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화 도중 자녀의 말 끊지 말고 끝까지 들어줘야 | news | 2014-05-12 |
“얼마나 말을 잘 하느냐가 그 사람의 직업적 성공을 좌우한다.”
엘빈 토플러의 말이다. 그야말로 ‘말’이 곧 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해 최근 초등학교에서도 조별 수업 및 발표 수업이 늘어가는 추세다. 대학입시에서 구술시험을 치르거나 기업체에 입사할 때도 면접에서의 평가가 합격의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할 기회가 크게 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풀어낼 수 있는 ‘좋은 발표자’가 주목받고 있다.
◆‘꼬마 대통령’의 말하기 연습
“원래 아들이 귀한 집안인 데다가 첫 아들이라 저에게 거는 아버지, 어머니의 기대는 엄청났으니 40년 후에는 꼭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능한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우동윤이라고 지어주셨습니다.”
7일 오후 5시 대구시 중구 한 학원. 33㎡(10평)도 채 되지 않는 교실 한가운데 놓인 책상에 여섯 명의 남녀 초등학생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저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교실 한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선이 닿은 곳에는 높이 1m 남짓한 단상이 놓여 있었고, 단상 위에는 마이크와 작은 종이 한 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학생은 청중과 같은 초등학생.
키가 작아 발판에 올라선 채 말하는 모습이 천진하고 귀엽게만 보였지만 목소리는 우렁찼다. 학생은 더듬더듬과 유창함을 오가며 미간을 찡그린 채 말하기에 열중이었다. 시선이 자꾸 단상 위에 놓인 원고 쪽으로 쏠리자 그 옆에 있던 강사는 “앞을 보고!”라며 주의를 주었다. 1분여간의 발표가 끝나자, 다른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들은 모두 올해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병아리 연설가’였다.
이곳 김민지 강사는 “학생 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말하기에 도움을 주는 조언을 하고 있다. 어린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이곳을 찾는 이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며 “말하기는 이러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반드시 개선될 수 있다. 말하기가 중요한 능력이 되고 있는 만큼, 발표력 키우기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자녀의 발표력 키우기
자녀들이 발표에 대해 불안감을 갖고 있다면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발표를 잘 못하는 학생 대부분은 학교에서 발표하다가 교사나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거나, 부모와 대화하던 중 꾸중을 들은 경험이 있다. 자녀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시끄러워, 조용히 해” “얼른 들어가서 공부나 해” 등과 같은 부정적인 말도 삼가야 한다. 이해가 안 되거나 답답하더라도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말을 끝까지 들어주자. 말하기가 끝난 후에는 칭찬을 하거나 작은 선물 등을 하자.
새 학년이 되기 전 자기소개를 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발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자신을 드러내는 첫걸음이 바로 자기소개다. 자기소개 문구를 미리 만들어 반복해 연습하면, 다른 학생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원고는 좋아하는 취미를 중심으로 딱딱하지 않게 작성하는 것이 좋다.
가령 “내 이름은 ○○○입니다. 여자 이름 같지만 씩씩한 남자입니다. 전 축구광입니다. 그래서 제 인터넷 블로그에 축구에 관한 정보를 담아 운영 중입니다. 전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합니다. 추리소설 목록도 제 블로그에 있으니 관심 있는 분은 자주 방문해 애용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자기소개를 잘하게 됐다면, 자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고 잘 알고 있는 소재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써서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해 보게 하는 것도 좋다.
가족과 소규모 토론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사 시간이나 식사가 끝난 후에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로 주고받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갖는다. 일상적인 대화처럼 진행하되,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토론의 주제는 시험이나 공부와 연관된 것보다는 음식, 만화영화 등 아이가 호감을 갖고 있는 주제가 좋다.
가족 간의 소규모 토론이 자리를 잡았다면, 동네 또래 친구나 자주 접촉하는 주변 사람들을 불러 이야기 장을 마련해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종이인형극과 상황극 등의 놀이를 하는 것도 발표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자녀에게 갑작스럽게 대화나 토론을 제안하면 어색하게 느낄 수 있다. 이 경우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손인형이나 마이크 등을 활용해 상황극을 연출하면서 자연스럽게 입을 열게 할 수 있다.
발표할 때의 어투나 목소리도 중요하다. 따라서 평소 대화를 할 때 어색한 부분이 있다면 수시로 조언해줘야 한다. 먼저 아이가 말할 때 속도를 천천히 하고 발음을 분명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평소 신문기사를 소리 내 읽게 함으로써 정확한 발음 지도를 할 수 있다. 발표시 아이의 자세가 불안하다면 그를 잡아주는 연습도 필요하다. 우선, 시선이 불안정하지 않도록 아이가 얘기할 때 눈을 맞추고, 많은 사람 앞에 서면 당연히 떨린다는 것을 주지시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TV 속 사회자의 제스처를 유심히 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발견하면 그대로 따라해보게 하는 것도 좋다. 몸을 꼿꼿이 펴고 시선은 중앙을 유지하되, 좌우 방향으로 적당히 안배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도움말=김민지 스피치킴교육 원장
■ 발표력을 키우는 10가지 방법
● 자신감을 갖자= 말을 조리있게 못할 것이란 생각을 떨쳐버리는 게 중요하다. 어려운 질문이 나왔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레 겁을 먹거나 주눅들어서는 발표력이 향상될 수 없다.
● 본인의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노력하자=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내용이어야 말하기도 쉽다. 본인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 설득력 있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잘 모르는 내용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자신의 상황 등에 맞게 소개할 수도 있어야 한다.
● 말을 잘하기 전에 잘 듣자= 경청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발표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시선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이는 등 상대의 말하기에 녹아들려는 노력은 발표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논리적으로 전달하자= 무조건 목소리를 높여서 말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설득은 목소리 크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발표 내용이 구성되고 효과적으로 전달될 때 가능하다. 내용이 훌륭하더라도 표정이 굳어있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평소 얼굴 근육을 충분히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을 해보자.
● 리듬을 타자= 악보에 따른 리듬이 있듯이, 말에도 리듬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강조할 부분은 다소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말을 이어가자. 높낮이도 변화를 주어 말할 때 듣는 이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
● 원고 준비에도 공을 들이자=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고, 잘 아는 사안을 설명하거나 소개하는 글을 스스로 작성해 보자. 이 과정에서 발표를 어떻게 할 것인지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
● 발음을 명확히 하자= 발음은 전달력과 직결된다. 평소 입을 크게 벌려 말하는 습관을 들이자. 입술 끝에 힘을 주어 말을 강조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입 속에 머금고 말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전달력이 좋아져야 상대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 연습하자=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 평소 가족이나 친구 앞에서 연습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부담 없이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발표에 대한 낯섦이 사라질 수 있다. 아낌없이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자신의 말하기를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소리와 억양 등 어색한 부분을 파악해 고쳐나가자.
● 청중을 너무 의식하지 말자= 한 번 말하기가 시작됐으면 되돌릴 수가 없다. 준비한 대로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발표를 이어 나가자. 대중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발표력 향상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 남 앞에 서는 기회를 자주 갖자= 많은 청중이 모인 상황을 즐길 수 있기 위해서는 익숙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소심한 성격을 가졌다면, 의식적으로라도 학급 반장 등의 직책을 맡아 남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영남일보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