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보부상’을 자처하는 세 청년. 왼쪽부터 서진영(25), 허준호(25), 김영훈(25) 씨.

청춘보따리 하나 달랑 멘 장사꾼, 청춘보부상

Q. 반갑습니다.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희는 ‘Tin Tio(틴토)’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청춘보부상들입니다.

Q. ‘청춘보부상’이라니 언뜻 감이 오긴 하는데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A. 저희 나이 때를 청춘이라고들 하잖아요. 저희가 가진 것 역시 청춘밖에 없기도 하구요. ‘청춘보따리를 멘 장사꾼’ 이라는 의미에서 저희는 스스로를 ‘청춘보부상’이라고 생각해요.

Q. 스스로 ‘청춘보부상’이라고 자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저희는 당장 이 순간 순간들이 너무 아까웠어요. 진짜 청춘이잖아요,.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하지 못할 일들을 하고 싶었고,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마침 뜻이 맞는 친구 셋이 만나게 되었고 다들 장사에 대한 꿈이 갖고 있었던 터라 장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Q. 어린 나이부터 장사에 대한 꿈이 있었다니 독특하네요. 장사를 하고 싶었던 이유나 계기 같은 것이 있었나요?

A. 저흰 셋 다 어릴 적부터 장사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장사를 하게 되면 장사를 할 아이템은 물론 방법과 거래처, 판매 방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데다 열심히만 하면 돈도 벌 수 있잖아요. 이렇게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돈이 없지, 꿈이 없냐.

Q. 그럼 그동안 구체적으로 어떤 장사를 하셨나요?

A. 영훈 - 저 같은 경우에는 군 제대 후 7개월 동안 서울에서 장사를 배웠어요. 어릴 적부터 장사를 하고 싶어서 무작정 상경을 했던 건데 생활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원단회사를 다니면서 출근 전 새벽시간과 퇴근 후 저녁시간동안 직접 장사를 하러 다녔어요. 새벽엔 새벽시장에 가서 옷을 사고 퇴근 후엔 두 시간 동안 팔 옷들을 다리고 저녁 여덟 시부터 열두 시까지는 야광봉을 팔러 다녔어요.

진영, 준호 - 저희는 학교에서 장사를 먼저 시작했어요.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든 그 때 마침 학교(인제대학교)에서 산학협력위크를 개최하면서 ‘CEO 체험 나도 사장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생겼어요. 지원금을 받아 상품 기획부터 제작 판매까지 하고 수익까지 챙길 수 있는 벼룩시장 같은 프로그램이라길래 이거다 싶었죠. 지원금 50만 원을 받아서 음료랑 간식을 파는 장사를 이틀동안 했어요. 그리고 직접 해보니까 확신이 들었어요. 장사를 해야겠다는. 그 이후 당장 장사를 할 수 있을 만한 아이템을 찾아보다 칵테일을 배워 전국 각지의 축제들을 돌아다니면서 칵테일을 팔았어요. 

지난 여름, 칵테일 장사를 하던 ‘청춘보부상’(사진=청춘보부상)

Q. 장사를 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텐데 언제인가요?

A. 음, 장사를 하면서는 힘든 줄 몰랐어요. 물론 쉬지 않고 일을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긴 하지만 손님이 오면 그런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 들어요. 여태껏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실제로는 하지 않으면서 장사를 하겠다는 마음만 가지고 있었던 때인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정작 하지 못하니 스스로 자괴감이 들기도 했고 저희가 장사를 하겠다고 하면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다 똑같더라구요. 무슨 돈이 있어서 장사를 할 거냐고. 그런데 저희는 돈이야 장사로 벌면 되는 거고 시작은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장사를 시작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Q. 그동안의 장사는 잘된 편인가요?

A. 진영 - 나쁘지 않았어요. 하하. 처음 학교에서 장사를 했을 때도 지원금 50만 원으로 120만 원가량의 수익을 냈죠. 그동안 셋이 장사를 해오면서 저희 주머니에서 나간 돈은 처음 칵테일 재료를 살 때 썼던 20만 원밖에 안돼요. 나머지 비용은 모두 벌어서 충당하고 있어요. 수입도 조금씩이나마 났고요.

준호 - 저희 셋이서 한 장사도 잘 됐지만, 영훈이가 정말 장사의 귀재이죠.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영훈 - 서울에서 장사를 배울 때는 솔직히 대학교 복학을 생각하지 않을 정도였어요. 벌이가 꽤 괜찮았거든요. 하하. 서울에서 보낸 7개월동안 원단회사 월급까지 포함해서 8천만 원 조금 넘게 벌었으니까 그럴만 했죠.

직접 운영하는 카페 ‘Tin Tio(틴토)’에서 커피를 내리는 ‘청춘보부상’ 서진영 씨.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Q. 세 분이서 함께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A. 진영 - 저랑 준호가 칵테일 장사를 접을 때쯤 배낭여행을 갔던 영훈이가 귀국을 했어요.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라 간만에 셋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장사 이야기가 나오게 됐죠. 근데 이야기를 해보니 서로 추구하는 바나 가치관이 너무 잘 맞더라구요.

영훈 - 저는 시야도 넓힐 겸 복학해서 공부를 하다 엔틱한 소품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 쪽으로 장사를 해볼 생각이라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런데 거기서 여행의 맛을 알게 되고 우연히 여행전문가 한분과 형, 동생 하는 사이가 되면서 여행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그때, 생각이 맞는 이 친구들을 만난 거죠. 그 이후로는 매일 같이 만나 사업 구상을 했어요.

Q. 그런데 지금은 이 카페 ‘Tin Tio’를 함께 대리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A. 원래는 여행 사업 창업 자금을 마련할 생각으로 도시락 배달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도시락을 만들 장소가 필요하다보니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이 카페 사장님과도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저희는 카페 내부에 안쓰는 공간만 저렴한 가격에 빌려 쓸 생각이었는데, 그동안 저희를 눈여겨보셨는지 사장님께서 선뜻 카페를 운영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구요.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라 놓칠 수 없어서 내년 6월까지 운영하면서 창업자금도 마련하고 창업계획도 구체화할 생각이에요. 

그렇다고 카페를 대충 운영할 생각은 없어요. 손님들과 소통도 많이 해서 손님들이 원하는 메뉴도 추가하고 구조도 조금씩 손보고 있어요. 우선은 카페부터 번창시킬 생각이에요.
 

다 큰 남자 셋이서 운영하는 카페임에도 불구하고 메모지에 눌러 쓴 손글씨와 감성이 눈에 띈다.

필자와도 동갑내기인 세 청년, 근래에 보기 힘들 정도로 맨땅에 헤딩하듯 도전해온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약속한 인터뷰 시간인 한 시간을 훌쩍 넘어 두 시간 가량이나 지나있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들이 준비하고 있다는 여행 사업에 대해 넌지시 물어보았다.

두 시간여에 걸친 인터뷰가 막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세 청년의 눈에서 다시금 빛이 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것만큼은 아직 기사에 나가서는 안된다며 자세한 내용을 기사에 담지 말아줄 것을 신신당부하면서도 앞으로의 꿈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신나게 이어나갔다.

도합 세 시간 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청춘보따리 하나씩 메고 온 세계를 누빌 세 청춘보부상의 모습을 엿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공감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