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와인, 단양 계곡 거쳐 청주 청남대까지

싱그러움이 가득한 계절 5월. 자가용을 이용하는 여행이 보편화되면서 기차 여행이 점점 퇴색돼가고 있다지만 기차 여행은 나에게 늘 즐거운 추억이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처음으로 갔던 바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때도 기차가 함께 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 바람에 또 한 번 기차에 오르기로 했다. 이번에는 전국의 관광지가 파격적인 할인에 들어가는 봄 관광주간(5월 1일~14일)을 맞아 내 고향 충북 지역의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 홀로 떠나는 기차 여행이다.

여행의 동반자는 충북 지역 관광어플 ‘충북나드리’와 ‘충북종단열차’다. 1일 체류시간을 8시간이나 줄여준다는 충북종단열차는 지난해 5월 운행을 시작해 첫 달에만 5만 명에 육박하는 이용객이 몰리며 인기를 끌고있다. 하루 평균 1,500명이 충북종단열차를 통해 영동과 단양을 오간다.

이번 여행의 가장 좋은 친구는 충북지역의 관광명소와 이야기를 알려주는 ‘충북나드리’ 앱이다. 여행후기를 올리면 상품도 준다고 하니 1석2조의 관광주간이다.

  
영동과 단양을 잇는 충북종단열차는 기존 충북선이 대전에서 제천까지만 운행되는 단점을 보완해 신규로 개설한 최초의 남북 직통 종단 노선이다. 버스 운임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나는 이번 관광주간에 충북종단열차를 타고 농촌마을을 즐겨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가보고자 하는 곳은 청주에서 가장 먼 충북땅인 영동이다. 영동은 국내 최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영동은 포도농사(1차 산업)와 포도를 이용한 다양한 와인의 생산(2차 산업), 그리고 와인트레인, 와인축제 등 각종 서비스(3차 산업)를 창출해 이른바 6차 산업이라는 복합산업공간으로 변신했다. 

와인의 고장 영동에선 국내 유일의 와이너리이면서 토종와인 ‘샤토마니’를 생산하고 있는 ‘와인코리아’ 투어를 계획했다. 투어료는 5,000원이지만 관광주간을 맞아 10%의 할인이 적용된다. 와인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보관창고, 그리고 국내 유일의 와이너리를 구경할 수 있다.

와인 족욕체험은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찌꺼기를 활용한 것이라고 한다. 따뜻한 족욕체험을 하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은 즐거운 추억이 될 것 같다.

 
와인을 배우고 난 뒤에는 와인 족욕체험을 할 예정이다. 와인 족욕체험은 25분에 5,000원의 체험비가 별도로 든다. 따뜻한 와인 물에 족욕을 하면서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데, 레드와인 2종과 화이트와인 1종을 체험할 수 있다. 레드와인은 드라이와인과 스위트와인을 시음하는데, 단연 스위트와인이 인기가 많다.

와인에는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돼 있어 혈액순환에도 큰 도움이 된다. 와인족욕탕 천장에는 와인을 담는 다양한 품종의 포도들이 달려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레드와인의 대표 품종인 쇼비뇽 같은 와인 전용 품종들도 심어져 있어 와인을 배우며 즐길 수 있다.

와인을 배우고 난 뒤에는 근처에 있는 국악체험장에서 난계국악체험을 즐길 예정이다. 역시 관광주간을 맞아 체험비가 10% 할인된다. 전통악기인 장구나 북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술과 음악이 함께하는 풍류의 고장 영동이다.  

산수의고장 단양의 아름다운 풍경

 
영동에서 풍류를 즐겼다면 다음으로는 산수의 고장 단양으로 향한다. 영동과 단양을 잇는 종단열차를 타고 조선시대 선비들이 반한 단양에 닿는다. 도담삼봉을 한 바퀴 즐긴 뒤 신선이 되는 곳이란 이름의 운선구곡의 비경에도 빠져볼 수 있다.

깍아지르는 듯한 절벽과 아름다운 물이 흐르는 단양은 조선시대 많은 선비들이 산수를 즐긴 곳으로 유명하다. 퇴계 이황이 단양군수 시절 관기인 두향과 사랑에 빠졌다는 일화도 있다. 이곳에서 과연 두향은 퇴계 이황과 어떤 마음의 이야기를 주고받았을까. 고요히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자연을 느끼면 영감이 쏟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자연을 즐긴 후에는 레저체험을 즐긴다. 관광주간에 30% 할인된 가격으로 하늘 위에서 남한강을 바라볼 수 있는 패러글라이딩을 할 예정이다. 산수의 바람을 타고 남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두향의 마음과 평생 풍류를 즐긴 이황의 마음을 색다르게 경험해보고 싶다.

