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진전 ‘보다! 보이지 않는 것’ 여는 청주맹학교 학생들
ㆍ의료봉사 단체 ‘동의난달’의 도움…시 읽어주며 감각도 키워
ㆍ발걸음으로 거리계산…볼 수 없지만 느낌은 고스란히 담아내
 

충북 청주맹학교 이민주양(17)이 청주 일신여고 폐교실에서 찍은 ‘폐교 복도에서’.

시각장애인 청년들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연다. 충북 청주맹학교와 사단법인 ‘동의난달’은 4일부터 10일까지 상당구 청주문화관에서 사진전 ‘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개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사진전에 전시되는 작품 45점은 모두 이 학교 고등부 1학년 학생 4명이 직접 찍은 것들이다.

청주맹학교 학생 4명이 사진기를 들게 된 것은 봉사단체인 동의난달의 도움이 컸다. 1992년 창설된 동의난달은 한의학 전통을 계승하고 의료봉사, 아동교육사업 등을 진행하는 단체다.
 

같은 학교 최형락군(17)이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찍은 ‘이끼 낀 벽’. 동의난달 제공

이 단체 소속 재능기부 모임 ‘꽃눈과 시인의 포토포엠’은 2014년 11월22일 청주맹학교를 찾아가 중등부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진 찍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꽃눈과 시인의 포토포엠’ 소속 사진작가는 사진기의 뷰파인더 대신 학생들의 손바닥을 이용해 사진의 구도를 설명했다. 시인들은 시낭송으로 학생들이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키워줬다. 이현주양(17)은 “2년 전 선생님들이 찾아와 사진기를 선물할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면서 “사진기를 만진 적은 있어도 전문적으로 사진을 배우는 것은 처음이어서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들이 찾아오는 매월 둘째주 토요일이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4일 사진전을 여는 청주맹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이민주양·황채현군·최형락군·이현주양.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학생들은 사진기의 초점과 구도를 잡을 때에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피사체를 직접 만져보고, 대상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발걸음으로 계산했다. 또 사진을 찍을 때마다 옆사람의 도움을 받아 결과물을 확인해야 했다. 사진기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청주, 진천 등 충북 곳곳을 돌아다니며 세상을 사진 속에 담았다. 이민주양(17)은 “처음에는 풍경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가만히 서서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을 타고 풍겨오는 냄새 등을 느끼며 사진을 찍었더니 선생님들이 좋은 사진이라고 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사진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항상 사진기를 들고 다니며 세상을 담고 있다. 음식을 먹을 때나 기분 좋은 경험을 했을 때 그 순간을 담기 위해 사진기의 셔터를 누른다. 비록 결과물을 볼 수는 없지만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형락군(17)은 “비온 뒤 우암산 자락에 있는 청주 수암골에 놀러갔었는데 비 냄새가 가득한 바람의 느낌이 좋아 사진을 찍었다”면서 “사진을 볼 수 없지만 좋았던 순간을 간직하고 싶어 셔터를 눌렀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각자 10여점씩의 작품을 모아 4일 청주 문화관에서 전시회를 갖는다. 전시회에 선보이는 이들의 작품에는 그들이 볼 수 없는 추억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 황채현군(17)은 “나는 비록 볼 수 없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진을 찍고 싶다”면서 “특히 인물사진을 많이 찍고 싶은데, 가수 윤하를 꼭 찍고 싶다”고 말했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