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선생님이 되어 문맹인 학생 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쳐준 박태순(53)경위 © News1

전주덕진서 학교전담팀 박태순 경위, 매일 일과후 2시간씩 '자원봉사'
거친 행동 일삼던 초등생 아들 변화…아이 아버지도 "가족들 모두 웃음"

한글을 모르는 학생의 아버지에게 직접 선생님이 되어 매일 2시간씩 한글을 가르치고 가정에 희망을 준 경찰관이 있다.

경찰관 선생님은 전주덕진경찰서에서 학교전담팀에 근무하는 박태순(53) 경위. 박 경위가 선생님이 된 계기는 올해 2월초 담당초등학교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나서 시작됐다.

전화를 건 교사는 “한 학생이 있는데 학습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항상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고 거친 행동과 말을 주저하지 않는 아이”라며 박 경위에게 상담을 부탁했다.

박 경위는 선생님의 애로사항을 듣고 희망(12·가명)군을 만나 상담을 했다. 박 경위는 상담을 통해 희망군이 태어난 지 1년 만에 엄마가 가출해 팔순이 넘은 할머니와 아빠, 삼촌이랑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박 경위는 방치상태에서 자란 희망이의 품행을 교정하기 위해 학교를 수시로 찾아가 상담하고 또래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방법을 가르치다 아이의 아버지를 만나게 됐다.

희망군의 아버지는 박 경위에게 “어렸을 때 사고로 한쪽 눈을 잃고, 연탄가스 중독으로 생사위기에 있다 겨우 살아나 학교를 가지 못해 한글을 배우지 못했다”는 사연을 늘어놓았다.

이어 “연로하신 어머니와 당뇨로 누워있는 남동생이랑 살다보니 먹고 살기에 급급해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못해 말썽만 부리게 됐다”며 괴로워했다.

박 경위는 딱한 사연을 듣고 희망군의 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쳐 줄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노동일을 하는 희망군의 아버지가 수업에 나갈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했다.

한글을 배운 희망(가명)군의 아버지가 학생 아버지가 선생님인 박태순(55)경위의 이름을 한글로 쓰고 있다.© News1

이에 박 경위는 자신이 직접 선생님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한글익히기 교육자료를 얻고 전주 덕진동 청소년 문화의 집의 도움으로 공부방을 개설해 수업을 시작했다.

매일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박 경위는 선생님이 되어 칭찬과 격려를 통해 희망군의 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쳤고, 처음에 어려워하던 희망군의 아버지도 박 경위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한글 공부를 했다.

희망군의 아버지가 한글을 공부하자 희망군의 가정에는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희망군은 공부를 하는 아버지를 의아해하며 “아빠, 무슨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요?”라고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희망군도 어느새 아버지 곁에 앉아 공부를 한다며 희망군의 아버지는 매우 기뻐했다.

희망군의 아버지는 “한글을 몰랐을 때 아들에게 한글을 모른다는 것을 들키기 싫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는데, 요즘 아들과 대화도 많아지고 기쁜 일이 많아졌다”며 박 경위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박태순(53)경위가 한글 선생님이 되어 희망(가명)군의 아버지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 News1

희망군의 담임선생님도 달라진 모습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희망군을 보며 박 경위에게 감사의 편지를 손수 써서 보내기도 했다.

박 경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주민센터 사회복지사에게 찾아가 ‘나눔과 희망의 집 고쳐주기’를 지원받게 해 방치되었던 집안 환경도 쾌적하게 변해가고 있다.

희망군의 아버지는 박 경위에게 “한글을 다 익히고 난 후, 선생님(박 경위)와 아이의 담임선생님께 고맙다는 편지를 꼭 쓰겠다”고 약속을 했다.

박 경위는 공부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희망군의 아버지에게 두자리 수의 덧셈과 뺄셈, 영어 알파벳까지 가르쳐 줄 계획이다.

매일 시간을 내서 한글을 가르치려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박 경위는 “물론 개인적인 시간을 이용하는 거라 힘들기도 했지만, 늦은 나이지만 한글을 배우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한 사람의 작은 정성과 배려가 받는 사람에게 큰 기쁨과 행복으로 돌아 갈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괜찮다고 답변했다.

박 경위는 “봉사라는 것은 받는 사람에게 행복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베푸는 사람 자신에게도 행복으로 돌아온다”며 자신도 봉사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박 경위는 ‘봉사’라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에 퍼져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날을 맞아 희망(12)군에게 선물을 주는 박태순(53) 경위 © News1 bang9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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