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짓고 사업 구상도 하고…예술가들과 함께 노는 ‘우락부락 캠프’ 지켜보니

텔레비전, 온라인 게임 등 혼자 놀기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지역예술가들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동네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미처 보지 못했던 마을의 역사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동네를 배경으로 한 감성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 폐현수막 같은 도심 속에 버려진 물건들이 나만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예술가들은 획일화된 교육과 반복된 일상 속에 갇혀있던 아이들의 잠재돼 있던 상상력을 이끌어낸 것이다.

예술가와 함께 노는 ‘우락부락 시즌9’ 가 인천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은 또래와 함께 즐기며 자기들만의 상상 속 세계를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최근 아동·청소년의 창의력 향상과 바른 인성 함양에 큰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대표적인 방학 예술캠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참가자들이 동네를 돌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팀이 동네을 돌다가 만난 차이나타운 야외문화공간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국을 대상으로 모집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 360여 명이 1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전북 진안 에코에듀센터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참여했다. 필자는 그중 26일 인천 중구 제물량로 복합문화예술 공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 우락부락 캠프 ‘안녕하세요 사장님’ 프로젝트에 동행했다. 아이들은 중국풍의 이색상점이 밀집돼 있는 차이나타운을 거쳐 닭강정으로 유명한 신포시장, 한중문화원을 경유하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다.

김윤정(화성 한마음초 6) 양은 화장품 가게를 열고 싶어 이 팀을 선택했다. 사람들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이다. 얼굴뿐 아니라 마음도 예뻐지게 하는 신비한 화장품을 파는 김 사장이 되는 게 꿈이다. 김 양은 “인천의 마을을 둘러보니 우리 마을도 차근차근 돌아보고 싶어진다.”라며 이번 탐방에 기대감을 만족감을 나타냈다.

동네탐험, 즉 시장조사를 끝내고 교실로 돌아와서는 수집한 동네 정보를 바탕으로 사업 아이템 회의를 했다. 이어 상품 만들기, 상점꾸미기, 초대장 제작 등 가게 문을 여는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캠프에 참가한 친구들에게 물물교환으로 판매까지 해본다.

사장님팀이 동네탐험을 끝내고 교실로 돌아와 시장조사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상점을 꾸릴지 회의를 하고 있다.

댄스그룹 ‘리스키’의 뮤직비디오를 기획·제작해 리스키를 슈퍼스타로 성장시키는 미션회의를 하고 있는 ‘사랑해요 리스키, 우유빛깔 리스키’팀

193cm의 큰 키가 돋보이는 스태프 강덕원(인천 제물포고 2) 군은 “동생들이 예술가 선생님들과 2박3일 동안 공동작업을 하고, 놀이를 통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라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을 하고 있는 꾸물꾸물 문화학교에 다닌 것을 계기로 문화기획자를 꿈꾸고 있다. 나 어릴 적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더라면 예술감각이 한층 발달했을 것 같다. 안전한 캠프가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12명의 학생이 피라미드 형태의 아지트를 건축하는 ‘피라미드 아지트 하우스를 우리 손으로’ 팀은  담당 예술가 박충의 씨를 아인슈타인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흥겹게 작업했다. 이들의 작업은 두 팀이 각 한 채씩 집을 짓고 이 집을 구름다리로 연결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게 건축하는 콘셉트로 진행됐다. 학생들이 직접 톱질과 망치질을 하고 무거운 공구를 다루는 모습이 다소 힘겨워 보였지만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모습이었다.

12명이 한 조가 되어 피라미드 형태의 아지트를 건축하는 ‘피라미드하우스’ 팀의 활동 모습

 
회화 및 돌판각 작품과 조형건축 체험 프로그램을 주로 하고 있는 박충의 작가는 “외모가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닮았다며 아이들이 쉽게 다가온다. 어린이는 어감부터가 왜소하고 약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거기서 과감히 탈피하라고 어른들이 사용하는 공구를 주며 조력자가 아닌 주력자의 역할을 하게 했다.”며 “이런 과정을 거치면 두려움이 없어지고 도전정신을 갖게 돼 공부도 잘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우락부락 캠프 시즌9 동네 한 바퀴’의 주관기관인 인천문화재단 정진주 씨는 “2010년부터 이어져온 우락부락이 도심형으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개항기에는 이곳이 인천의 중심이었다고 해서 중구다. 인천아트플랫폼에는 개항기 이후 건립된 근대 건축문화재 등이 잘 보존돼 있다.”라고 소개하면서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파 예술가들이 지역 고유의 장점과 특징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생들에게 문화예술교육 참여 기회를 확대했다. 또  진정으로 예술을 즐기고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칠 수 있도록 유도한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우락부락’ 캠프 2박3일 일정 중 첫날 마지막 순서인 웰컴파티의 한 장면

아이들은 조형건축 체험 프로그램 기획자 박충의 작가(왼쪽에서 세 번째)의 외모가 아인슈타인과 닮았다며 졸졸 따라 다녔다.

캠프를 이끌어가는 예술가들은 동네의 골목대장이 되어 ‘동네 한 바퀴’라는 주제에 맞게 7개의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했다. 학생들은 ‘인천 개항장을 사진으로 접수하자’, ‘렛잇비 탐험대’, ‘알록달록 중구난방’이라고 이름 붙여진 프로젝트 중 1개를 선택한다. 그 안에서 정해진 틀 없이 뛰어놀고 생각하다보면 어느덧 꼬마 예술가가 되어 캠프 마지막 날(3일차)엔 작품 발표회로 마무리한다.

양필승(서울 원신초 6) 군은 “이번 방학 때 박물관과 전시관 관람을 많이 했다.주로 실내에서 보고 듣는 활동이었다. 이번 우락부락 캠프는 이름처럼 부락(마을)을 다니며 경험한 것을 상상해 직접 작품을 만들어 판매까지해보는 활동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캠프의 장점을 짚었다. 

2010년부터 열리고 있는 우락부락 켐프는 시즌9를 맞으며 대표적인 방학 예술캠프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이들의 안전부주의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캠프지에 대한 사전답사를 통해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캠프 진행 인력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을 실시하는 하년, 캠프 기간 중 구급차, 구급대원 및 전문 간호사를 24시간 대기시켜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20세기 대표적인 서양화가 피카소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다. 문제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어떻게 예술가로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설파했다. 아이들이 품고있는 예술성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예술캠프를 본 소감을 갈음한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