 일쑤다. 네 살 고비를 넘겼더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란다. 이 씨는 "옛말 중에서도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라는 말이 가슴 절절히 와 닿는다"며 한숨 쉬었다.
아이 연령 따라 '보호자' '상담자' 역할 등 필요
아이 스스로 감정 진정되도록 기다린 후 대화를
부모가 화낸 후엔 즉시 안아주고 마음 풀어줘야
때로는 고의적으로 부모를 못살게 구는 것처럼 느껴지는 네 살과 일곱 살. 전문가들은 많은 부모들이 '미운' 네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로 꼽는 이 시기가 실제로 아이에게도 큰 변화의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우선 네 살은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연령으로 이른바 '자율성의 나이'다. 좋고 나쁘다는 개념이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 내키는 대로 직접 하고 싶어 한다. 모르는 것을 직접 부딪치며 깨닫는 시기이기도 해서 제재를 가하면 아이들 대부분이 거세게 저항한다.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내버려두되 좋고 나쁘다는 개념을 심어 주는 것이 좋다. 두 눈을 바라보며 차근차근 설명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일곱 살은 자신감이 생기는 '반항의 나이'다. 네 살과 달리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조금씩 벗어나 논리적인 사고를 시작하는 시기다. 무엇보다도 '재미'를 추구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무조건 공부만 하라거나 참고 견디라는 식으로 말해서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아이가 싫어하는 이유를 꼼꼼하게 따져서 아이가 싫어할 만한 요소를 제거해 주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게 낫다. 또 규칙을 알아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규칙을 정해 주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쉽다. 부산지역사회교육협의회 부모교육전문 강인숙 이사는 "예컨대 아이가 영어공부 하기를 원치 않는다면 영어 자체보다는 교사나 같은 반 친구와의 관계, 주변 여건 등에 의해 흥미를 잃었을 수 있다. 무조건 해야 된다고 다그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아이가 흥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소년기는 자신을 만들어가는, 이른바 '재체계화의 시기'다. 부모의 역할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보호자'로,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 때는 '상담자'로 옮아가게 된다. 고등학교에 진학했다면 '격려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으로 넘어가도 여전히 보호자에 머무른다면 자녀와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 자주 화내는 것은 아이에게 부정적
아이와의 관계가 악화된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왜 화를 내는지 설명 없이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주 화를 낼 경우 아이들은 무서워하고 눈치를 보게 된다. 스스로 행동을 바꾸는 대신 무섭고 두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해 '예'라고 답하며 상황을 회피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와 심리적으로 점점 멀어지고, 자기집중적으로 변하게 된다. 심한 경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특히 네 살과 일곱 살에 형성된 자아와 성격은 성인이 돼서도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화를 내는 과정에서 동반되기 쉬운 체벌은 가장 위험하다. 매를 들면 아이들이 즉시 행동을 고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체벌이 반복되면 아이들은 매를 맞기 전까지는 행동을 바꾸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를 보일 위험이 있다. 우리아이미술심리치료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체벌을 받은 아이는 심리적으로 편안하지 못해 집중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부모에게 과잉순종하기도 하는 등 역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 시기에 화를 자주 내거나 매를 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 감정 조절이 최우선
화가 나는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아이들의 사고방식은 어른과 다르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방법을 같이 찾아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날씨가 추운데도 반팔 차림으로 나가기를 고집부린다면 말리는 대신 "그럼 엄마가 추울 것에 대비해 옷가지를 챙겨나갈게"라는 말을 건넨다. 아이가 춥다며 옷을 달라고 했을 때 "왜 엄마 말 안 들었어"라고 야단치면 아이는 주눅이 들게 되고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자존감을 잃을 수도 있으니 핀잔이나 비난은 금물이다. 대신 "○○가 감기 걸리면 엄마 마음이 아프다"고 감정을 표현하거나 "추운 날씨에 반팔 차림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식으로 흥미를 유도해 아이 스스로 행동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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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를 꼭 내야 한다면 감정에 치우침 없이 일관성이 있도록 감정을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은애모자원과 함께 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미술심리치료 캠프' 모습. 우리아이미술심리치료연구소 제공 |
'아이들도 얼마든지 화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아이는 화내는 것이 아니야"라며 아이의 감정을 무시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아이가 더 이상 부모에게 감정을 털어놓지 않게 되고 청소년기를 맞으면 대화가 아예 단절될 수 있다.
# 화를 내더라도 일관성 있게
화를 꼭 내야 한다면 감정에 치우침 없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꾹 참았다가 화를 폭발시키면 아이에게 악영향만 미칠 뿐이다. 욕구는 공감해 주되 행동을 제한하는 식이 좋다. 부산아동심리센타 안정숙 소장은 "화낸 후에는 즉시 안아 주고 아이의 마음을 풀어 준다. 왜 화를 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면 아이들이 충분히 받아들이고 공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가 울거나 소리 지르는 것은 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줄이려는 시도다. 아이가 신경질이나 화를 크게 내는 상황이라면 감정이 악된 상태라 엄마 말을 전혀 듣지 않으려고 한다. 내버려두고 스스로 화를 진정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이 길어진다고 해서 흥분하면 안 된다. 되도록이면 둘 다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린 뒤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좋다.
감정이 가라앉았다고 해서 아이의 잘못을 당장 고치려해서는 안 된다. 엄마의 지적을 받아들이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날 이해하지 못한다'고 인식하면서 이후 대화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물론 본인에게도 마음의 여유를 충분히 줘야 감정의 골이 패지 않는다.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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