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형 리더십'으로 표창받는 학교전담경찰관 김주엽 경사 (울산=연합뉴스) 경찰청이 2015년 하반기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선정한 울산남부경찰서 김주엽 경사. 김 경사는 2012년 울산지방경찰청 스쿨폴리스 출범 때부터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 업무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주말에 함께 축구를 하거나 짜장면을 먹는 등 '형님 리더십'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2016.2.22 << 울산지방경찰청 >>

울산 스쿨폴리스 원년멤버로 5년째 활동…"속마음 듣고 함께 고민"

"처벌만 해서는 비행이 반복될 뿐이고, 결국 전과만 쌓이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아이들이 비행을 저지르는 원인을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울산 남부경찰서 소속 학교전담경찰관 김주엽(42) 경사는 2012년 출범한 울산지방경찰청 스쿨폴리스 원년멤버로는 유일하게 지금까지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아이들과 꾸준히 대화하고 친해지려는 노력에는 업무 외에 여가나 사비를 들여야 할 때도 잦다. 그러나 그 이상의 보람과 가치를 남기는 일이라고 김 경사는 강조했다.

그는 2015년 하반기 '베스트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선정돼 경찰청장 표창을 받는다.

다음은 김 경사와의 일문일답.

-- 학교전담경찰관이 된 계기는.

▲ 형사과와 지구대 등에서 근무하면서 비행을 저지른 청소년들을 많이 접했다. 그때마다 '비행을 반복하는 원인은 따로 있는데, 처벌만 한다고 (비행을)멈출까'하는 생각을 했다. 전과가 쌓이면 결국 '문제아'로 낙인 찍히고, 그 자신도 인생을 포기하고 만다.

멀리서 일하는 홀아버지로부터 생활비를 받아 울산에서 혼자 생활한 학생이 있었는데, 자신의 집을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공동체) 근거지로 제공하며 범죄까지 저지르는 사례를 본 적이 있다. 그 학생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가족과 이웃이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컸다.

2011년 11월 대구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계기로 전국 지방경찰청 단위로 스쿨폴리스가 신설될 때 울산청 공모에 신청해 합격했다.

-- 현재 업무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 12개 초·중·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업무를 담당한다. 학생들에게 범죄예방 강의도 하고,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법률 자문에도 응한다. 학생들을 선도하고, 사후관리를 통해 재발 방지도 책임진다.

-- 업무 이외에 활동이 많다고 하는데.

'큰형 리더십'으로 표창받는 학교전담경찰관 김주엽 경사

▲ 사실 학교마다 힘을 과시하거나 무리를 구성하려는 아이들이 있다.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 활동이 무작정 타이르거나 겁을 주는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

주말에 애들을 모아서 축구를 하고, 짜장면 한 그릇 먹고 헤어지는 일이 어떤 강의보다 효과적일 때가 있다. 아이들과 마라톤대회에 참여한 적도 있다.

함께 체육 활동하고 밥 먹는 일이 아이들의 결핍을 채워주는 것이다. 그 아이들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마음을 열고 소통할 사람이 없어서, 점심 한 끼 해결할 돈이 없어서 비행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SNS를 활용해 모임을 만들어 수시로 연락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 폭력서클에 가입한 중학교 2학년생을 상담하면서 다른 가족과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가정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아 집 밖으로 배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인에게 도움을 받아 집에 창고로 쓰던 공간을 고쳐 방을 만들어 줬다. 그 후로는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

한 다문화 가정 학생은 우리말과 글자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학습능력이 떨어지고, 결국 비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알게 됐다. 울산대학교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개인학습을 지원했더니 금세 학교에 적응하고 제자리를 찾았다.

관심을 두고 비행의 원인만 찾아도 바로 잡기는 어렵지 않았다.

-- 힘든 만큼 보람이 크겠다. 앞으로 계획은.

▲ 잠시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고 고등학교나 대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들을 보면 뿌듯하다. 편지나 문자메시지로 고맙다고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오히려 고맙다. 함께 노력해준 학교에도 감사드린다.

청소년 체험형 범죄예방을 위해 지난해 7월 개교 이후 맡은 '청소년 경찰학교'를 내실있게 운영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학생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느끼고,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큰형'이 되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