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희망의 전화 129` 상담사 3인…생활고에 장기매매 하려던 할아버지에 긴급 생계비 지원


보건복지부 `희망의 전화` 상담사 3명이 근무지인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실·김민지·이수민 씨. [이윤재 기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자살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적으로 힘들어서예요. 채무로 인해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희망의 전화 129'가 이달로 출범 11주년을 맞았다. '희망의 전화'를 찾는 사람들은 기본적인 복지 상담부터 인생의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까지 다양한 이유가 있다.

상담사 130명이 5개 팀으로 운영되고 그 중 위기대응팀은 24시간 근무체제로 돌아가는 '희망의 전화'에는 하루 평균 6000여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출범 당시 하루 1000여 통이었던 전화가 11년 만에 6배로 늘었다.

'희망의 전화' 상담사로 활약하는 이영실·김민지·이수민 씨가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각각 위기대응·인구아동·보건의료 분야를 전담하는 베테랑이다. 상담 일선에 서 있는 이들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함께 마음 졸이고, 눈물 흘린다.

이들의 업무는 상담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기관들과 연계시켜주고 이후 더 필요한 도움이 없는지 애프터서비스까지 담당한다. 도와줄 수 있다면 끝까지 내 일처럼 도와주는 얼굴 없는 천사들인 셈이다.

"어느 날 밤 12시쯤 위기대응 상담팀으로 전화가 걸려왔죠. 생활고에 시달려 너무 힘들어하던 한 엄마가 울면서 전화를 해왔어요. 비가 오는 날이었는데 자식들이 들을까 집 밖에 나와 전화하면서 행여 동네 사람들 눈에 띌까봐 창피하다며 하염없이 울기만 했어요."

이영실 씨에겐 참으로 마음 아픈 순간이었다.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할 수 있도록 충분히 들어주고,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해드렸어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걱정이 계속 이어졌죠. 일주일쯤 지나 다시 전화했더니 그분이 제 목소리와 이름을 기억하며 너무 고마워하셨어요. "

인구아동정책 상담을 담당하는 김민지 씨는 생활비가 없어 불법 장기매매에 나서려고 했던 할아버지에게 긴급생계지원을 해 줄 수 있었던 순간을 기억에 남는 상담 중 하나로 꼽았다. "상담 후 며칠 지나서 다시 전화를 드렸더니 할아버지 목소리가 너무 밝아진 걸 느낄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수없이 하시는데 저는 마치 제 어려움이 해결된 것처럼 기뻤죠."

대학 시절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보며 '희망의 전화' 상담사의 길을 걷게 됐다는 이수민 씨는 "생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의료비 상담을 해 준 후 조금이라도 더 혜택을 받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며 "힘든 상황에 처한 분들을 최대한 도와주려고 하지만 가끔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 때문에 속상한 적도 많다"고 상담사의 고충을 털어놨다.

상담의 달인인 이들은 이야기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비결로 '공감'을 꼽았다. "상담은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지만, 저희보다 더 힘든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거잖아요.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만 해도 고민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어요. 마음이 답답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곳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슬픔이예요."

이들은 '희망의 전화' 상담 내용을 보면 요즘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 알 수 있다며 많은 이가 느끼는 어려움이 빨리 해결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전했다.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