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강원 원주시에서 여고생 2명이 응급상황에 처한 홀몸어르신을 구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강추위 속 여고생들이 평소 알고 지내던 홀몸 할머니에 대한 걱정에 걸었던 안부전화 한 통이 할머니의 목숨을 살렸다.

이들은 원주 상지여고 2학년 차모(17·여), 이모(17·여)양으로 학교 봉사동아리 '은조' 에서 활동하며 평소 홀몸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함께 식사를 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등 돌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사고가 있던 전날인 27일 이들은 당뇨를 앓고 있는 원주시 원동의 정모(72·여) 할머니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할머니의 안색이 평소와 다른 것을 느꼈다.

할머니의 괜찮다는 말에 집으로 돌아왔지만 다음날인 28일 영하 10도를 웃도는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차 양은 할머니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걸어 보았다.

하지만 여러 번의 통화 시도에도 할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차 양은 추위 속에 혼자 계실 할머니가 걱정돼 경찰관인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버지의 차량으로 할머니의 집을 방문한 차 양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입에 거품을 문 채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고 아버지를 불렀다.

차 양의 아버지는 신속하게 쓰러져 있던 정 할머니 입 속의 이물질과 틀니를 제거하고 기도를 확보하는 등 응급조치를 취하고 119구급대에 연락을 취했다.

이어 할머니의 집이 달동네 언덕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구급대원이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차 양의 아버지는 150ｍ를 뛰어 큰 길로 나가 구급대원을 할머니 집으로 안내했다.

발견 당시 할머니의 심장이 거의 정지한 것을 확인한 구급대원은 응급 CPR 환자를 후송한다는 무전을 보내고 인근 세브란스 기독병원 응급실로 이송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정 할머니는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받고 다행히 심장이 정상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정 할머니는 현재 기독병원 응급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 양은 "아버지 직업이 경찰관이라 많은 도움이 됐고 119 구급대원 아저씨들에게도 감사하다"며 "할머니가 큰 위기를 넘겨 다행이다. 빨리 의식을 찾으시고 건강을 회복 하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평소 차 양과 함께 할머니 댁에 봉사활동을 다니던 이 양은 "(할머니가 쓰러지셨다는 소식에)많이 놀랐다. 어른들이 신속하게 응급조치를 해주셔서 다행"이라며 "할머니께서 꼭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은조'는 '숨어서 돕는다'는 뜻을 가지고 지난 1998년부터 학생들 스스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자생단체다. 홀몸 어르신을 위한 복지 봉사활동에 주력하며 봉사활동 공모전에서 두 번이나 대상을 수상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