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에게 문화 생활은 사실 큰 부담이다. 중·대형 공연들은 보통 입장료가 10만 원대를 훌쩍 넘기는 것들이 다반사이다. 하루하루 취업을 목표로 쳇바퀴 돌듯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취준생들도 한 달에 하루쯤은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꿈꾼다.

그런 의미에서 매마수는 한 달의 한 번 여유를 만끽하게 해주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다. 지난 1월 도입 이후, 열 번째를 맞은 10월의 문화가 있는 날(10월 29일)에 참여를 희망한 문화시설 및 프로그램은 총 1,500개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만큼 문화가 있는 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각종 티켓 판매 사이트에서도 매마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특히 10월 문화가 있는 날에는 LG아트센터가 처음으로 자사 기획 뮤지컬 ‘보이첵’을 최대 3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다. 평소 뮤지컬이나 공연 등을 즐기지만 가격 부담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필자로서는 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LG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달에 처음으로 매마수 제도를 도입해서 아직 입간판이나 할인 관련 홍보가 미흡하지만 앞으로 계속 참여할 예정”이라며 “첫 시행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문의를 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현장 판매에서도 매마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뮤지컬 ‘보이첵’은 독일의 극작가 뷔히너가 쓴 작품으로 24세에 사망해 미완으로 남은 작품이다. 당시 독일에서 일어났던 실제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비극을 그렸다. ‘보이첵’은 뮤지컬 ‘명성황후’, ‘영웅’의 연출가 윤호진이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그르 뷔히너의 동명의 희곡을 세계 최초로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영국의 인디 밴드 ‘싱잉 로인스’와 함께 세계 시장을 겨냥해 만든 뮤지컬로도 화제가 됐다.

공연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독일의 군대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가난한 말단 군인 ‘보이첵’은 사랑하는 아내 ‘마리’와 아들 ‘알렉스’와 함께 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꿈과 희망은 연인인 마리와 함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 뿐이다. 보이첵은 가족을 부양할 돈을 벌기 위해 생체 실험에 지원하고, 군의관의 명령에 따라 매일 완두콩만 먹으며 그에 따른 감정 상태와 신체적 변화 등을 면밀히 점검당한다.

10월 문화가 있는 날 할인을 받아 공연을 관람했다는 우현정 씨는 “보고싶던 공연을 이렇게 할인받아 볼 수 있게 돼 더 좋았다.”고 말했다.

 
마을이 축제로 떠들썩하던 어느 날, 마리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군악대장’은 그녀를 가짜 루비 목걸이로 유혹하고 하룻밤을 보낸다.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 착란 증세를 보이던 보이첵은 생체실험의 결과 발표회 날에 ‘중대장’을 통해 마리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걷잡을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이게 되고, 마침내 마리를 죽이기로 결심한다.

미완의 작품이라서 그런지 결말이 다소 급하게 마무리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배우들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6~7kg씩은 가뿐히 빠졌다는 이야기를 체감할 만큼 공연은 열정적이었다. 가진 것 전부가 가족이었고,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보이첵은 희생을 당연하게 여겼다. 마리는 그런 보이첵을 위해 군악대장의 꼬임에 넘어갔다. 그들은 서로를 위해 희생됐지만 그 결과는 처참했다. 먹먹한 사랑의 결과에 가슴이 아팠다.
 
우울하다는 평이 많아서 공연을 보기가 겁났다는 장하리 씨는 “처음에 겁을 무척 많이 먹고 공연장에 들어왔는데 공연을 보고나니 노래들이 모두 다 좋아서 다시 관람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2시간 40분간 공연을 마친 배우들의 모습. 커튼콜이 시작되자 많은 관람객들은 축하의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공연장 밖 곳곳에선 동호회 모임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40대 이상의 중년 관람객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의 모임장소로 공연장을 택했다는 이금희 씨는 “친구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편인데, 늘 모이는 곳 말고 색다른 장소를 생각하던 중 공연장을 찾게 됐다.”며 “친구들과 함께 저렴한 가격에 공연도 보고 차도 한 잔 마시며 공연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 일석삼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자주 매마수를 이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마수를 기다렸다가 공연장을 찾았다는 우현정 씨는 “평소에는 영화 할인 위주로 혜택을 누렸는데, 이번에 보고싶던 공연이 저렴하게 올라와서 더 기분 좋았다.”며 “아무래도 학생 신분이다보니 할인 혜택을 많이 찾게 되는데 매달 이렇게 할인을 받아 학교 수업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아주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캐스트 보드 앞에서 공연의 추억을 남기고 있는 관람객들

 
아쉬웠던 점은 공연장에서 매마수 할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에게 매마수 할인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지만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번 공연에 할인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보이첵’ 공연이 이번 매마수에서 첫 할인을 적용한 만큼 아쉬움은 더 컸다.

공연장 곳곳에 공연 관련 사진은 많았지만 아쉽게도 매마수 할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관람객 정혜선 씨는 “사실 매마수 할인이 된다고 해서 할인을 받을까 했는데 지정된 좌석에 한해서만 할인이 이뤄지더라고요. 지정 좌석 중 좋은 좌석이 없어서 할인을 이용하지 않았어요. 좌석 선택권이 좀 더 넓으면 좋을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매마수가 확대돼 역대 최대의 규모로 시행된 10월이었지만, 아직은 지방에까지 혜택이 퍼져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매마수 할인은 매주 수요일, 평일에 이뤄지다보니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할인을 누릴 기회가 상대적으로 더욱 적은 형편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할인이 조금 더 확대돼 지방까지 내려와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