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보내주신 후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어김없이 대전 대덕구 연축동 성우보육원으로 '키다리 아저씨'가 보낸 물품이 들어왔다.

익명의 기부자는 추석이나 설 등 명절과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이 되면 잊지 않고 대전지역 13개 보육원에 돼지고기와 과자 종합선물세트 등을 후원하고 있다.

성우보육원에는 아이들 인원수에 맞춰 38㎏(20만원 상당)의 돼지고기를 보내왔다.

성우보육원 김익자 원장은 "계속된 경기 불황에 개인의 후원은 거의 끊기다시피 했는데, 이 분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진다"면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그의 선행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그는 정육점에서 직접 돼지고기를 사서 직원을 통해 보육원 등으로 배달하게 시키고 있는데, 수취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보육원 등지에서 누가 보내는 것인지를 묻더라도 배달원에게 그저 "모른다"라거나 "보내는 분이 밝히기를 원하지 않는다"고만 대답하라고 철저히 당부해 왔다.

처음에는 이 얼굴 없는 천사가 누구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지만, 선행이 계속되자 보육원 직원들이 수소문에 나선 끝에 3년만에 주인공 A씨를 찾아냈다.

A씨는 대전지역에 근무하는 경찰로, 보육원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부터 후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다른 업무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기부는 이어지고 있다.

이제 다들 그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본인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쉬쉬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우한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팠다. 아이들을 돕고 싶었을 뿐 그리 대단한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이름이 밝혀지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다.

이어 "주변에도 도와주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은데, 복지시설 비리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후원을 망설이게 한다"면서 "특정 개인의 선행으로 추켜 올리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쳐 기부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