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오미선씨가 1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부터

장기기증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2015.08.19. odong85@newsis.com

 "제 신장을 이식받는 분이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20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자신의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수술대에 오르는 오미선(45·여)씨가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환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청주의 한 교회 사모인 오씨는 신장이식 수술을 하루 앞둔 19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수술을 결심하게 됐다"며 "두렵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모습에 대해선 "부담스럽다. 무언가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닌 제 신앙의 표현"이라며 사진촬영을 정중히 거부했다.

오씨에게 신장을 이식받게 될 수혜자는 지난 22년간 신장 이식을 간절히 기다려온 고모(52)씨다. 지난 1994년 신장병을 진단 받아 혈액투석을 하며 오랜 투병생활을 해왔다.

오씨는 "저의 신장을 이식받을 수 있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 새벽마다 기도를 했다"며 "수술을 잘 받으셔서 앞으로도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잘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씨의 '생명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한 오씨는 지난해 여름 자신과 조직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는 연락에 고민 없이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바 있다.

타인의 조혈모세포가 일치할 확률은 2만분의 1이다.

오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분이 늘 병원을 왔다 갔다 한다는 소리를 듣고서 젊은 나이에 아파서 고생하시는 것보다 이식수술을 받고 건강히 잘 사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오씨의 나눔은 남편 이병수 목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 목사는 인터넷을 통해 장기기증 정보를 알아보고 먼저 사후 장기기증 서약에 참여했다. 이후 오씨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

오씨는 "남편이 먼저 장기기증 서약을 하게 돼서 저도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 이후 순수(생존시) 신장기증에 대해서도 알게 되면서 등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씨도 이 같은 결심을 하기까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편과 자녀들도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처음에는 만류하던 가족들도 오씨의 마음을 점점 이해하면서 수술에 동의했다.

오씨는 "남편은 저를 위해 금식기도를 했고, 두 아들은 장기기증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엄마 잘 갔다오세요'라며 응원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어 "남편이 평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남을 위해 쓰라고 말이다. 건강도 마찬가지다. 내가 건강해서 남을 도와줄 수 있으면 감사한 것"이라며 "아이들도 이번에 생명나눔의 소중함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를 부탁하자 "제가 말로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남을 의식하거나 남이 하라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신장기증은 건강하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저는 감사하게도 건강하니까 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한편 오씨의 신장을 이식받게 된 이씨는 "제 생명을 구해주신 분에게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라며 "제가 받은 만큼 남들에게 봉사도 하며 열심히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가족들도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기뻐했다. 그 동안 아파서 가족들과 여행도 가지 못했다. 수술이 잘 되면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