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명학(60), 이용우(66), 오창근(57)씨.

이용우(66)·김명학(60)·오창근(57)씨 내달 중원대 졸업

한약재 연구 위해 대학원 진학 새 목표…"맘껏 공부하니 행복"   

"공부할 때만큼은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시계가 거꾸로 돌아 젊어지는 거 같아요"

16일 오후 충북 괴산에 있는 중원대 독서실.

심각한 취업난 탓에 방학도 잊은 채 스펙 쌓기에 열중하는 20대 대학생들 사이로 나이가 지긋한 50~60대 남성 3명이 독서실 한편을 지키고 있었다.

모르는 것은 서로 묻고 대답해주며 공부하는 모습이 젊은이들 못지않게 진지했다.

이 대학 생약자원개발학과에서 동문수학해 다음 달 학사 학위를 받게 되는 이용우(66)·김명학(60)·오창근(57)씨다.

엽연초생산조합에서 일한 이씨와 양복점을 운영한 김씨, 개인사업을 해오던 오씨는 각자 다른 영역에서 인생의 1막을 마치고, 뒤늦게 중원대 3학년에 편입학하면서 늦깎이 대학생으로 인연을 맺었다.

얼굴에 새겨진 주름만큼이나 인생의 세파를 헤치며 연륜을 쌓아온 이들이 다시 학업에 뛰어든 동기는 서로 달랐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배움에 대한 갈망만큼은 자식뻘 되는 청춘의 동급생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았고, 덕분에 곧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한약재라는 생소한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는 도전이었던 터라 결코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낙오 없이 졸업장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버팀목이 돼서다.

편입학하면서 알게 된 세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스터디 모임을 결성한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해왔다.

가장 나이가 많지만 모임에서 유일하게 최신 장비인 노트북을 휴대해 자유자재로 다룰 줄 아는 이씨는 각종 자료를 찾아 챙겨주며 모범을 보였다.

이씨는 "셋 중에 유일하게 노트북을 갖고 있어 자료나 정보를 찾아내 공유해왔다"며 "두 사람이 나보다 더 많이 알아 공부에 도움을 줬으니 이렇게라도 보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비록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여세를 몰아 대학까지 진학한 김씨는 이씨가 인정하는 '선생님'이다.

김씨는 "서로 강의를 듣다 보면 놓치거나 이해 못 하는 부분이 있는데 함께 공부하면서 깨닫다 보면 지루한 줄 모른다"며 "세 사람이 함께 어울려 스터디를 한 것이 흔들림 없이 학업을 마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아들이나 딸뻘 되는 젊은 학과 동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도 쌓았다.

학과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더러 용돈도 챙겨주다 보니 학생들도 '아버지'라고 부르며 이들을 잘 따랐다.

이 학과 박선영(23)씨는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로 상담도 해주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며 "공부는 물론 학과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젊은 사람 못지않게 열성적으로 공부한 만학도 3인은 다음 달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쓰고, 한약 도매관리사 자격증도 취득한다.

졸업을 앞뒀지만, 이들은 오는 23일 치러지는 산림치유지도사 1급 자격증 시험을 위해 추위도 잊은 채 독서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해 8월 치른 2급 시험은 3명 모두 합격했다. 이들의 꿈은 이 자격증 시험에서 멈추지 않는다.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학위를 따는 것이 목표다.

맏형인 이씨는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젊은 시절 못했던 공부를 맘껏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라고 기분좋게 말했다.

공부하기에 많은 나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백세인생 시대야. 60대면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야."라며 호탕하고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