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구립 녹번복지관 어린이집. 이곳에는 현재 5개반 15명의 장애아가 다니고 있다. 은평구에 장애아를 위한 전문시설이 많아 이곳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아 인원이 다른 곳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장애아들은 좀 더 세심한 관찰과 보호가 필요해요. 전담교사 1명당 3명의 아이들을 보육할 경우 바깥놀이나 현장학습 등의 활동이 원활하긴 힘들지요. 그런데 장애를 가진 아이들일수록 바깥활동이 더 많이 필요하거든요. 장애아 보육도우미가 있음으로써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하게 더 많은 바깥활동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장애아 보육도우미가 얼마나 단비 같은 존재인지 녹번복지관 어린이집 이 원장의 말을 빌려 알 수 있었다. 이곳 어린이집에는 만 2세부터 만 5세까지 5개 반, 15명의 장애아들이 다니고 있다. 발달지연,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등 장애아 중 절반 이상은 중증 장애아로 더 많은 보육의 손길이 필요한 실정이었다. 

지난 4월부터 보육도우미로 일하고 있다는 김우리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김 씨는 현재 보육교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특수교사를 도와 아이들이 비장애인 아이들과의 통합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에요. 인지력이 떨어지거나 활동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보육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해요.”라며 본인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특수교사는 날마다 활동과 목표에 따라 장애아를 위한 교육안을 준비하고, 교실에 걸어두고 늘 확인하며 보육도우미와 함께 보육을 실시하고 있었다.

특수교사 최명자 씨는 “장애아와 비장애아 모두 같은 목표를 갖고 날마다 활동 계획에 맞춰 수업을 합니다. 다만 장애 아이들은 아이 각각에 맞춰 수정 교육안을 다시금 세우고 이에 맞춰 그 날의 수업을 이어갑니다. 보육도우미와 의견을 나누고 아이들을 더욱 세심하게 보살필 수 있지요.”라고 덧붙였다.

보육교사 김태연 씨는 “점심시간에도 장애아들은 스스로 식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 보육교사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자폐아의 경우 음식을 거부하거나 특정 음식만 고집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더욱 세심한 보육이 필요했는데 보육도우미 제도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보육도우미 제도를 통해 아이들은 안정적인 느낌과 더불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좀 더 강하게 갖게 됐다고 한다. 각각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인력을 통해 골고루 보육을 하게 됨으로써 장애아 부모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졌다.

장애 아동들은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거나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육도우미들의 일대일 보살핌이 절실하다.

보육도우미의 등장을 반기는 건 비장애아 부모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더 많은 손길이 필요한 장애아로 인해 자칫 내 아이에 대한 교사의 관심이 줄어들까 염려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좀 더 안정적이고, 평등한 보육환경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녹번복지관 어린이집의 작년도 설문조사와 보육도우미가 도입된 이후의 조사(모두 무기명 조사)를 비교해볼 결과, ‘교사는 아동을 존중하고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가?’란 질문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87.6%에서 94.8%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실외 놀이와 현장 학습에 대한 만족도 역시 상승했다.

실외 활동은 아이들 발달에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실외에서는 아이들의 안전 확보가 더욱 어렵기 때문에 현장 학습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아들의 사례도 많다고 한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참여를 기피할 수밖에 없던 장애아들을 생각한다면 장애아 보육도우미 정책은 꼭 필요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장애 아동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어린이집에서 양치질을 거부하던 아이는 보육도우미와 함께하며 어느덧 양치질도 할 수 있게 됐다. 보육도우미 김우리 씨는 몇 개월의 시간을 거쳐 자신에게 마음을 열어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아이를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장애아 보육도우미 제도로 일반 어린이집의 장애아 수용이 수월해지고, 통합 어린이집으로의 전환이 늘어나면 얻을 수 있는 이점 또한 매우 크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통합 환경 속에서 자란 유아들은 커서도 장애아에 대해 편견이 없다.

특수교사 최명자 씨는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수용하고 장애아의 장애를 장애로써 인식하지 않아요. 성격처럼 그저 그 아이의 한 가지 특성으로 이해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일반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이곳으로 온 아이의 경우 왜 저 아이만 선생님이 도와주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하지만, 이미 익숙하게 보아오던 이곳 아이들은 장애아 친구를 똑같이 받아들일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돕는다.”고 말했다.

유달리 ‘다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역시 접해보지 않은 데서 오는 낯설음에 기인하는 부분이 크다. 따라서 통합 교육이야말로 장차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무는 데 큰 주춧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아 보육도우미 제도는 그 굄돌인 셈이다. 

어릴 때부터 함께하는 통합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은 친구의 장애를 장애로 인식하지 않고 편견 없이 함께 어울리고 성장한다.

이 밖에도 서울시는 장애 아동을 보육하고 있지만 기준 인원에 미달돼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못한 어린이집과 장애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가정에 순회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올해 새로 지정된 통합 어린이집에 장애아 편의시설 설치비를 어린이집 1곳당 최소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까지 지원한다.

장애아 보육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육의 질을 높이려는 서울시의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장애아 보육도우미의 경우 보육교사 자격증의 보유 여부와는 무관하게 지원 가능하므로 필수적인 교육 이수가 수반된다면 더 높은 보육의 질을 확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장애아의 경우 호흡기를 착용하거나 특수 장비의 이용이 필요한 경우도 있기에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부분 외에도 숙지가 필수적인 사항 만큼은 의무교육 이수가 이뤄진다면 더 좋은 효과를 낳으리라고 본다.

장애아 보육도우미 제도의 신설로 장애아 전담 인력이 늘어나면서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장애 아동을 양육할 수 있게 됐다.

녹번복지관 어린이집을 나서며 ‘장애아가 편견 없이 동일해지려면 장애아와 비장애가 함께 걸어서 통합 어린이집에 다니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나란히 다닐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이정숙 원장의 말이 계속 뇌리에 남았다. 장애아가 어느 지역에서든 질 높은 보육을, 아니 최소한 비장애아와 동등한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장애아에 대한 세심한 정책이 더욱 늘어나야 할 터이다.

아직 어린 내 아이의, 더욱이 장애를 가진 내 아이의 얼굴을 공개적으로 내보내는 게 조심스러웠을 텐데도 이와 같은 정책이 앞으로 더 늘어나길 바란다며 흔쾌히 사진 촬영에 응해준 장애아 학부모들의 마음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래야만 할 것이다.

장애아 보육의 질을 높이고, 긴 안목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날개가 되어줄 서울시의 장애아 통합 보육환경 조성 사업. 이 사업을 통해 장애아들이 진정으로 이 세상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나가길 희망한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