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공구 빌려주는 ‘공구도서관’을 아시나요? | news | 2014-05-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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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주민센터서 전동드릴, 펜치 등 100여 종 대여…대여료 1천 원 이하 저렴
#1.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새 집에 입주하게 된 회사원 A씨.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A씨의 집은 이곳 저곳 사람 손을 거쳐야 할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빠듯한 생활비에, 아직 장만해야 할 살림도 많은데, 못을 밖을 망치와 나사를 죄일 드라이버 등 다양한 생활공구까지 장만할 생각에 A씨는 막막하기만 하다.
#2. 얼마 전부터 ‘DIY(Do It Yourself)’ 취미 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부 B씨는 내 손으로 작은 생활가구와 소품을 만들어낸다는 기쁨도 잠시, 만만치 않은 DIY용 공구 가격을 보고 큰 고민에 빠졌다. 지금 당장은 꼭 필요하지만, 취미 생활을 하는 동안 한두 번쯤 사용하고 나면, 서랍장에 숨어 평생 마주 할 일이 없을 지도 모르는 값비싼 드릴과, 용접 도구들 모두 구매해야 하는 걸까.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구입하기 어려운 물건을 나눠쓰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자동차, 빈방, 책 등 다양한 재화 서비스를 소유한 개인이 재화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이른바 ‘공유경제’라 일컬어진다. 서울시는 공유경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공유도시 서울’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의 일상 생활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생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필요한 시간 만큼 자동차를 빌려 탈 수 있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 ‘쏘카’, 잠시 쉬고 있는 유휴공간들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아이들랏’, 경험, 지혜, 시간 등 무형의 재능을 공유하는 ‘재능공유’ 서비스 등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공유 서비스는 무려 70여 개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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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안내문을 설치되어 있다. 이용 가능 장소, 이용 가능 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이와 같은 ‘공유경제’의 취지를 잘 살리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장소가 하나 있다. 다양한 생활 공구를 합리적으로 대여해 주는 ‘공구도서관’이 그것. 공구를 필요로 하는 주민끼리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생활공구를 동 주민센터에서 대여하는 서비스이다.
매주 DIY소모임에 참여한다는 주부 강민정 씨는 “시중에 나와있는 생활 공구 가격이 만만치 않다. 작은 나사못을 밖을 때도, 손드릴 등을 이용하면 조금 더 편하고 손쉽게 할 수 있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직접 드라이버를 이용해 힘들 게 작업을 하는 편”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공구를 대여해주는 곳이 생긴다면 자주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구도서관은 전동드릴, 절단기처럼 있으면 좋지만 늘 쓰는 것은 아닌 값비싼 공구를 잠깐 대여해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다. 송파구와, 도봉구 등 서울시 곳곳의 아파트 내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되던 공구도서관은 현재 그 범위를 넓혀, 강동구 각 동사무소 및 주민센터(명일1동, 고덕2동, 암사1동, 천호1동, 성내2동, 길동, 둔촌2동)에서의 시 범운행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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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사1동 자치센터에 위치한 공구도서관을 방문하였다. |
각 지역의 공구도서관 중 현재 가장 규모가 크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송파구 문정동의 ‘공구도서관’이다. 송파구 공구도서관은 시작 단계에서 공구 전용 쇼케이스를 제작하고, 생활에 꼭 필요한 공구들을 들여놓으며 이용자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작은 규모로 시작됐지만, 주민들의 공구 기증도 이어져 현재 전동드릴 등 10여 종의 전동공구는 물론 톱, 드라이버 등 80여 종의 수동공구 및 측정 공구까지 총 100여 종을 구비하기에 이르렀다.
필자는 5월 1일부터 공구도서관이 시범 운행되고 있는 강동구 암사1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직접 공구를 대여해보기로 했다. 공구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한 편이었다. 해당 동에 주민등록 또는 사업장이 있는 20세 이상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하다.
사전 예약이나, 별도의 준비 없이, 공구도서관에 찾아가 신분증을 제시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뒤 대여에 필요한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기만 하면 된다. 대여기간은 2일 이내이며 대여료는 공구 종류에 따라 1일 기준 300원~1,000원 선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단, 파손 및 분실 시에는 동일 물품으로 반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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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공구 대여 신청서를 작성하면, 서비스가 시작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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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비돼 있는 공구현황표를 통해, 대여 가능한 공구를 살펴볼 수 있다. |
필자가 방문했던 날, 첫 시범 운행을 시작한 암사1동 공구도서관은 아직 시작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구비하고 있는 공구의 종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다만, 도서관 측은 앞으로 주민들의 수용에 맞게 대여 가능한 공구의 종류와 수량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공구도서관을 이용하기 전, 사전에 연락을 취해 본인이 대여하고자 하는 공구가 현재 공구도서관에 구비돼 있는지 알아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암사1동 공구도서관의 한 관계자는 “이사나 DIY 등으로 집안 곳곳에 못을 박는 등 공구가 필요한 일이 간혹생기지만 막상 공구를 구입하려니 가격은 만만치 않고 사용빈도도 낮아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공구도서관이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가 많은 공구는 추가 구매해 공구도서관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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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사1동 공구도서관에 구비된 공구들. |
공구도서관이 자리잡고 있는 동 주민센터에서는 취급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에 대비하고자 대여 전에 사용 요령을 안내할 예정이며 주민 대상으로 집에서 잘 안 쓰는 공구를 기증도 받을 예정이다.
공구도서관 이용이 처음이라는 대학생 차상미 씨는 “얼마 전 신문을 통해 우연히 공구도서관 소식을 접하게 됐고, 필요한 공구가 있어 방문하게 됐다.”며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구비돼 있는 공구의 종류가 다양한 편은 아닌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은 모두 갖춰져 있어 이용하는데 불편함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번 쓰고 말 건데,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은 이제 접어도 될 듯하다. 공구도서관을 통해 불필요한 가계 지출을 막고, 나눠 쓰는 기쁨을 만끽해보자.
공감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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