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못 하는 선천성 뇌성마비 아들 24시간 돌보며 손발 노릇

장한 어버이 대통령상 이정순씨…"아들 보살피도록 건강한 게 소원"

"가장 큰 소원은 제가 건강한 겁니다. 그래야 아들을 보살필 수 있으니까요. 단 한 번이라도 제 힘으로 앉아 있는 모습을 봤으면 여한이 없겠습니다"

충북 제천시 청전동 이정순(65·여) 씨는 태어난 이후 줄곧 누워만 있는 큰아들 영민(44) 씨를 45년째 수발하고 있다.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는 1급 장애인인 아들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다.

백일, 돌이 지나도 꼼짝도 못하는 아들을 보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아들을 들쳐업고 전국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막막한 나머지 무당을 데려다 굿을 하기도 했다.

이 씨는 1972년 영민 씨를 낳은 뒤 줄곧 아들의 인생을 살아왔다. 지금도 하루 24시간 내내 아들 옆에 붙어산다.

하루 세 끼 먹이고, 대소변 받아내고, 목욕시키고, 옷 갈아 입히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들 옆을 지키다보면 수면 시간은 많아야 4시간이다.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옷을 입히고 싶어 멀쩡한 세탁기를 놔두고 40년 넘게 손빨래를 고집하다 보니 손 마디 마디가 성한 곳이 없다.

이 씨는 그 흔한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음성통화만 되는 휴대전화조차 없다. 잠시 장 보러 가는 것만 빼곤 늘 집안에 묶여 있으니 전화기도 필요 없다고 했다.

아들을 돌보는 게 삶의 전부가 된 지 오래지만 고통은 아무리 익숙해져도 고통일뿐이다.

힘들지 않을 때가 없지만 가장 힘든 건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다.

꼼짝도 못하는 아들을 데리고 나가려면 119구급차를 불러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증세는 약만 타다 주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충치가 심해 이를 빼야 했는데 가는 치과마다 손사래를 치면서 받아주질 않았다. 서울의 장애인 전문병원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을 데리고 병원을 전전하다 보건소에서 통사정을 한 끝에 간신히 치료를 받은 일도 있다.

40년 넘게 이 씨를 버티게 한 건 신앙의 힘이었다. 없는 시간을 쪼개 성당에 나가기 시작한 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그러자 아들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혼자서 글을 깨우쳤고,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있으면서도 성격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밝게 자라줬다.

아들은 불편한 몸으로 인터넷에서 엄마를 위한 영양제를 주문해 줄 정도로 배려심도 깊다.

영민 씨의 남동생 2명이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린 지금 이 씨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큰아들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내가 어떻게 돌봐왔지만 점점 기력도 없어지고 아픈 데도 많아져 앞으로가 문제"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에 감동한 주변 사람들은 이 씨를 장한 어버이상 후보로 추천했고, 이 씨는 올해 어버이의 날을 맞아 대통령상을 받는다.

이 씨는 "내 자식이니까 부모로서 할 일을 했을 뿐 특별히 한 게 없는데 큰 상을 받게 됐다"며 "낳았으니 끝까지 책임지는 게 부모의 도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