패러글라이딩에 용기를 낼 수 있었던건 스위스에서의 경험 덕이었다. 하늘에서 바라본 알프스의 아름다움을 잊을 수 없었는데, 단양에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청주를 돌아본다. 내가 살고있는 곳이지만 정작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곳. 이제는 청원과 통합돼 단일 시로는 전국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갖게 된 곳이지만 이번 여행을 계획하며 그동안 몰랐던 부분이 더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청주역에서 내려 남쪽의 청와대란 별칭이 있는 ‘청남대(성인 입장료 5,000원)’를 둘러본다. 청남대는 충청북도 청원군 대청댐 부근 약 55만 평에 지은 대통령 전용 별장이다. 대통령 별장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부터 김해를 비롯한 전국 4곳에 지어졌지만, 김영삼 대통령 시절 모두 폐쇄하고 청남대 한 곳만 남았다.  

저녁에 수암골 전망대가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며 내 고장 청주를 내려다보고 싶다.

 
청남대의 전경은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다가 1999년 7월 1일 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청남대는 김영삼 대통령이 공식 휴가나 비공식적인 휴식을 위한 장소로 자주 애용하기 시작해 대통령이 휴가를 보내는 전용 휴양지로 정착됐다. 그 후 참여정부가 들어선 뒤인 2003년 4월 18일, 청남대는 20여 년간의 베일을 벗고 일반인에게 전면 개방됐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의 역사를 담은 청남대투어를 마친 후에는 문의문화재단지에 들른다. 청남대에 들어가는 버스정류장 옆에 위치한 이곳은 대청댐이 만들어지면서 수몰된 지역을 복원한 곳으로 관광주간을 맞아 입장료가 50% 할인된다.

농촌체험관광포털(http://www.welchon.com)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농촌체험 정보를 활용하면 더욱 풍성한 관광주간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청주 시내의 벽화마을 수암골로 향한다. 이곳은 우암산 서쪽 자락에 자리잡은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이다. 그런 수암골이 유명해진 건 허름한 담장에 갖가지 예쁜 벽화가 그려진 사진, 꼬불꼬불한 골목길의 모습 때문이다. 드라마 촬영지로 각광받은 뒤 아름다운 벽화마을이 된 수암골을 구경하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만끽하며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실 청주에 살면서 체험마을이 많다는 것을 몰랐는데, 이번 기회에 ‘오박사 마을’을 체험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농촌체험관광포털(http://www.welchon.com)을 이용하면 관광주간에 20% 할인된 가격으로 전국의 농촌체험마을을 즐길 수 있다. 자색 고구마떡케이크 만들기 체험과 두부 만들기 체험도 즐길 예정이다. 직접 콩을 갈아 만든 두부 맛이 참 기대된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는 곳. 농촌 체험 또한 유익한 경험이 될 것이다.(사진=NH투어)

  
충북 나들이가 조금 부족하다면 문학기행을 추천하고 싶다. 대학 시절 ‘책마을 원정대’란 주제로 충북의 문인을 찾는 여행을 계획한 적이 있는데, 이참에 소개하고 싶다. 충북의 문인들을 탐방해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던 필자의 여행계획안은 청주의 고인쇄 박물관, 옥천의 정지용, 보은의 오장환, 괴산의 홍명희를 차례로 만나보는 것이었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 만들어진 청주 흥덕사지터에 위치한 고인쇄박물관. 고 박병선 여사가 프랑스에서 찾았다는 직지심체요절이 만들어진 곳이 바로 청주다. 최근에는 주조박물관이 새로 열려 주조장인들의 모습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향수의 고장 옥천은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청정고을이다. 내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로 금강의 맑은 물이 옥토를 이루고 수려한 자연환경과 유구한 전통문화를 간직해온 유서깊은 고장이다. 정지용 시인이 살았던 옥천의 향수길을 걸으며 꿈에도 잊히지 않은 고향을 그려보고 다시 기차에 몸을 싣는다. 이번 관광주간에는 옥천의 정지용문학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장환 문학관에는 오장환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지역의 문인들을 직접 만나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탁본 체험괴 같은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보은군 출신의 시인으로 알려진 오장환 문학관은 2006년 10월에 개관했다. 월북시인 문학관으로는 처음으로 개관했으며, 문학관 맞은 편에는 오장환이 태어난 생가가 복원돼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 신정, 설, 추석 등은 휴관한다.

괴산에는 벽초 홍명희의 생가가 있다. 그의 아버지인 일완 홍범식 고택으로 불리는 이곳은 조선 중기 중부지방 양반 가옥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경술국치에 광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순국열사 홍범식 전 금산군수가 태어난 곳으로 문화재청에 등록된 명칭은 ‘괴산 동부리 고가’다.

충북의 전통적인 가옥형태를 알 수 있다는 홍명희 생가. 이곳에서 의적 홍길동이 생겨났다.

 
홍범식 고택은 월북인사의 집이라 하여 아무도 돌보지 않고 오랜기간 방치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허물어져 있었는데, 소설 ‘임꺽정’이 정식 출간된 후에야 복원될 수 있었다. 벽초 홍명희 선생이 10년에 걸쳐 집필한 ‘임꺽정’은 민중의 삶을 탁월하게 재현한 역사소설로서 민족문학사에 불후의 명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행후기를 ‘충북나드리’ 앱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선물도 받을 수 있다. 관광주간  다시 보는 내 고장 충북투어! 벌써부터 설렘 가득, 기대만발이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