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따옴표 장서영 대표, 무명 예술가를 위한 작은 공간 대여…"쓰레기 가져오면 공연 무료"] 

복합문화공간이자 문화예술혁명단체 '작은따옴표' 대표 장서영씨(22)./사진=MBC '살맛나는 세상' 캡처

"처음엔 '비현실적이다', '비전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해보고 싶은 것들을 맘껏 해보고 좋은 결과를 얻었죠. 누군가가 제게 꿈을 이야기한다면 저는 '그래, 한번 해봐'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복합문화공간이자 문화예술혁명단체 '작은따옴표' 대표 장서영씨(22)의 말이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미국 대학의 학생이었다. 2년 장학금 약 3000만원을 탈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평범한 미대생이길 포기한 것은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들을 수강하면서부터다. '언제쯤 온전한 나로 살아가지?'라는 생각이 점점 많아졌다. '그림 그리는 기계'가 돼 억지로 입시 미술을 공부하던 고등학교 시절이 뇌리를 스쳤다. 원하던 삶을 살아보고자 2학년을 마친 2013년 겨울 휴학을 결정했다. 3~4학년때 받기로 한 3000만원의 장학금은 날아가버렸다.

휴학 후 아는 사람도 거처도 없던 트렁크만 하나 들고 무작정 서울로 갔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고자 했다. 하지만 장씨의 그림을 받아주는 대관 시설은 없었다. 백지의 이력서를 든 무명의 청년 예술가는 무시 당하기 일쑤였다.

장씨는 '내 공간을 만들어 내 전시를 해보자. 그리고 나 같이 공간이 없어 예술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자'는 생각으로 친구와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2014년 초 관악구 신림동의 한 반지하 공간을 빌려 작은따옴표라 이름 붙였다.
 

작은따옴표 팀원들./사진제공=작은따옴표

◇무명 예술가·1인 가구·환경 문제를 예술적으로 해결

작은따옴표란 사람의 감정, 생각을 담을 때 쓰이는 부호다.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고 부르고 싶은대로 부르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게 장씨의 설명이다.

작은따옴표가 신림동에 뿌리를 내리게 된 이유는 이곳이 문화의 불모지와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신림동은 유독 고시촌, 원룸촌, 문화의 불모지로 불리며 문화공간이 하나도 없었어요. 이곳에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 홍대처럼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장씨는 행위예술,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무명 청년 예술가들에게 매주 2번 작은따옴표에서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무명 예술가 문제 뿐 아니라 사회 문제을 예술과 접목시켜 해결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매달 1인 가구들을 공간에 초대해 교류하게 하는 '1인 가구 파티'를 열었다. 올해는 축제의 캐리커처, 음악 공연 등을 즐길 때 돈 대신 쓰레기를 주도록 하는 '아트레쉬'(Artrash) 프로젝트를 만들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쓰레기를 즐겁게 주워요. 심지어 쓰레기를 들고 줄을 서기도 합니다. 공연, 캐리커쳐 등을 쓰레기만 내면 이용할 수 있으니 좋아하죠. 축제 측에서는 행사 부스 초대 비용에 쓰레기 처리 비용까지 해결하니 일석이조가 되고요."
 

작은따옴표 팀원들이 '아트레쉬' 행사를 진행하는 모습./사진=MBC '살맛나는 세상' 캡처

◇"내 삶이 보편적인 삶이 됐으면…매일이 행복한 삶 꿈꾸길"

장씨는 향후 지하철 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 그는 "서울에 와서 가장 충격 받은 곳은 지하철이었다. 지하철이란 공간이 활기를 주고 어떤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지하철 칸마다 전시칸, 휴식칸, 사무칸, 교류칸 등 콘셉트를 만들거나 패션쇼를 열어 지하철을 행복을 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장씨의 또 다른 바람은 사람들이 매일이 행복한 삶을 꿈꾸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절 보고 대단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대단한 게 아니라 오히려 매일 하기 싫은 걸 하면서 참고 있는 사람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나 다운 삶, 매일이 행복한 삶 대한 고민을 해보고 이를 바로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삶이 독특한 삶이 아니라 보편적인 삶이 되길 바라고 '작은따옴표'가 이를 돕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