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70년, 70가지 나라사랑 이야기] 윤동주 문학관과 시인의 언덕에서 그의 발자취를 찾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사람인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7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민족을 사랑하고, 삶의 지고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애썼던 시인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단정하게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사진=종로문화재단)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 원했던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으려면 종로구 청운동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이 좋다. 청운동 수도가압장의 버려진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독특한 공간이다.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친필원고 등이 있는 제1전시실에 들어서면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과 시인의 대표시집, 직접 필사한 정지용 시집 등이 전시돼 있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실 중앙에 놓여있는 작은 우물이다. 나무로 된 이 우물은 시인의 생가에서 가져다 놓은 것으로 ‘자화상’의 모티브이며 윤동주 문학관의 모티브이기도 하다. 

윤동주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된 제1전시실 가운데엔 나무로 된 우물이 놓여있다.(사진=종로문화재단)

수도가압장에 있던 물탱크 두 개 중 하나는 지붕을 걷어냈다. 이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우물 속에 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길은 제3전시실로 가는 길이면서 제2전시실이기도 한 묘한 구조다. 제3전시실은 어두컴컴한 후쿠오카 감옥이 연상되는 곳이다. 그곳에서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이 15분에 한 번씩 상영되고 있다.

짧은 영상이지만 관람객들 마음 속에 쉬이 지울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한여름인데도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서늘하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왔다는 40대 여성은 “그동안 편하게 살아온 날들이 부끄러웠다.”며 “ 무심하게 느껴졌던 조국이라는 둥지가 새삼스럽게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우물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제2전시실.

윤동주가 생을 마감했던 후쿠오카 감옥을 연상시키는 제3전시실.(사진=종로문화재단)

윤동주 문학관이 세워진 인왕산 자락은 윤동주 시인에게 특별한 장소다. 1941년 누상동에서 하숙을 하고 있던 윤동주 시인이 매일 아침 산책을 하며 시상을 떠올렸던 곳이다. 이 시기에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별헤는 밤’, ‘자화상’ 등이 탄생했다.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서시’가 새겨져 있다

문학관 바로 옆, 윤동주 시인을 기려 만든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높지 않은 언덕임에도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 성곽이 지나고 있는 이 언덕은 산으로 살포시 둘러 쌓여있고 앞 쪽엔 멀리 남산이 보인다. 이 아름다운 언덕 커다란 소나무 아래 ‘서시’가 새겨져있다. 언덕에 서서 결 곱고 감수성 풍부한 청년이 식민조국의 현실 앞에서 신념을 지키며 살고자 분투했던 시간을 떠올려 보자.

돌에 새겨진 ‘서시’.

일본유학을 위해 마침내 창씨개명을 해야 했던 그는 창씨개명을 5일 앞두고 ‘참회록’이라는 시를 쓴다. 그리고 그 여백을 ‘시인의 삶’, ‘생(生)’, ‘비애’, ‘생존’ 등의 낙서로 채웠다. 옷에 잡힌 주름도 참기 힘들어했던 그가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며 느꼈을 부끄럼이나 자괴감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인왕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을 보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했던 시인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잘 가꿔진 길을 따라 윤동주의 시들이 쓰여있어 시를 읽으며 걷는 재미를 주는 길.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땅에서 태어나 1945년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온전한 조국에서 살아본 적 없고, 모국어 쓰기가 금지된 나라에서 한글로 된 시를 쓰기 위해 마음 졸여야 하는 식민지 국민으로 살았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도 우리 민족을 사랑했고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시를 썼다. 섬세한 영혼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노래는 지금까지 큰 울림을 준다.  

윤동주 시인.

윤동주 시인이 서거한 지 70년이 흘렀다. 절망적인 시대에도 제 빛을 잃지 않고 고결한 삶을 살며 순수한 시를 썼던 윤동주 시인을 추모하고 그를 기억하는 일은 70년이 지나도 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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