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 군 (춘천=연합뉴스)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11·서울 신동초 5)군은 오는 9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 부대 회의 '통신, 교육과 공공인식에 관한 회의'(CEPA)'에서 자신이 창립한 청소년 환경단체 '지구 꼬마' 대표로 그동안 펼쳐온 환경 보호 활동을 소개한다. 이 군이 지난 6월 7일 여의도 멀티프라자에서 유엔환경계획(UNEP)의 어린이 환경교육 프로그램 툰자 ICC 관계자들과 함께 시민을 상대로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이록 군 제공)

청소년 환경단체 '지구 꼬마' 창립…환경 웹툰 연재

생물다양성협약 총회 부대 회의서 활동사항 발표

"서울 한강에 쌓인 담배꽁초, 맥주 캔 등은 모두 어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잖아요. 어른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환경이 깨끗해지고 어린이들도 배울 거예요."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11·서울 신동초 5)군은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지구촌 생물올림픽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 행사의 최연소 참가자다.
 

청소년들이 만든 환경 단체 '지구 꼬마' (춘천=연합뉴스) 지난 5월 11일 '지구 꼬마' 발대식에서 이 군(왼쪽에서 세 번째)을 포함한 창립 멤버 6명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이록 군 제공)

이 군은 9일 열리는 부대 회의 '통신, 교육과 공공인식에 관한 회의'(CEPA· Communication, Education and Public Awareness)'에서 지난 5월 자신이 창립한 청소년 환경단체 '지구 꼬마'의 이름으로 40여 분간 그동안 펼쳐온 환경보호 활동을 소개한다.

환경에 대한 이 군의 남다른 관심은 사소한 경험에서 시작됐다.

"한강 시민공원에 자주 나가서 농구를 하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타요. 작년 이맘때 우연히 공원 매점 뒤편을 가봤는데 온갖 쓰레기에 음식물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걸 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부터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11월 유엔환경계획(UNEP)의 어린이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툰자 ICC(세계 어린이 환경 회의)에 가입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을 찾기 시작했다.

주말마다 한강 공원에 나가 직접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홍보를 하고,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급식 잔반을 얼마나 남기는지, 잔반 줄이기 운동을 한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묻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 교장선생님에게 '잔반 없는 날'을 만들자고 건의하기도 했다.
 

한강 공원서 환경 정화 활동하는 '지구 꼬마' (춘천=연합뉴스)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11·서울 신동 초 5)군은 오는 9일 강원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BD COP12) 부대 회의 '통신, 교육과 공공인식에 관한 회의'(CEPA·Communication, Education and Public Awareness)'에서 자신이 창립한 청소년 환경단체 '지구 꼬마' 대표로 그동안 펼쳐온 환경 보호 활동을 소개한다. 사진은 지난 5월 18일 이 군(왼쪽에서 두 번째)과 지구 꼬마 멤버들이 한강 공원에서 쓰레기 줍기와 분리수거 봉사활동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2014.10.8 <<이록 군 제공>> rae@yna.co.kr

평소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온 이 군은 올 1월부터는 블로그(www.earthkid.net)를 운영하며 웹툰 '지구 꼬마'를 직접 그려 올리기 시작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주인공 캐릭터 '리키'(riki)와 '피키'(piki)는 예전에 재미삼아 공책 10장 분량으로 그려놓은 만화의 주인공 '메탈 티스'(metal teeth)에서 본을 따왔다.

이야기를 구상하고, 샤프로 종이에 여러 번 스케치하고, 컷을 나눠 구성을 마치고 나면 이를 다시 사진으로 찍어 컴퓨터로 옮긴다. 디자인 작업 프로그램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이 사진에 그림을 다시 테두리와 색깔 등을 입히는 작업을 해 1편을 완성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지구 온난화 등을 주제로 지금까지 총 10편을 완성했고, 블로그 방문객의 반응이 좋아 현재 11편을 만드는 중이다.

이 군은 "환경과 관련된 만화들이 어렵거나 재미없는 게 대부분이어서 어린이들이 볼만한 쉽고 재밌는 만화를 그리고 싶었다"면서 "학교 공부도 하고 웹툰도 그려야 해서 어려운 점도 많지만, 만화를 보고 사람들이 환경에 관심 둬주니까 기쁘다"라며 웃었다.
 

11살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 군 (춘천=연합뉴스) 지난 2월 8일 이 군이 서울 한강 시민공원 잠원지구에서 자신이 만든 환경 만화로 피켓을 만들어 들고 환경보호 캠페인을 벌이는 모습. (이록 군 제공)

이 군의 환경 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생각을 하는 또래 청소년들을 모으는 것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UNEP 어린이 캠프와 환경재단의 어린이 기후변화 탐사대 캠프 등에서 만난 친구, 중·고등학생 형, 누나들에게 환경 단체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했고, 지난 1월 모임을 처음으로 구성, 지난 5월에는 창립 멤버 6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환경단체 '지구꼬마'를 정식 창립했다.

현재 총 회원 35명으로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매주 일요일 함께 한강공원에 모여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 활동을 하며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 군이 9일 CEPA 회의에서 발표할 내용은 지난 1년간 실천한 이 같은 환경 보호 활동과 여름방학 때 국내 습지를 탐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알게 된 습지의 중요성과 역할, 습지의 생물 다양성 등이다.

이 회의에는 세계 20여 개 기관이 참여하며, 한국에서는 서울시·국립생활자원관 등 4개 기관 연합팀 외 이 군의 단체 '지구 꼬마'가 유일하다.
 

11살 어린이 환경운동가 이록 군 (춘천=연합뉴스) 지난 5월 23일 이 군(가운데)과 지구 꼬마 멤버들이 세계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한강 공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는 모습. (이록 군 제공)

이 군은 "발표를 앞두고 무척 떨리지만, 아이들도 어른들 못지않게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열심히 발표 준비를 하고있다"면서 "어른들이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환경 보호에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아직 장래희망은 없지만,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서 내가 노력하면 앞으로 많은 일도 해낼 수 있겠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모아 전시회를 열거나, 해외 친구들과도 함께 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